다른 시대를 살았던 역사속 인물, 소설에서 만나다

케이트 비디모스 (Kate Vidimos)
2023년 09월 25일 오후 9:43 업데이트: 2024년 02월 5일 오전 11:29

18세기 후반 미국의 작가 에드워드 E. 헤일(1822~1909)의 단편소설 ‘가능한 역사의 한 조각’에는 가능하리라 생각지 못했던 역사 속 두 인물이 만나 함께 노래하는 장면이 묘사되어 있다.

호머와 다윗

각각 다른 시대를 살았던 역사 속 위대한 인물 두 명이 이야기 속에 등장한다. 그리스의 위대한 시인 호메로스(호머)와 고대 이스라엘의 제2대 왕 다윗이 헤일의 단편소설 속에서 만났다. 그들은 이 짧은 소설 속에서 세계에 대한 이야기와 이를 만든 창조주에 대한 이야기를 노래한다. 작가는 두 인물을 통해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전달했고, 동시에 유의미한 것으로 이야기를 채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헤일은 1851년 이 단편소설을 출판한 후 쏟아지는 비평에 시달렸다. 다윗과 호머가 다른 시대를 살았기에 절대 만날 수 없다고 비판하는 세간의 말에 헤일은 “지리적 문제가 시대적 문제보다 더 어려운 것이다.”라고 반박했다.

‘가능한 역사의 한 조각’

‘가능한 역사의 한 조각’은 이스라엘의 키손강(江) 근처를 배경으로 해 시작한다. 블레셋(고대 이스라엘 서남부에 거주한 민족. 이스라엘인들과 적대적 관계)의 병사들이 강 근처에서 야영하며 다음 날 전투를 기다린다. 그들은 지루한 시간을 보내던 중 이오니아(고대 그리스 아나톨리아 서남부의 지명) 출신 선원들이 전투에 참가하고자 키손강에 도착했음을 알게 되었다. 이오니아의 선원 중 한 명이 바로 호머였다.

지루함을 해소하고자 하는 블레셋 병사들을 위해 호머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호머는 전쟁의 신 아레스에 대한 노래를 부르며 전쟁의 이유가 곧 평화를 얻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세상에 풍요로움을 선사한 어머니 대지(大地)를 찬양하는 노래를 불렀다.

“커다란 경외심을 가진 어머니여,
만물이 그대에게 경배를 표하기 위해 절을 올린다.
그들은 모든 풍요로움을 되찾을 것이다!”

많은 청중들은 호머의 노래에 매료되어 흡족해한다. 그러던 중 군중 속 청년 하나가 일어나 노래에 동참하려 한다. 그는 바로 이스라엘의 왕이 될 유대인 청년, 다윗이다. 어머니 대지에 대한 호머의 노래에 대한 화답으로 다윗은 지구를 창조하신 하느님에 대한 노래를 부른다.

‘하프를 연주하는 다윗 왕’(1622), 헤라드 반 혼토르스트 | 공개 도메인

“그의 아래에 있는 백성은 행복하도다.
그래, 주님을 하느님으로 모시는 백성은 행복하도다!”

호머와 다윗은 금세 친구가 되어 나란히 앉아 노래를 부른다. 함께 앉아 노래를 부르지만 그들의 노래는 사뭇 다르다. 호머는 자연, 폭풍, 전투 등의 사물에 대해 노래하며 운율을 만들어 간다. 반면 다윗은 세상 만물에서 그것을 창조한 대상을 느끼고 창조자에 대해 노래한다. 그들의 노래를 감상하던 병사 중 한 명은 다윗에 대해 “(그는) 감옥에 갇히거나 눈이 멀거나 귀가 먹더라도, 심지어 병이 들거나 외톨이가 되더라도 여전히 그의 노래는 하느님의 위엄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노래를 통해 완성되다

‘좋은 스토리텔링’은 많은 이들의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이야기를 이끄는 것은 규율과 이해가 필수적이다. 그리고 영감과 애정 또한 필수적 요소이다.

소설 속에서 탄생한 이 비(非)역사적인 만남은 두 인물의 노래하는 방식이 만나 어떻게 서로를 보완하는지를 보여준다. 호머는 사물 그대로에 이끌렸지만, 다윗은 그것을 만든 분에게 이끌렸다. 둘의 노래는 세상의 실재(實在)와 그것을 만드신 하느님을 보여주며 하나로 통일된 전체적 세상을 형성한다.

헤일은 두 인물의 대조와 조화를 통해 스토리텔링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동시에 두 가지 개념이 세상을 살아가는 인물들을 어떻게 연결하는지를 보여준다. 호머는 우리로 하여금 세상의 진리를 알고 사랑하게 만들지만, 다윗은 그 진리를 창조하고 영감을 준 이에 대해 알게 해 그를 더욱 사랑하고 존경하게 만든다.

우리가 헤일의 소설이 담은 메시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될 때, 비로소 온전히 이야기를 이해하게 될 것이다. 사람의 일생 또한 개개인의 이야기이다. 우리의 이야기를 계속 만들어갈 때 세상의 진리에 대한 이해와 애정뿐만 아니라 그 진리를 창조한 이에 대한 애정도 함께 가져야 한다. 이 원리를 이해하고 실천할 때 우리는 더 큰 스토리텔러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케이트 비디모스는 댈러스 대학을 졸업하고 영어 학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녀는 모든 형태의 스토리텔링을 추구하며 현재 동화책을 집필하고 있습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기사화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