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브릭스 가입 공식 거부…“공산주의자와 관계 끊을 것”

앤드루 머랜
2024년 01월 2일 오후 4:59 업데이트: 2024년 01월 2일 오후 5:24

밀레이 대통령, 공산주의 중국이 주도하는 브릭스 거부 공식화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이 중국을 필두로 한 ‘브릭스(BRICS)’에 가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브릭스는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경제 5개국 모임으로, 이 협력 관계를 주도하는 것은 다름 아닌 중국이다.

밀레이 대통령은 지난 22일 브릭스 회원국 정상에게 서한을 보내 “아르헨티나가 브릭스에 가입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적절치 않다고 판단된다”고 전했다.

이어 “현 정부의 외교정책 기조는 전 정부와 여러 측면에서 다르다”며 “전 정부에서 내린 일부 결정이 재검토될 것이며, 여기에는 브릭스 가입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밀레이 정부의 브릭스 미가입은 어느 정도 예견된 바 있다.

대선 후보 시절 그는 중국·러시아 등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우리는 공산주의자들과 동맹을 맺지 않을 것”이라고 외쳤다.

지난해 8월 브릭스는 국제무대에서의 서방 패권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신규 회원국으로 승인했다. 이는 2024년 1월 1일부로 발효될 예정이었다.

그런데 밀레이 대통령이 브릭스 정식 합류를 불과 10여 일 앞두고 각 회원국 정상에게 서한을 보내 공식적인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전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브릭스 가입은 인플레이션 위기를 겪고 있는 아르헨티나 경제에 새로운 시나리오를 제시할 것이며, 이는 경제난을 극복할 수 있는 ‘큰 기회’가 될 것”이라며 브릭스 가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이어 “우리는 기존 시장을 통합하는 동시에 새로운 시장에 참여하고, 투자를 유치하며,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은 “국제통화기금(IMF) 차관의 압박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아르헨티나가 브릭스에 가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아르헨티나는 IMF에 약 430억 달러 규모의 빚을 지고 있다.

밀레이 대통령은 당선 직후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와의 화상 회의를 통해 관련 문제를 논의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아르헨티나에 필요한 구조적 해결책에 자금을 지원하는 데 협력할 것”이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개혁 추진

밀레이 대통령은 취임 후 아르헨티나 경제를 되살리기 위한 일련의 개혁을 추진했다.

마누엘 아도르니 아르헨티나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달 26일 기자회견에서 “정부는 2023년 12월 31일 자로 계약이 종료되는 공공부문 계약직 공무원에 대해 더 이상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미계약자 규모는 약 5000명이다.

여기에 더해 노동법 폐지, 연금 자동 인상 폐지, 자국 내 석유 시장 자유화, 에너지 산업에 대한 정부 개입 축소 등의 개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모두 아르헨티나의 극심한 경제난 타개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밀레이 대통령의 개혁 정책이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최근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는 수천 명의 시민들이 급진적인 경제개혁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한편, 밀레이 대통령의 가장 큰 선거 공약인 중앙은행 폐지 및 미국 달러로의 전환은 정확히 언제 이행될지 불분명하다.

기후변화 문제

밀레이 대통령이 기후변화에 관한 기존 입장을 뒤집는 움직임을 보임에 따라 그의 지지자들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르헨티나의 기후 외교관인 마르시아 레바기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모든 환경 협약을 준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과거 밀레이 대통령은 기후변화를 “사회주의적 거짓말”이라고 칭하며 기후 과학자 및 활동가들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또한 “기후변화를 인류의 잘못으로 돌리는 주장은 모두 가짜이며, 사회주의자들이 돈을 모으려는 시도일 뿐”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지난 50년간 기후변화에 대한 생태학자들의 예측이 여러 차례 빗나갔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