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 밀레이 취임 2개월 만에 재정흑자…‘경제난’ 中 네티즌 촉각

한동훈
2024년 02월 20일 오후 12:10 업데이트: 2024년 02월 20일 오후 4:57

아르헨티나 정부가 지난달 재정수지가 5184억800만 페소(약 8272억원)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중국 주요 언론들을 통해 이 소식을 접한 중국 네티즌 사이에서는 중국 지방정부의 재정 적자 문제와 관련해 아르헨의 흑자 전환 비결에 관해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지난 17일 아르헨 경제부 장관 루이스 카푸토는 공식 트위터 계정을 통해 “정부 수지가 흑자를 기록한 것은 2012년 8월 이후 처음”이라며 이같이 발표했다.

적자였던 아르헨의 달러 보유고와 재정수지가 자유주의 경제학자 출신의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취임 후 불과 2개월 만에, 재정적자 12년 만에 흑자로 돌아선 것이다.

카푸토 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앞으로 부채 이자 지급으로 인해 재정이 적자를 기록할 일은 없을 것”이라며 “재정 균형에 협상은 없다”는 표현으로 긴축재정에 관한 강한 의지를 분명히 했다.

중국 네티즌 “아르헨, 규제 완화로 경제 활성화”…부러움 섞인 시선

아르헨 정부가 재정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은 중국에서 큰 관심을 받았다.

한 경제 전문가는 “밀레이의 전략은 특별한 게 아니다”라며 “경제 성장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경영 관리를 기업에 맡겨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인 것”이라며 “정부 조직을 간소화하고 불필요한 부분을 과감하게 줄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정부 조직의 간소화는 경제에 큰 활력을 불어넣어 아르헨 자국 기업들에 격려가 됐고 동시에 외국 자본을 대량으로 유입시켰다”고 덧붙였다.

아이디 젠잔(Jenzhan)은 “많은 사람이 아르헨의 인플레이션을 지적하는데, 아르헨의 인플레이션은 과거 중도좌파 연립정부 시절의 재정 적자 급증과 무제한 화폐 발행이 주된 원인이라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격 규제 완화로 인한 일시적인 고통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어쨌든 무역 흑자와 재정 흑자를 실현한 지금, 이 흑자를 1년 이상 유지할 수 있다면 다시 화폐를 마구잡이로 발행하지 않는 한 인플레이션은 자연히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올바른 관리 방법과 올바른 경제 방향이 사회를 올바른 길로 인도한다. 공공 부문이 비대해지고 자원이 항상 국유기업에 독점된다면 시장은 확실히 활성화되지 않을 것”이라며 국유기업에 자원을 우선 배정하는 자국 정권을 간접 비판했다.

아르헨, 베네수엘라보다 높은 인플레…밀레이 취임 후 파격 대책

아르헨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공식 데이터에 따르면, 중도좌파 연립정부가 집권했던 지난해 아르헨의 연말 물가상승률은 211.4%로 1990년대 초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베네수엘라(193%)보다 높은, 라틴아메리카 내 최고 수치다.

지난해 12월,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취임한 밀레이 대통령은 ‘경제 충격 요법’을 시작했다. 그 첫 단계로 국내 통화인 페소화의 가치를 54% 평가절하했다. 수출을 촉진하고 수입세 수입을 늘리는 것이 목표다.

밀레이가 내놓은 다른 경제 정책으로는 정부 부문 절반 축소, 지방정부 예산 삭감, 공공사업 중단 등이 있다. 이러한 정책들은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경제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선거 전 유세 기간에 밀레이 당시 후보는 미국, 이스라엘과의 관계 강화를 내세우며 사회주의·권위주의 세력과 싸우겠다는 외교 노선을 내세웠다.

또한 중공(중국 공산당)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중국 본토에는 자유가 없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대통령에 취임한 후에는 중공이 추진하는 브릭스(BRICS)에서 탈퇴했다.

이를 두고 벨그라노 대학의 자본시장, 글로벌 경제 전문가인 오거스틴 에체바르네 경제학 교수는 중국(중공), 러시아, 이란, 베네수엘라 등을 권위주의 국가로 지목하며 “밀레이가 아르헨을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세계로 끌어들였다”고 평가했다.

‘극우·시장주의자’ 밀레이, 서민 고통 증가시켰나?

밀레이 정부의 흑자 전환 발표 다음 날인 18일, 아르헨의 빈곤율이 2023년 12월 49.5%에서 2024년 1월 57.4%로 2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부정적인 내용이 보도됐다.

로이터 통신은 이날 현지 언론을 인용, 아르헨 가톨릭대학(UCA) 산하 아르헨 사회부채 관측소가 펴낸 ‘아르헨티나 21세기: 만성적 사회부채와 증가하는 불평등. 전망과 도전’ 보고서에 이런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밀레이 대통령이 취임 직후 단행한 페소화 평가 절하와 그에 따른 물가 인상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다만 로이터는 보고서 사본을 받아 볼 수 없었고 UCA가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일부 한국 좌파 언론들은 밀레이 대통령이 흑자 전환을 ‘자축했다’는 소식과 함께, 빈곤율이 올라갔다는 내용을 함께 묶어 보도했다.

그러나 사회부채 관측소가 중도좌파 연립정부 집권 기간인 지난해 3분기 아르헨의 빈곤율을 44.7%라고 발표했으며 “2024년에도 빈곤 수치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는 내용은 전하지 않았다. 밀레이 대통령의 정책이 빈곤율 증가 폭에 영향을 미쳤을 수는 있지만, 당시의 아르헨 경제 상황에 비춰 볼 때 빈곤율 증가는 예상됐던 일이라는 것이다.

작년 12월 현지 일간지 인터뷰에 따르면, 아르헨은 지난 123년 중 113년간 재정 적자를 겪으면서도 지난해 40%대 빈곤율을 벗어나지 못했다.

카푸토 경제장관은 에너지·교통 보조금 삭감에 따른 서민·청년층 반발이 예상되는 가운데서도 “마트에서 올린 가격으로 사람들의 교통비를 내주는 것”이라며 물가상승-보조금 지급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밀레이 정부가 진단한 아르헨의 주요 문제는 만성적인 재정 적자다. 카푸토 경제장관은 지난해 언론에 배포한 영상을 통해 “경제난이라는 결과만 지적할 뿐, 누구도 재정 적자라는 원인은 지적하지 않는다”며 근본적인 개혁 방침을 확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