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고, 걸고, 매고, 신고…도포자락 아래 감춘 조선 선비들의 ‘멋’

연유선
2024년 01월 17일 오후 8:38 업데이트: 2024년 01월 17일 오후 8:38

매일 아침 일어나 머리를 정갈하게 빗고 상투를 틉니다. 상투가 풀리지 않게 ‘동곳’을 꽂고 ‘망건’을 두르면 외출 준비의 절반이 끝납니다.

여기에 안경, 구슬갓끈, 부채와 장식용 선추 등 다양한 액세서리를 조합하면 비로소 멋쟁이 조선 선비의 의관이 완성됩니다.

경기 남양주 실학박물관에서 전시 중인 ‘조선비쥬얼’은 조선 후기 남자들이 사용한 장신구를 총망라한 전시입니다.

4부로 나뉜 전시에는 국가민속문화재인 능창대군 망건과 영친왕 망건을 비롯해 남자 귀걸이, 부채, 선추 등 100여 점이 등장하는데요.

여성 장신구에 초점을 맞춘 기존의 전시와 달리 남자 장신구를 한자리에 총망라한 전시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격식에 맞게 옷차림을 갖추고 바르게 행동함을 중시한 우리 조상들의 지혜와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학예 연구사|정미숙 “조선 선비들은 어떤 장식품들을 좋아했는지, 각각의 장식품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남자들의 다채로운 장신구 속에서 그들의 미의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조선 남자를 상징하는 장신구 중 으뜸은 단연 ‘갓’이죠. 당시 집 한 채 가격을 호가하기도 했던 갓은 외출할 때 반드시 착용해야 했습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숭실대학교를 설립한 선교사 ‘윌리엄 베어드’가 착용했던 큰 갓이 눈길을 끕니다.

갓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장인 3명이 필요한데, 갓의 유려한 곡선을 살리기 위해 인두질을 하는 것을 ‘트집 잡기’라 합니다. 그만큼 예민하고 섬세한 작업이었다는 뜻이죠.

특히 이번 전시에선 국가민속문화재인 능창대군의 망건과 영친왕의 망건도 볼 수 있습니다. ‘망건’은 상투를 튼 머리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말총으로 만든 머리띠입니다. 인조의 동생인 능창대군의 망건은 가느다란 말총을 기하무늬로 섬세하게 짰습니다.

조선시대 기혼 남성의 망건에 다는 장식인 관자의 재료는 조선시대 신분사회에서 관품을 상징했습니다. 1~2품은 옥관자와 금관자, 3품은 무늬를 새긴 옥관자를 달았습니다. 이곳의 맥이 뛸 때 관자가 움직인다는 데에서 ‘관자놀이’라는 용어가 생겼습니다.

‘세조대’는 가슴 위치에 둘러매는 끈으로, 당상관은 적색, 당하관은 청색을 사용했습니다. 띠를 묶지 않으면 옷이 풀어지고 가슴이 보이는데요. ‘창피하다’라는 말이 여기에서 나왔습니다.

조선 선비들은 엄격한 제한과 규제 아래에서도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멋을 표출했습니다.

‘의관정제(衣冠整齊)’,예와 격식을 갖추어 옷을 바르게 입고 모자를 갖춘다.

우리 조상들은 격식에 맞추어 바르게 차려입음으로써 바른 마음가짐과 자세가 갖추어진다고 생각했습니다.

‘의관정제’는 그저 남들에게 내 멋을 보여주는 수단이 아니라, 그것이 곧 한 사람의 인품을 드러내는 것이라 여겼습니다.

학예 연구사|정미숙 “현대인들이 본받을 만한 것은 바로 정갈하고 바른 차림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남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아닐까…”

이번 전시에선 초상화 속 인물의 모습을 통해 관리의 옷인 관복과 학자의 옷인 심의를 소개합니다.

특히 정조의 장인인 김시묵의 초상화는 보존 처리를 마치고 일반에 처음 공개됩니다.

또 ‘안경’과 ‘안경집’, 선조 이전 필수 장신구였던 귀걸이, 부채 등 남성들의 미의식을 확인할 수 있는 다채로운 장신구를 볼 수 있습니다.

조선 남자들의 장신구를 전시한 ‘조선 비주얼’은 오는 2월 25일까지 실학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계속됩니다.

Track : 서리꽃 (Frost flower) / Composer : 눈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