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코로나? 중공 바이러스다” 발언한 中 교수 만기출소

강우찬
2023년 09월 11일 오후 5:08 업데이트: 2023년 09월 11일 오후 5:08

베이징과학기술대 전 교수 3년6개월 징역 만료
법원, 공판 질질 끌다가 만기 하루 전 ‘맞춤’ 선고

중국 공산당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을 비판한 전직 교수가 3년 6개월의 징역형 만료로 출소하면서 그의 과거 발언이 재조명되고 있다.

외국에 서버를 두고 중국의 인권상황에 관한 뉴스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웨이췐(維權)네트워크에 따르면, 지난 9일 천자오즈(陳兆志·71) 전 베이징과학기술대 교수는 형 만료로 출소했다.

천 전 교수는 옥고를 겪으며 건강 상태가 악화되고 심각한 알츠하이머 증세로 의사소통마저 어려워 혼자서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소식이 그의 변호사를 통해 전해졌다.

베이징과학기술대 교수로 재직하다 정년 퇴임한 천 전 교수는 공산당 정권의 눈 밖에 날까 봐 몸을 사리는 중국 학계에서도 거침없는 발언을 이어간 원로 학자다.

그는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로 학살된 피해자들 대변하거나 공산당 간부들의 자산 공개를 요구하는 등 체제에 대한 비판을 공개적으로 표명했기에 여러 차례 체포된 바 있다.

지난 2020년 초 중국 정부가 당시 ‘우한폐렴’으로 불리던 질병의 병원체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新冠病毒·신관빙두)’로 명명하자, 이에 대해 ‘중국 공산당이 바이러스의 기원을 감추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천 전 교수는 “이것은 우한폐렴이며, 그 바이러스는 중국 공산당이 만든 것이므로 중공(중국 공산당) 바이러스라고 불러야 한다”며 “중국 공산당이 전염병을 은폐하면서 부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정권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결국 천 전 교수는 그해 3월 구속돼 베이징 구치소에 구금됐다. 그에게는 ‘소란난동죄(尋釁滋事罪 ·심흔자사죄)’ 혐의가 적용됐다.

이는 트집을 잡아 시비를 걸고 말썽이나 소란을 일으킨다는 의미이며 정권을 비판하는 이들에게 주로 적용된다. 코로나19 전염 상황에서는 방역 정책을 비판하거나 실제 상황을 폭로한 이들을 탄압할 때 죄목으로 사용됐다.

베이징 하이뎬구 지방법원은 구금 1년 만인 2021년 3월 중순에야 심리를 열었고, 검찰은 징역 2년 반을 구형했다. 천 전 교수의 변호사는 당시 69세의 고령인 그의 건강 상황을 고려해 보석을 요구했으나 법원은 이를 거부했다.

당초 재판은 2021년 12월 완료될 예정이었으나, 법원은 아무런 설명 없이 시간을 끌며 선고기일을 미뤘다. 그러다가 올해 5월, 검찰이 구형한 징역 2년 6개월보다 8개월 긴 3년 2개월째에 절도 혐의로 추가 기소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또한 알츠하이머 증세로 의사소통이 원활치 않은 천 전 교수가 변호인 면담을 통해 직접 해고를 통보하고 국선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와 관련, 천 전 교수의 가족들은 원래 변호인이었던 베이징의 변호사 마강취안(馬鋼權)에게 “자주 방문하지 말아달라”며 설명을 거부하면서 법원과 정부로부터 큰 압박을 받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천 전 교수의 선고공판이 열린 것은 지난 9월 8일이었으며, 추가된 혐의까지 포함한 형량은 징역 3년 6개월로 바로 다음 날인 9월 9일 만기일이었다.

이를 두고 당국이 처음부터 천 전 교수를 3년 이상 잡아둘 생각이었으며, 중간에 혐의를 추가해 날짜를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다.

마강취안 변호사는 2021년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 “천 전 교수의 감금은 부당하다”며 “중국 헌법 제35조는 국민에게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천 교수는 개인적인 견해를 밝혔을 뿐이므로 체포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천 전 교수는 당국에 대한 직설 외에도 중국에서 지식재산권 보호에 관해 처음으로 공론화를 요구한 인물로 알려졌다. 그는 100명여 명의 발명가, 과학자들과 전국인민대표대회에 보낸 공동서한에서 지식재산권 보호를 촉구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