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하고 장엄한 ‘축제’ 현장 화폭에 담다

미셸 플라스트릭(Michelle Plastrik)
2023년 10월 31일 오후 11:20 업데이트: 2024년 02월 5일 오전 11:28

역사와 신성의 도시, 베네치아의 ‘축제’

‘축제’라는 단어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종종 여흥을 동반하는 화려한 축하 행사를 의미하거나 성스러운 인물을 기리는 종교적 의식을 의미하기도 한다.

집단에서 공동으로 개최하는 축제는 초기 신석기 시대의 벽화에서부터 나타났다. 고대 그리스에서는 사회 필수 요소로 진행된 ‘심포지엄’이라는 특별한 축제가 있었다. 심포지엄은 플라톤의 저서 ‘향연’에도 기록되어 있다. 이후 축제는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서 흔하게 보였고, 다양한 형태로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가나의 결혼식’

‘가나의 결혼식’(16세기 경), 파올로 베로네세. 캔버스에 유채. 파리 루브르 박물관 | 공개 도메인

잔치의 여러 형태 중, 만찬이 포함된 장면을 포착한 작품으로는 대표적으로는 ‘최후의 만찬’과 ‘가나의 결혼식’을 꼽을 수 있다. ‘가나의 결혼식’은 중세에 발간된 성경 시편 서적의 삽화로도 활용되었다.

이 작품을 탄생시킨 이탈리아 출신 화가 파올로 베로네세(1528~1588)는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한 위대한 베네치아 화가로 불린다. 그의 걸작 중 하나로 꼽히는 ‘가나의 결혼식’은 루브르 박물관에서 ‘모나리자’의 맞은편에 배치되어 매일 수많은 관람객의 눈을 즐겁게 하고 있다.

이 작품은 베네치아의 섬 ‘산 조르조 마조레’에 위치한 수도원의 식당 벽을 장식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파올로는 그림을 의뢰받고 단 15개월 만에 작품을 완성했고, 이 작품은 평단과 대중의 극찬을 받았다. 그리고 1797년, 프랑스 군인들에 의해 그림은 약탈당했고, 그 후 지금까지 프랑스에 남아 현재는 루브르 박물관을 빛내고 있다.

화려한 잔치 속의 그리스도와 성모

파올로는 화려하고 호화로운 장면을 화폭에 담는 것을 즐겼다. 세속적인 장면뿐만 아니라 종교적 장면을 묘사할 때도 화려한 요소를 빼놓지 않았다. 신성한 주제를 다루더라도 그 배경에는 호화로운 의상을 입은 군중을 배치해 화려한 색채 표현을 구사하는 것이 그의 특징이었다. ‘가나의 결혼식’은 파올로의 작품에서 주로 보이는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대표적인 예로 꼽힌다.

‘가나의 결혼식’(16세기 경)의 일부, 파올로 베로네세. 캔버스에 유채. 파리 루브르 박물관 | 공개 도메인

이 작품은 성 요한 복음서의 한 일화를 담고 있다. 그림 속 그리스도는 축제에 참석한 130여 명의 사람 앞에서 항아리에 담긴 물을 포도주로 바꾸는 기적을 행하고 있다. 파올로는 그림 가운데에 그리스도를 배치하고, 그 옆에 성모를 앉혔다. 그리고 그들 뒤 후광을 표현해 한눈에 보이게 묘사했다.

‘가나의 결혼식’(16세기 경)의 일부, 파올로 베로네세. 캔버스에 유채. 파리 루브르 박물관 | 공개 도메인

그림의 가장 오른쪽에는 하인들이 포도주를 따르고 있다. 그리고 그 포도주는 화면 가장 왼쪽의 신랑 신부에게 전달된다. 연회장을 가득 채운 긴 탁자 위에는 금과 은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접시와 유리그릇, 음식, 화려한 무늬의 비단 직물 등이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다.

그림 상단에는 축제를 구경하는 관중들이 가득하다. 그들 뒤에는 맑고 푸른빛의 하늘이 펼쳐져 있다. 화면 가운데의 네 명의 악사는 당대 유명 예술가인 티치아노, 틴토레토, 바사노의 얼굴을 차용해 그렸다. 가장 왼쪽에는 그림의 작가 파올로 본인이 등장했다.

가로 약 10미터, 세로 약 7미터에 달하는 초대형 작품인 ‘가나의 결혼식’은 베네치아의 호화롭고 화려한 축제 장면에 성서의 내용을 잘 녹여낸 걸작으로 알려져 있다.

‘베네치아 – 성 로코 축일’

베네치아 출신의 또 다른 예술가 조반니 안토니오 카날레토(1697~1768)는 극장 무대 화가인 아버지에게서 예술을 배웠다. ‘경치와 전망의 화가’로 불렸던 그는 베네치아를 비롯한 도시의 모습을 생생하고 정교하게 그리는 것으로 이름을 알렸다.

‘베네치아-성 로코 축일’(1735), 조반니 안토니오 카날레토. 캔버스에 유채. 런던 내셔널 갤러리 | 공개 도메인

그의 경력에서 예술성을 가장 극찬받았던 시기는 1730년대이다. 이때 그가 완성한 작품 중 하나인 ‘베네치아 – 성 로코 축일’은 도시의 풍경과 함께 베네치아의 축제를 기록한 작품이다. 가톨릭 성인 중 한 명인 성 로코는 역병(페스트)을 막는 수호성인이다. 그를 기리는 날인 8월 16일에 행해지는 축제의 모습을 카날레토가 화폭에 담았다.

‘베네치아-성 로코 축일’(1735)의 일부, 조반니 안토니오 카날레토. 캔버스에 유채. 런던 내셔널 갤러리 | 공개 도메인

그림 오른쪽에는 성 로코 교회가 있다. 미사를 끝낸 많은 사람이 입구를 통해 광장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림 가운데에는 성 로코 대학 건물이 자리 잡고 있다. 카날레토는 대학 건물의 석조물과 기둥, 조각 등을 세밀한 붓으로 하나하나 그려 넣었다.

‘베네치아-성 로코 축일’(1735)의 일부, 조반니 안토니오 카날레토. 캔버스에 유채. 런던 내셔널 갤러리 | 공개 도메인

축제에는 베네치아의 고위 인사들과 외국 대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화면의 왼쪽 아래에는 황금색 예복을 입은 베네치아의 총독이 금빛 우산으로 뜨거운 햇볕을 가리고 있다. 총독의 양쪽에는 각각 검은 망토를 입은 교황청 대사관 대표와 프랑스 대사가 서 있다. 그들은 모두 성 로코를 기리기 위한 작은 꽃다발을 손에 쥐고 있다.

카날레토는 거대한 축제의 현장을 화폭에 담으며 인물의 얼굴을 어떻게 묘사할지 많은 연구를 했다. 그는 모두의 얼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아닌 이마와 뺨에 하이라이트를 사용해 머리의 각도와 표정, 눈과 턱, 코를 묘사했다. 주요한 인물은 얼굴을 비교적 자세히 묘사했고, 배경이 되는 인물은 이목구비를 단순화해 그렸다. 또한 저울을 들고 있는 상인, 잠재적인 소매치기로 보이는 인물, 구걸하는 사람 등은 복장과 자세를 통해 개별적인 특징과 개성을 부여했다.

장엄하고 화려한 축제의 모습을 담다

‘가나의 결혼식’을 통해 파올로 베로네세는 신성한 기적을 행하는 그리스도의 모습을 화려하고 아름다운 축제의 현장에 포함해 그려냈고, 카날레토의 ‘베네치아 – 성 로코 축일’은 장엄하고 거대한 축제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두 작품은 공통적으로 신성함을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역사와 예술의 도시 베네치아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걸작으로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

미셸 플라스트릭은 뉴욕에 거주하며 미술사, 미술 시장, 박물관, 미술 박람회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글을 쓰고 있습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기사화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