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과 노선투쟁? 리커창 “중국 경제, 허리띠 졸라매야 할 때”

리윈(李韻)
2020년 6월 9일
업데이트: 2020년 6월 10일

뉴스분석

“리커창이 시진핑에게 따귀를 날렸다. 그는 이제 더는 시진핑을 위해 누명을 뒤집어쓰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신종 코로나(중공 바이러스)로 중국경제가 크게 꺾이면서 중국 지도부의 분열은 갈수록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지난달 전인대 폐막 후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와 리커창 국무원 총리의 갈등이 주목된다.

지난 4일 장위샤오(張宇韶) 대만 정치대 동아시아연구소 박사 겸 양안정책협회연구원은 대만매체 싼리(三立)신문 명사칼럼 코너에서 “리커창은 정치적 야심이 있다고 할 수 없지만, 시진핑 대신해 모든 책임을 쓰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리커창 총리야말로 일선에서 일하는 사람이며 중국의 경제 침체와 사회 갈등의 실상을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위샤오(張宇韶) 대만 정치대 동아시아연구소 박사 겸 대만 양안정책협회 연구원 | 에포크타임스

장위샤오 박사에 따르면, 내부 갈등이 아무리 심각해도 대외적으로는 항상 통일된 모습을 보인다는 공산당의 불문율에 비추어 본다면 최고 지도자 두 사람의 노선 갈등은 매우 이례적이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달 28일 중국 전인대(전국인민대표대회) 폐막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에게 “올해 원년으로 선언한 빈곤 탈출이 가능하겠냐”는 질문을 받자 “현재 중국인 6억명이 매월 1,000위안(약 17만원)을 번다”며 “중급도시에서 집세, 세금 내기도 부족한 수입이다. 거기다 전염병까지 닥쳤다”고 깜짝 발언했다.

중국 경제 전망을 보고하는 전인대에서 ‘안살림’을 맡은 리커창 총리는 올해 GDP 성장률을 발표하지 않았다. 그만큼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방증이다.

일각에서는 빈곤 탈출이 아니라 빈곤으로 돌아간다는 앓는 소리까지 나온다. 도시 지역에서는 최저생활보장제도, 실업보장 등으로 지원해야 할 빈곤인구가 늘어나고 있다.

그 대신 리커창 총리는 전인대 폐막 연설에서 “허리띠 졸라매야 하는 나날”(緊日子)이란 표현을 여러 번 사용했다.

리커창 총리는 “중앙이 앞장서서 허리띠 졸라매야 하는 나날을 보내야 한다”, “각 지방 정부에서는 모두 허리띠 졸라매야 하는 나날을 보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그는 ‘노점 경제’도 말했다. 노점상을 장려해 일자리를 늘리고 내수경제도 활성화하자는 주장이었다.

폐막 기자회견 나흘 뒤인 이달 1일에는 산둥성 시찰 도중 노점상을 찾아가 “노점 경제는 중요한 일자리 창출로서 중국 경제의 활력”이라고 말했다.

장위샤오(張宇韶) 대만 정치대 동아시아연구소 박사는 “시진핑의 중국몽을 깨는 발언”라고 평가했다.

장위샤오 박사는 “리커창이 제시한 ‘노점 경제’는 바로 중국 개혁개방의 초기 산물”이라며 “30년 전으로 후퇴하자는 주장으로 지금 정권이 홍보하는 경제발전에 대한 풍자”라고 했다.

시진핑 총서기는 올해 1월 신년사에서 “2020년에는 온 국민이 풍족하게 먹고사는 사회(샤오캉·小康)를 이룬다”고 약속했다. 그리고는 이달 1일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를 통해 발표한 글에서 “전면적인 샤오캉사회를 실현하는 목표를 대체로 달성했다”며 “효과가 당초 예상한 것보다 훨씬 좋았다”고 자화자찬했다.

시진핑의 ‘풍족하게 먹고살며 편안함을 누리는 샤오캉 사회’와 리커창의 ‘허리띠 졸라매며 노점상 하는 사회’는 확실히 다른 그림이다.

지난 1일 산둥성 옌타이시 주택가의 노점상을 방문한 리커창 총리 | 바이두 화면 캡처

장위샤오 박사는 이러한 리커창의 노선투쟁을 시진핑이 자초했다고도 했다. 시진핑이 집권 후 끊임없이 권력을 자신에게로 집중하면서 총서기-총리 체제를 무너뜨렸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시진핑은 측근이자 당내 서열 3위 리잔수(栗戰書) 전인대 상무위원장을 통해 헌법을 개정해 국가주석의 임기를 철폐했고, 왕후닝(王滬寧) 중앙서기처 서기를 최고 권력집단인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앉혀 집권 강화를 시도했다.

그리고 장쩌민과 후진타오의 책사였던 왕후닝은 시진핑을 숭배의 대상으로 만들며 그간 당내 여러 규율을 무너뜨리도록 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공산당 총서기와 국무원 총리 간의 권력 분담 시스템이다.

장위샤오 박사는 “총서기는 당 업무와 군사권을 통솔하고 행정부 격인 국무원은 정책 등 안살림을 맡는다. 전임정권인 장쩌민-주룽지, 후진타오-원자바오 역시 그러했다”면서 “그런데 시진핑이 권력을 확대하면서 리커창은 약체 총리로 전락했다. 책임만 있고 권력은 없는 상황에서 리커창의 불만을 이해하기 어렵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5월 리커창 총리의 산둥 시찰 언론 보도를 사례로 들었다. 당시 리커창은 한 주민에게 물가 동향을 물었는데, 이 주민은 “과일값이 몇 배나 올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리커창은 못 미더워하며 여러 차례 물었지만 모두 같은 대답을 들었다.

장위샤오 박사는 “원래 중국의 정치적 관행을 본다면, 이런 일화는 언론에 보도되지 않아야 했지만 신화통신을 통해 전국에 알려졌고 국무원 홈페이지에도 그대로 전재됐다”며 “이는 리커창이 우회적으로 시진핑에 대해 반의를 나타낸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후 홍콩에서 송환법 반대 시위가 발생하고, 올해부터는 중공 바이러스(우한폐렴)이 확산했다. 리커창은 방역을 지휘하고 빈곤탈출 추진하는 등 이중, 삼중고를 겪어야 했다. 그 사이 권력은 끊임없이 그의 손에서 빠져나갔다.

그리고 두 달간 연기된 끝에 열렸던 전인대에서 리커창 총리는 국내총생산(GDP)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지만 ‘6억명의 월 소득이 1,000위안 이하’ 발언으로 시진핑의 빈곤탈출 선언을 무색하게 했다.

장위샤오 박사는 “중국 공산당 시스템에서 GDP 수치 공개는 사전협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리커창이 GDP에 대해 밝히지 않은 것은 사전에 그렇게 하기로 협의가 이뤄졌음이 틀림없다”고 짐작했다.

이어 “그런데 리커창은 우회적으로 이를 알렸다”며 시진핑에 대항한 노선투쟁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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