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 3의 중요성…우리 사회를 완성하는 세 가지 요소

제임스 세일
2024년 01월 3일 오전 6:15 업데이트: 2024년 02월 5일 오전 11:27

숫자 ‘3’은 신학과 신화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대부분의 종교, 신화 속 주요 인물은 3명으로 조합돼 있다.

그리스・로마 신화 속 최고의 신은 하늘의 신 제우스, 바다의 신 포세이돈, 지하의 신 하데스 삼형제다. 힌두교 3대 신은 창조의 신 브라마, 보존의 신 비슈누, 파괴의 신 시바다. 기독교에서는 성부, 성자, 성령 세 명으로 이뤄진 삼위일체가 곧 하나님 한 사람이라 여긴다.

‘삼위일체’(1917), 막스 퓌르스트 | 공개 도메인

특히 기독교에서 중요시했던 ‘삼위일체 사상’은 단순히 신화, 종교에만 적용되는 개념이 아니다. 삼위일체는 이미 우리 현실 속 여러 분야에 녹아 있다.

공간이라는 개념은 길이, 너비, 높이의 세 가지 차원으로 구성된다. 시간 또한 하나의 개념이지만 과거, 현재, 미래라는 세 가지 차원을 가지고 있다. 질량은 고체, 액체, 기체의 세 가지 상태로 존재한다. 철학, 즉 이성은 정립, 정반합, 종합 세 가지의 작용으로 볼 수 있다. 인간은 전통적 개념에서 몸과 마음, 영혼으로 이뤄져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처럼 세 가지 요소로 구성된 것은 어떠한 개념을 완성하는 데에 높은 신뢰도를 부여한다. 그러나 어떤 주장이나 신념을 증명(검증)하는 데 있어서는 이것이 종종 간과된다. 사람들이 자신의 신념을 주장하거나 논쟁을 벌일 때는 증명이 필요하다. 이는 종교나 사회적, 미학적 고려 사항뿐 아니라 정치 분야에도 적용된다.

증명의 세 가지 요소

증명을 완성하는 세 가지 요소는 무엇일까. 첫 번째 요소는 전통이다. 전통은 증명의 한 형태기도 하다. 오래전부터 행해진 관행은 전통으로 자리 잡아 질문의 해답이 되기도 한다. 이는 사회적 관행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과학에도 적용된다. 미국의 과학사학자이자 철학자인 토마스 쿤(1922~1996)이 ‘과학 혁명의 구조’에서 언급했듯이, 과학자들은 기존의 가정에 도전하기보다는 기존 이론을 다듬고 확장하는 데에 집중한다.

‘마틴 루터가 쓴 95개 논제를 문에 박다’(1872), 페르디난드 포웰스 | 공개 도메인

두 번째 요소는 권위다. 학문적 가치를 지닌 책, 성경과 같은 종교 서적은 증거의 원천이 된다. 이는 과거 가톨릭과 개신교의 충돌에서 예를 찾을 수 있다. 초기 개신교는 일부 가톨릭의 전통을 거부했는데, 이는 성경 속 일부가 가톨릭의 전통과 어긋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개신교가 시작될 당시 성경은 있었지만, 초기 단계라 전통은 없었다. 그러나 400여 년이 지나고 개신교는 각기 다른 교파에서 수많은 전통을 쌓아 올렸다. 개신교는 일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성경이 가진 권위를 근거로 새로 생성된 전통을 정립했다.

마지막 세 번째 요소는 양심으로 불리기도 하는 ‘내면의 목소리’다. 내면의 목소리는 개인의 내면에서 무엇이 참인지 거짓인지, 옳은지 그른지를 알려준다. 가톨릭과 개신교가 분리되던 시기, 퀘이커교도들은 가톨릭 전통과 성경의 권위를 거부했다. 성경 대신 그들은 내면의 목소리를 통해 말씀하시는 하나님의 음성을 받아들였다. 이처럼 증명의 세 가지 요소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발생하고 확립됐다.

‘명상’(1900), 존 조지 브라운. 캔버스에 오일.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 공개 도메인

증명의 한 요소만을 따르다

우리는 신념이나 개념을 증명할 때 세 가지 요소를 모두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 한 가지 요소만을 중요시하거나 다른 것을 배제할 때 문제가 발생하고, 이는 곧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시빌라와 예언자’(1495), 안드레아 만테냐. 캔버스에 안료와 금. 신시내티 미술관 | 공개 도메인

세 가지 요소의 중요성은 유럽 역사를 통해 이해할 수 있다. 중세 시대 유럽은 전통이 인류의 모든 부분에 대한 증거로 작용했다. 이후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을 거쳐 인쇄기가 등장하고 세상은 경전과 권위 있는 서적에서 증거를 찾는 권위주의 시대에 접어든다. 두 가지 요소가 공존하며 사람들은 신념을 전달하고 개념을 확립했다. 그러나 현대인은 과거와 다른 양상을 보인다.

현대 사회는 2차 세계대전과, 20세기 중반 프랑스에 등장해 유럽 전역으로 퍼진 탈구조주의 등을 거치며 내면의 목소리가 증명의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 그러나 현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증명의 요소인 ‘내면의 목소리’는 과거 퀘이커 교도들이 따랐던 하나님의 말씀에 기반한 양심이 아닌 ‘내가 느끼는 것’이 옳다는 개념으로 변질됐다.

변질된 내면의 목소리를 증명의 근거로 한 신념은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PC 운동(Political Correctness·정치적 올바름)이라는 미명 아래 전통과 권위를 거스르는 신념이 주류 신념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이러한 신념이 입증돼 사회 전반에 공유되는 것은 전통의 공백과 권위를 지닌 학문의 부재 탓이다.

세 가지 요소의 가치

‘명상’(1911), 장 폴 로랑 | 공개 도메인

현대의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증명의 세 가지 요소를 모두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전통의 가치를 다시 상기하고, 권위 있는 학문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 위대한 전통에서 파생된 가치, 권위 있는 학문, 신성에 기반한 내면의 목소리 이 세 가지를 모두 기준으로 삼아 증명해야 한다. 이러한 증명을 기반으로 한 신념은 우리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하는 길잡이가 되어 줄 것이다.

제임스 세일(James Sale)dms)은 50권이 넘는 책을 출판한 작가이다. 2017년 고전시인협회 연례 대회에서 1위를 수상했으며, 최근에 시집과 ‘최고 성과 팀을 위한 동기 부여 매핑’(Routledge, 2021)을 출판했다.

*류시화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기사화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