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라는 음악의 춤’…유한함과 영속성의 대조

류시화
2023년 08월 21일 오전 9:00 업데이트: 2024년 01월 19일 오후 5:22

춤을 회화적으로 묘사한 작품은 미술사에서 계속 사랑받아 왔습니다. 또한 춤은 단순히 그 행위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어떠한 주제를 전달해 주기도 하고, 신화 속 인물이나 귀족, 평민 등 많은 계층을 대변해 주는 요소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세월이라는 음악의 춤’

17세기 프랑스의 화가 니콜라 푸생은 바로크 시대 예술의 거장 중 한 명으로 꼽힙니다. 고대 예술의 고전적 원리를 매우 존경한 그는 그 원리를 본받아 자신이 그려내는 작품 속에 순수성과 고귀함을 표현하는 동시에 형식적이면서 학술적인 구조를 구현하고자 노력했습니다.

특히 그는 고대 조각상 중 춤추는 동작을 한 작품에서 영감을 크게 받았습니다. 푸생은 인체의 움직임을 정교하면서도 우아하게 그려냈고, 특히 춤을 주제로 한 작품인 ‘세월이라는 음악의 춤’에서 그의 노력은 더욱 빛을 발했습니다.

목가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은 우화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손을 잡고 원을 그리고 있는 인물들은 의인화된 ‘계절’이 춤추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그들의 오른쪽에는 날개를 달고 있는 시간의 신 크로노스(사투르누스)가 리라를 연주하고 있습니다.

춤추고 있는 네 명의 인물은 계절을 상징하면서 동시에 인간의 삶의 여러 모습을 의미합니다. 가난, 근면, 부유함, 쾌락을 의미하는 이들은 끊임없이 순환하는 인간 일생의 주기를 리듬감 있게 보여줍니다.

푸른 옷을 입고 머리에 장미 화관을 쓴 여인이 바로 ‘쾌락’입니다. 그녀는 관객을 욕망과 유희의 세계로 끌어들이려는 듯 유혹적인 표정과 눈빛을 보내고 있습니다. 흰옷을 입고 진주로 머리를 장식한 여인은 ‘부유함’입니다. 이 둘은 손을 단단히 잡고 흥겹게 몸을 움직이며 서로 간의 밀접한 관계를 보여줍니다. ‘부유함’은 그녀 왼쪽의 초라한 차림의 ‘가난’의 손을 잡을지 말지 망설이고 있습니다. ‘가난’의 손은 도망가려는 ‘부유함’의 손을 잡기 위해 애쓰는 듯 보입니다.

녹색 옷을 입고 월계관을 쓴 남자는 ‘근면’입니다. 그는 가난의 손을 놓을 듯 겨우 잡고 있습니다. 그는 ‘부유함’을 동경하는 듯 어깨 너머로 계속 그녀를 바라봅니다.

이들은 인생에서 연속되어 나타나는 네 가지 과정을 보여줍니다. 흥겹게 리듬에 맞춰 몸을 움직이고 있지만, 그들이 맞춰 춤을 추는 음악은 ‘시간의 신’ 크로노스가 연주하는 것으로, 곧 음악은 그치게 되고 춤은 끝을 맞이하게 됩니다.

그림의 양쪽에는 어린 소년이 있습니다. 모래시계를 들고 있는 소년과 비눗방울을 부는 소년은 인생이 매우 짧다는 것을 상기하는 상징으로 등장합니다.

또한, 그림 왼편에는 로마 신화 속 문의 신 ‘야누스’의 두 얼굴이 돌기둥에 새겨져 있습니다. 그의 젊은 얼굴은 미래를 바라보고 있고, 나이 든 얼굴은 과거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이는 미래와 과거로 이어지는 영속되는 시간 속에 신이 존재함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이 돌기둥을 장식한 화려한 꽃은 영속된 존재와는 반대로 인간 삶의 속성인 일시적인 아름다움을 상징합니다.

‘영원의 춤’

땅 위에서 유한한 춤을 추는 이들 머리 위로 하늘을 가로지르는 무리가 있습니다.

새벽의 신 아우로라가 그들의 선두에서 아름다운 꽃잎을 흩뿌리며 뒤따르는 전차 위 태양의 신 아폴론의 영광을 찬양합니다. 아폴론은 영원을 상징하는 원반을 들고 신의 위엄을 뽐내고 있고, 그의 뒤에는 계절을 나타내는 요정들이 그를 따르며 춤을 추고 있습니다. 그들의 춤은 세속의 유한한 것이 아니어서 영원히 계속될 것입니다.

푸생은 인간의 유한한 삶 속에서 나타나는 네 가지 모습과 욕망이 언젠가는 사라질 덧없는 것임을 이 그림 속 인물들과 신의 배치를 통해 보여줍니다. 더불어 신과 인간을 비교해 인간의 삶이 얼마나 짧은지, 그 속에서 우리가 무엇을 추구해야 할지를 보여줍니다.

그는 정확한 계산을 통해 인물들을 배치해 그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하려 했습니다. 원반을 든 아폴론이 기준이 되어 땅 위 춤을 추는 이들 양옆의 기둥과 정확한 삼각형을 만들어 냅니다. 원과 삼각형이 만들어 내는 완벽한 구도 속에 인물들을 배치해 인간의 유한함과 영원한 신성을 대조하며 고전적 가치를 그려냈습니다.

‘춤’을 통해 인생의 덧없음과 신성의 가치를 보여주려 한 니콜라 푸생. 그의 작품은 지금까지도 계속해 사랑받으며 많은 예술가에게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