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앞두고 민심 수습? 中 공산당 “작년 부패관료 61만명 처벌”

박숙자
2024년 02월 9일 오전 11:30 업데이트: 2024년 02월 9일 오후 1:05

성부급(省部级·장차관급) 49명 처벌도 강조
평론가 왕허 “권력암투 확산 양상 드러낸 것”

중국 공산당 사정당국이 대규모 반부패 숙청을 발표했다. 공산당이 춘제(春節·춘절)라고 부르는 설 명절을 보름여 앞둔 시점에서 경제난·취업난으로 악화된 민심을 수습하기 위한 방안으로 보인다.

에포크타임스의 중국 전문가들은 중국 공산당이 대규모 숙청으로 정권의 청렴성을 내세우려 했지만, 부패 관료만 수십만 명이라는 점에서 오히려 그만큼 부패가 만연했음을 입증한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5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이날 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중기위)가 지난해 61만 명의 당 간부를 처벌했다는 내용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처벌된 간부들은 장차관급인 성장·부장(장관)급부터 농촌지역 말단 간부급까지 총망라됐다.

발표에 따르면 처벌받은 당 간부들에는 성장·부장급 간부 49명, 청장·국장급 간부 3144명, 현장·처장급 간부 2만4000명, 향장·과장급 간부 8만2000명, 일반 간부 8만5000명, 그리고 농촌 지역 및 기업 소속 간부 41만7000명이 포함됐다.

중기위는 또한 지난해 “62만6000건의 사건을 접수했다”며 부부장(차관)급 고위간부인 중관간부(中管幹部) 87명, 청장·국장급 간부 3456명, 현장·처장급 간부 2만7000명, 향장·과장급 간부 8만9000명, 전현직 마을 당서기 6만1000명이 연루됐다고 밝혔다.

아울러 ‘네 가지 형태(四種形態)’를 채택해 간부 171만8000명을 교육·처분했다고 설명했다.

‘네 가지 형태’는 중국 공산당의 정치 용어다. △일상화된 비판과 자기비판 및 웨탄(約談·면담), △대다수를 대상으로 한 가벼운 당내 기율 처분과 조직 처분, △소수를 대상으로 한 당내 기율 중징계 처벌 및 주요 업무 조정, △극소수를 대상으로 한 입안 심사 등을 가리킨다.

공산당은 당원 처벌에 관한 규정이 상세하고 세분화된 것이 특징이다. 이는 끊임없이 당원들을 자기비판과 타인에 의한 비판 앞에 몰아세워 천성적인 인성(人性)을 부인하고 강한 당성(黨性)을 갖추기 위해 마련된 장치다.

중기위는 뇌물수수자 1만7000명이 입건됐고 3389명이 검찰에 송치됐다고 밝혔다.

대규모 반부패 숙청, 새로운 내부투쟁 시사

시사평론가 왕허는 이번 대규모 반부패 숙청 발표에 관해 “중국공산당이 1년 만에 60여만 명의 간부를 처벌한 것은 중국공산당의 권력 시스템 자체가 부패의 온상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논평했다.

왕허는 시진핑 중국공산당 총서기는 집권한 후 이른바 반부패 캠페인을 10년 넘게 벌여왔지만 부패는 여전히 만연해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중국공산당의 반부패는 법치나 통일된 기준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 아닌 선별적 반부패”라고 평가했다.

그는 “공산당은 이른바 ‘네 가지 형태’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책임을 묻고 법적 처분을 내린다. 대부분 사람들은 단순히 당내 징계만 받고 대충 넘어간다. 그래서 부패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재미 정치경제분석가 루톈밍은 이번 사례를 두고 “공산당 시스템 전체가 부패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공산당은 진정한 의미의 반부패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 연휴를 앞두고 고향에 돌아가 여러 가지 현황에 대해 이야기 나눌 대중을 겨냥해, ‘이만큼 광범위하고 철저하게 반부패를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지만 본질을 놔두고 겉만 건드리는 일종의 보여주기식 행보라는 것이다.

루톈밍은 “당 간부들을 전원 체포해야 그중에 체포될 정도로 부패를 저지르지 않아 억울해할 간부 한두 명 정도 나올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중국인들의 시선”이라며 “(이 정도로 광범위한 부패는) 시스템 자체에 보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대규모 숙청의 또 다른 시사점도 명시했다. 지금까지 당 내부 투쟁이 주로 시진핑 진영 VS 장쩌민 파벌 간 권력 투쟁이었다면, 현재의 내부 투쟁은 시진핑 진영 내부의 계파 갈등으로 전환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거듭된 반부패 숙청으로 장쩌민파 간부들이 시진핑 진영으로 물갈이됐기 때문이다.

루텐밍은 숙청 기간이 길어지고 범위가 확대될수록 저항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처벌받는 부패 관리들이 필사적으로 저항하면서 국가 운영은 뒷전이 되고 중국의 혼란상은 더 깊어질 것”이라며 “공산당 정권의 말로”라고 지적했다.

* 이 기사는 쉬이양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