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 자락이 그려낸 푸른빛 전통화, ‘도자기의 매력’展

류시화
2024년 01월 20일 오후 6:06 업데이트: 2024년 02월 5일 오전 11:27

은은한 빛이 눈 부신 백자 위, 유려한 선으로 그려진 한국 전통화가 피어납니다.

화려하진 않지만, 은은한 푸른 빛이 우리 전통 고유의 멋을 전합니다.

아트플로우가 주최한 온라인 전시 ‘도자기의 매력’은 중견 회화작가 4인과 한국과 일본을 넘나들며 활발히 활동 중인 성석진 도예가가 함께 참여한 전시입니다.

[김현지 / 동양화가]
“(제가) 출강을 했던 학교에서 동료이셨던 성석진 도예가가 계셨는데요. (성석진 도예가가) 저한테 제가 그림을 그린 작품을 본인의 개인 도자전에 출품을 한번 해보는 게 어떻겠느냐 제안했어요. (이후 이어져 온) 콜라보 전시회는 저를 비롯해 송인옥, 이정은, 최문선 이렇게 4명의 화가가 참여해서 더 커지게 됐고요.”

“이 4명의 화가는 동양화와 서양화를 전공했고 각자의 회화 작품으로 활발하게 현역 작품 활동을 하시는 분들인데, 공통 분모가 하나 있다면 성석진 도예 작가의 작품을 실생활에서 항상 아끼고 사용해 왔던 애호가라는 점이었습니다.”

전통 가치를 지켜가는 작가들의 마음이 모여 ‘도화원’이라는 이름의 그룹 예술 활동이 시작됐습니다.

[김현지 / 동양화가]
“저희 회화 작가들은 갤러리의 그 하얀 벽에 작품을 걸어서 감상하는 것을 넘어서 항상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그런 바람이 있고요. 그리고 전통 도자기라는 것에 자기 예술을 투사하고 싶은 그런 욕망도 있습니다.”

“저희의 꿈을 성석진 작가가 어떻게 보면 이룰 기회를 줬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저희 회화 작가들이 굉장히 고마워하고 기뻐하고, 소중한 만남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2007년부터 2023년 제10회 도화원 전시까지 함께해 온 김현지 작가는 처음 도자에 그림을 그릴 때의 감상을 전했습니다.

[김현지 / 동양화가]
“성석진 공방에 갔는데 청화, 철화 그리고 진사라는 전통 도자 안료가 접시에 담겨 있는 걸 봤는데, 그냥 빨간색, 회색, 갈색, 흙탕물처럼 생긴 게 접시에 담겨 있었어요. 이런 걸로 그림을 그리면 가마에서 나올 때는 파란색 또는 빨간색 아니면 갈색 그런 그림이 된다는 거예요. 그래서 너무 당황스럽고 화가 입장에서는 항상 시각적으로 어떤 결과물을 집중해서 보는 편인데, 제가 예술가가 아니라 마술사가 돼야 하나 생각했습니다.”

이번 온라인 특별전은 ‘미술계의 구글이라 불리는아트시(Artsy)’ 사이트를 통해 전 세계에 한국 예술을 선보이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김현지 / 동양화가]
“아트 플로우라는 온라인 갤러리를 운영하는 송해나 대표하고는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지인인데요. 도화원전에 오셔서 이 작품들을 보셨어요. 그래서 올해는 이렇게 얘기하더라고요. 한국인으로서 한국의 어떤 예술이나 이런 한국적인 감성을 갖고 있는 작품들을 소개하고 싶다(해서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여러 차례 개인전과 단체전을 진행하며 동양화가로 활동해 온 김현지 작가는 많은 현대 예술 작품과는 다르게 화폭의 자연적 성질을 그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여 인내와 비움을 작품에 투영했습니다.

[김현지 / 동양화가]
“(화폭에) 코팅 작업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작업을 거의 안 해요. 오히려 물감이 밑으로 빠지면서 어떻게 번질지 모르는 그 상황을 어떨 때는 내버려두고 어떨 때는 조금 기다려주고… 한국화를 그릴 때 사용하는 전통 종이는 먹물을 굉장히 흡수하는 속도가 빠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그 작가의 숨결이 온전히 다 전달이 돼서 붓 자국이 한 번 남겨지면 사실 수정하기도 어렵고 그렇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이런 민감한 종이를 가지고 작업을 할 때는 100% 통제는 힘들죠. 그래서 어느 정도 그런 종이의 특성을 알고 거기에 순응하면서 좀 관대해지는 게 있어요. 그런 예측 불가성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오히려 그것에 대해서 기대하고 기다리는 그런 여유가 있더라고요. 어떤 자연의 힘이나 성질을 극복하기보다는 좋아하고 수용한다. 그런 게 동양화의 특징 그리고 매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처럼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는 것은 더 많은 이해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작가는 말합니다.

[김현지 / 동양화가]
“도자기를 초벌 한 상태는 흙이잖아요. 구웠지만 그래도 흙인데, 안료도 흙이잖아요. (수분) 흡수율이 굉장히 높아서 그냥 붓을 이렇게 대기만 해도 물을 바로 빨아들이기 때문에 종이나 이런 다른 천이나 이런 데서 붓질하는 것과는 굉장히 다른 스킬을 또 요구하더라고요.”

“무게가 상당해요, 그 안료 자체의 무게가. 물감을 이렇게 붓에다 이렇게 하거나 아니면 먹물을 이렇게 붓에다 했을 때랑 (달라요) 아까 흙탕물이라고 표현했는데 정확하게 흙탕물이 맞아요. 청화는 코발트가 재료인데 그걸 이제 점토하고 섞어서 안료처럼 만들어 놓은 건데, 그걸 이제 물에다 이렇게 조금 개서 쓰는 거기 때문에 매우 무겁습니다. 그걸 이제 좀 컨트롤 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어요. 하지만 또 재미있는 경험이었고 지금도 붓이 아니라 스펀지도 가끔 쓰면서 이렇게 여러 가지 도구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도화원의 작업 방식은 보통 예술가들과는 사뭇 다릅니다. 이들은 한 도예가의 도자 작품 위에 한 명의 화가가 짝을 이뤄 한 작품을 탄생시키고 꾸준히 전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현지 / 동양화가]

“현대 예술시장은 화가 그리고 공예가가 굉장히 구분이 철저하게 분리되어 있고… 사실 요즘처럼 모두가 자기 예술 작업에 대한 권리를 굉장히 주장하고 있는 그런 시점에서 (도화원의 체제는) 일어나기 힘든 그런 케이스인 것 같고요.”

“하지만 이런 사례가 과거를 돌아봤을 때는 오히려 조선시대에는 도화서 화공들이 도공이 빚어둔 도자기 그 위에다 그림을 그리러 갔었습니다. 그래서 저희가 지금 하는 이런 협업 시스템이 어떻게 보면 전통을 계승하고 있다. 이런 의미도 있는 것 같아요.”

성석진 도예가가 흔쾌히 내놓은 도자 위 작가 4인방의 예술 기량이 펼쳐집니다. 생동감 넘치는 획의 힘찬 움직임은 보는 이의 가슴을 설레게 합니다.

이처럼 전통 예술, 특히 도자에 대한 애정으로 뭉친 작가들은 전통 가치를 전하고 지키는 것에 대한 큰 사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김현지 / 동양화가]

“전통 예술이 계속 이렇게 살아남은 것은 어떤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전통 예술의 가치를 시대마다 세월이 흘러도 그때그때 발현해 내고, 그것을 전해주려 노력하는 예술가들이 있고… 그런 여러 사람의 어떤 숨결 같은 것이 있기에 저는 전통 예술은 가치가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도화전을 이렇게 꾸준히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통 예술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목적이 가장 커요.”

“전통 도예를 하는 분들이 아무래도 회화나 이런 장르보다는 좀 작은 그룹이기 때문에 저희처럼 회화 작가들이 함께 전시하면 훨씬 많이 노출되는 것이기에 그런 의미에서 이런 (전통 도자의) 명맥을 계속 이어 나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 위해서 하는 게 있고요. 대중분들도 그런 부분을 좀 많이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예술에 대한 애정과 집념을 지닌 5인이 모여 맺은 결실 중 하나인 ‘도자기의 매력’ 온라인 전시는 1월 30일까지 계속됩니다.

지금까지 NTD 뉴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