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서방 초강력 금융제재에 푸틴이 내놓은 ‘3가지 대책’

프랭크 셰
2022년 04월 7일 오전 10:07 업데이트: 2022년 04월 7일 오전 10:38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한 달이 지났고, 유럽과 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 수위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인 2월 22일, 러시아 국채 거래 차단, 러시아 정부 엘리트에 대한 금융 제재, 러시아 최대 국책은행인 대외경제은행(VEB)과 국방자금 조달 은행인 프롬스비아즈은행(PSB)에 대한 금융 제재 등을 발표했다. 제재 대상에 오른 개인으로는 PSB 최고경영자,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측근 핵심 인사들이 포함된다. 이 중 가장 강력한 제재 조치는 국채 거래를 차단하는 것으로, 러시아가 서방으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핵심 수단을 차단한 것이다. 즉 러시아가 발행하는 신규 국채는 미·유럽 시장에서 거래될 수 없게 됐다.

전쟁이 발발한 후 미국은 제재를 한층 강화했다. 금융 부문에서 미국은 러시아 10대 금융기관과 러시아 은행 자산을 80% 가까이 보유한 기관에 대해 계좌를 전면 차단·동결하고 채무와 지분 제한을 가했다. 미 상무부는 러시아군의 공격 능력 유지에 필요한 기술 및 상품 수출을 봉쇄했다. 주로 국방·항공우주·해양 분야와 관련된다. 미국과 유럽은 ‘핵폭탄급’ 금융 제재도 내놓았다. 즉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에서 러시아를 배제한 것이다. 이 밖에 러시아의 미국 영공 진입 금지, 러시아의 최혜국 대우 박탈, 러시아산 해산물·다이아몬드·보드카 등 사치품 수입 금지 등의 조치도 내놓았다.

3월 말까지만 해도 이러한 제재가 러시아의 침공을 막지는 못했어도 러시아 경제를 현저히 약화시켰고 한때 루블화 가치를 크게 떨어뜨렸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과 유럽의 제재, 특히 금융제재에 맞서 이례적으로 잇달아 3가지 대응책을 내놓았다. 러시아가 미국과 달러를 향해 날린 3연타는 달러 체제와 금본위제도라는 핵심 문제를 겨냥하고 있다.

첫 번째 대응책은 러시아의 달러·유로화 채무를 루블화로 갚는 것이고, 두 번째 대응책은 러시아산 석유·천연가스를 구매하는 ‘비우호국’에는 대금을 루블화로 지불하게 하는 것이고, 세 번째 대응책은 루블화를 금과 연계해 러시아 은행들이 직접, 대량으로 국고의 금을 사들이도록 하는 것이다.

첫 번째 대응책은 유럽과 미국 등 각국에서 거부당했다. 이들은 러시아가 이자를 달러나 유로화로 갚지 않으면 디폴트로 간주한다고 했다. 그렇게 되면 러시아의 신용등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나 전쟁 중인 데다 서방의 파괴적인 경제제재에 직면한 러시아는 신용등급 평가 같은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을 것이다. 첫 라운드는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러시아는 달러·유로화로 지불하지 않았고, 유럽과 미국도 루블화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양측은 푸틴의 두 번째 대응책을 내놓을 때까지 각자의 주장만 펼치며 평행선을 달렸다.

두 번째 대응책은 러시아 천연가스에 의존하는 유럽 국가들에는 치명적인 조치다. 그래서 거부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마냥 따를 수도 없다. 그들이 루블화로 결제하는 것은 루블화의 강세를 부추기는 것이고, 이는 곧 제재 효과를 상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서는 벌써 낌새를 채고 달러 대비 루블화 가치가 빠르게 반등했다. 루블화 가치가 전쟁 후에 한때 170루블까지 떨어졌으나 두 번째 대응책이 나온 후 달러당 90루블까지 치솟았다. 전쟁이 터지지 전에는 달러당 70루블이었다. 현재 달러당 80~100루블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미국과 서방의 제재로 인한 손실을 만회한 것으로 보인다.

푸틴이 두 번째 타격을 날린 후 독일 등 일부 국가들은 천연가스 대금을 지불하기 위해 암암리에 푸틴이 지정한 수출입은행에서 루블화를 사들였다. 바티칸은 러시아 연방중앙은행에서 1000만 유로를 루블화로 바꿔 가스 대금을 지불했다. 이는 푸틴의 반격이 어느 정도 먹히고 있음을 뜻이다.

인도와 중국이 루블화 사용 진영에 가세하면 루블화의 위상은 더욱 올라갈 것이다. 개전(開戰) 한 달이 지난 후에야 미국 정부는 인도가 싼값에 러시아 석유를 대량 수입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미국은 즉각 경고했다. 문제는 러시아 석유 수입은 미국의 대(對)러시아 제재에 포함되지 않았고, 워싱턴은 단지 제재 참여국들에 ‘정상적인 수준’보다 적은 양을 구매할 것을 요구했을 뿐이란 점이다.

그러나 싼값으로 유혹하는 러시아의 전략에 버틸 나라가 몇이나 있겠는가? 아마 대다수 국가는 버티기 어려울 것이다. 인도는 세계 3위의 석유 수입국이자 소비국이다. 2월 24일 러-우 전쟁 발발 이래 인도는 러시아 석유를 현물 입찰을 통해 대폭 할인된 가격으로 사재기했다. 인도는 개전 한 달 만에 최소 1300만 배럴의 러시아 석유를 사들였다. 이는 2021년 한 해 구매량(1600만 배럴)에 맞먹는 양이다. 인도는 러시아 석유를 계속 구매할 것이기 때문에 인도 루피화를 통해 러시아와 교역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세계 각국, 특히 금융계를 놀라게 한 것은 푸틴의 세 번째 대응책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최근 루블화의 가치를 금 가치와 연계해서 정하는 금본위제를 실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현재로선 그 효과를 타진하는 ‘시험’ 단계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즉 러시아 국민들이 루블화를 금으로 교환해 소지하게 함으로써 금 비축량을 분산시키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미국이 러시아 금 보유고를 일부 동결한 데다 러시아와의 금 거래를 제재 대상에 포함하면서 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것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푸틴은 집중된 금 보유고를 민간에 분산하는 조치를 택한 게 분명하다. 러시아 은행들이 루블화를 끌어들이고 금을 러시아 국민들에게 판매하는 데 성공한다면 미국의 금 거래 금지 제재 영향을 일부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조치의 목적이 이것만이 아닐 것으로 금융계 인사들은 보고 있다. 러시아의 최종 목적은 달러 패권에 도전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세계 최초의 기축통화는 영국 파운드다. 파운드는 1717년 영국이 금본위제를 도입한 이후 기축통화의 지위를 누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금본위제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막대한 전쟁 비용과 복구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미국에 엄청난 돈을 빌린 게 문제가 됐다. 채권국 미국이 금을 끌어모음으로써 금이 부족하게 된 영국은 금본위제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2차 세계대전 후 세계 패권국 지위와 함께 파운드화의 기축통화 지위까지 미국으로 넘어갔다.

미국은 이후 기축통화의 힘을 바탕으로 고도의 경제 발전을 이루고 군사·과학 분야의 역량도 급성장해 세계 최강국이 됐으며, 지금도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달러화는 확고한 패권 지위를 지켰다. 1971년 미국이 경상수지 적자에 시달리면서 결국 금본위제를 포기한 상황에서도 달러화는 기축통화의 지위를 유지했다. 1973년 이래 세 차례의 세계 석유파동(오일쇼크)를 겪으면서 ‘오일달러’의 지위는 더욱 확고해졌다.

러시아가 대량의 금을 비축하고 금본위제를 실시하려는 이유가 이와 무관하지 않다. 러시아가 달러화의 위력에 휘둘리지 않고 루블화의 가치를 지키려면 먼저 황금 보유량이 뒷받침돼야 한다. 세계 주요 금 생산국들의 2021년 생산량은 중국 370t, 호주 330t, 러시아 300t, 미국 180t, 캐나다 170t, 가나 130t, 남아프리카공화국 100t, 우즈베키스탄·멕시코·인도네시아·페루·수단이 각각 100t 정도다.

금 보유량을 볼 때 미국이 8200t으로 가장 많고, 이어서 독일(3370t), 이탈리아(2450t), 프랑스(2440t), 러시아(2200t), 중국(1920t), 스위스(1040t) 순으로 뒤를 잇고 있다. 그리고 일본·인도·터키·대만·영국 등의 금 보유량은 300~700t 사이다.

러시아의 금 보유량과 금 생산 능력으로 볼 때, 푸틴의 세 번째 반격 조치가 달러화에 약간의 위협이 될 수 있다.

푸틴이 금본위제를 들고 나오면서 루블화의 가치를 금 가치와 연계시키려는 것은 일종의 선전포고다. 여기에는 미국과 서방의 금융제재로부터 루블화의 가치를 지키려는 목적도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달러를 밀어내고 루블화를 기축통화로 만들려는 목적이 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금 확보 능력과 석유 파워만으로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충분치 않다.

보유한 금만큼 화폐를 발행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금은 화폐 기능을 할 수 있지만 무역과 시장 거래의 매개체는 아닐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만 소비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기축통화가 되려면 미국처럼 강력한 제조업과 농업·공업·서비스업·전자산업·하이테크 산업의 종합적인 기반을 갖추어야 한다.

푸틴의 경력을 보면 그는 소련 시대 KGB 요원에서 소련 붕괴 이후 러시아 연방정부에 진입하기까지 경제와 금융 정책을 주도한 경험이 없다. 그가 대통령이 된 후 추진한 주요 경제개혁은 소득세 인하(13%)와 이득세 세율 인하, 러시아의 새로운 토지정책 등이다.

이제 푸틴이 내놓은 3가지 금융 조치가 어떤 효과를 낼지 중요한 시험대에 올랐다. 푸틴 대통령은 세 번째 조치를 몇 달만 시험해 보겠다고 공언했다. 러시아의 금 보유고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그 자신도 확신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도 ‘오일루블’이 ‘오닐달러’에 어떤 충격을 줄지 긴장하고 있다.

이제 러·우 전쟁은 경제전으로 번졌다. 미국과 서방의 금융제재와 러시아의 맞대응 조치가 어떻게 결판날지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머잖아 이 전쟁은 끝날 것이고, 세계인은 다시 냉정과 이성을 되찾고 이 전쟁의 본질을 명확히 인식하게 될 것이다.

* 이 글의 저자인 프랭크 셰는 사우스캐롤라이나대(USC) 에이킨대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중국 문제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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