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텃밭서 박용진 꺾은 조수진 “유시민, ‘길에서 배지 줍는다’ 말해”

황효정
2024년 03월 20일 오후 3:32 업데이트: 2024년 04월 6일 오후 11:02

친명(친이재명)계 정봉주 전 의원의 공천 취소로 공석이 된 서울 강북을 지역구의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 조수진 변호사가 현역이자 비명(비이재명)계인 박용진 의원을 꺾고 4·10 총선 후보로 출마하게 됐다. 조 변호사는 “유시민 작가가 ‘조변(조 변호사)은 길에서 배지 줍는다’고 반농담했다”고 발언해 눈길을 끌었다.

20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조 변호사는 경선에서 박 의원을 이긴 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이같이 말했다고 전했다.

유 전 이사장의 해당 발언은 서울 강북을 민주당 후보가 되면 사실상 총선에서도 당선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해당 지역구는 지난 1996년부터 민주당 계열 정당이 계속해서 이겨 온 민주당 텃밭이다.

이날 조 변호사는 민주당 경선 경쟁자였던 박 의원과 경선 이후 연락했느냐는 질문에는 “(경선 결과 발표 후) 먼저 전화를 주셔서 조만간 만나 뵐 것”이라며 “박 의원님을 좋아하시는 분이 많기 때문에 말씀을 듣고 그걸 모두 제가 승계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경선을 치르기 전인 지난 18일 조 변호사는 유튜브를 통해 박 의원에게 “바보 같이 경선에 응하겠다고 했는데 이왕 바보가 될 거면 입법 권력을 넘겨주면 안 된다는 더 큰 대의를 보고 본인이 밀알이 돼 썩어 없어지는 헌신을 보였으면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언론 인터뷰에서 “다 참고 견디고 인내하는 사람을 이렇게까지 조롱할 필요는 없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밀알 발언’의 진의를 설명할 것을 요구하는 질문에 조 변호사는 “당을 위해 썩어 없어지는 밀알 같은 헌신을 같이 하자는 의미였는데 곡해된 것 같다”고 해명하면서 “직업 정치인으로 뛰어든 지 5일이 돼 정치 언어가 미숙하니 박 의원은 양해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성범죄 가해자를 다수 변호했다는 비판이 제기된 데 대해서는 “변호사로서 직업윤리와 법에 근거해 변론한 것”이라면서도 “공직자에게 바라는 국민 눈높이는 다르다는 걸 느껴서 많이 배워야겠다고 느꼈다”고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전날인 19일 민주당의 박범계 중앙당선거관리위원장은 브리핑을 통해 재선인 박용진 의원이 본인의 지역구 서울 강북을 경선에서 조수진 변호사에게 패해 낙천했다는 강북을 전략 경선 개표 결과를 발표했다.

경선 결과 발표 후 이재명 대표는 이례적으로 이들 후보의 경선 득표율을 각각 공개했다. 이 대표는 “가·감산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박 후보가 30.08%, 조 후보가 69.93%였고 가·감산을 하면 19.4% 대 80.6%였다고 한다”며 “가·감산 없이 압도적 차로 후보가 결정됐으니 이제 이 얘기는 여기서 끝내자”고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당내 경선에서 조수진 변호사와 맞붙게 된 박용진 의원이 지난 18일 오후 전북특별자치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연합뉴스

당초 비명계인 박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 서울 강북을을 두고 친명계인 정봉주 전 의원과의 경선에서 결선까지 갔다가 패배했다. 그러다 ‘목발 경품’ 발언과 ‘거짓 사과’ 논란에 휘말린 정 전 의원의 공천이 취소되면서 다시 경선 기회를 얻었으나, ‘30% 감산 페널티’에 무너졌다.

박 의원은 민주당의 현역 의원평가 하위 10%에 포함돼 경선 득표의 30%를 감산하는 페널티를 안고 경선에 임했다. 반면 조 변호사는 여성 신인에게 주어지는 가점 25%를 받았다. 민주당 내 대표적인 비명계 인사인 박 의원은 30% 감산 규정에 반발하면서도 전략 경선에 임했다가 결국 고배를 마시게 됐다.

경선 패배 직후 입장문에서 박 의원은 “패배가 뻔한 경선, 결론이 정해진 경선임을 알고 받아들였기에 새삼 다른 감정은 들지 않는다”며 “다만 대한민국 정치사에, 민주당의 앞날에 다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기를 기대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박 의원은 “왜 전국 당원들이 강북을 투표에 참여해야 하는지, 왜 여전히 30% 감산도 모자라 55% 차이를 안고 뛰어야 하는지, 전국적인 투표 지연 사태에도 왜 당은 문제 제기를 묵살하는지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다”면서 “모두가 몰래카메라를 찍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오늘 영화 같은 반전이 없는 결과를 받았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조 변호사를 향해 “우리 국민들을 위해 당선돼 ‘좋은 정치’를 해달라”고 당부하는 한편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함께 나아가자. 분열과 갈등은 저를 마지막으로 정리하고, 승리를 향한 에너지를 한데 모으자”고 강조했다.

이로써 민주당은 박 의원을 마지막으로 비명계 현역의원들의 공천 탈락을 의미하는 ‘비명횡사’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공천이 확정된 조 변호사는 본선에서 국민의힘 후보인 박진웅 전 대통령실 행정관과 맞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