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살해, 전쟁범죄 선전…반감 부른 하마스의 극단주의

전경웅 객원기자
2023년 10월 10일 오후 7:10 업데이트: 2023년 10월 10일 오후 7:12

팔레스타인 무장집단 하마스의 지난 7일 새벽 이스라엘 기습 공격은 전쟁이 됐다.

국내에서는 이를 두고 2014년 7월이나 2021년 5월 발생한 양측 간의 분쟁과 비교하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나, 이번 분쟁은 바로 무차별적인 전쟁 범죄이고 동시다발적 다중전선을 형성하는 싸움이다.

◇하마스와 이슬라믹 지하드…민간인 무차별 학살·납치

하마스는 또 다른 무장세력 이슬라믹 지하드와 함께 이스라엘 남부 국경 지역과 네게브 사막 일대, 동부 항만을 공격했다.

시작은 다련장 로켓과 수제(手製) 카삼 로켓 등을 5000발 이상 무차별 발사했다. 대부분은 이스라엘 민간인 거주지를 노렸다. 이어 패러글라이더와 픽업트럭 등을 사용해 국경 검문소와 이스라엘 군 기지를 공격했다.

이스라엘 남부 국경도시 스데롯(Sderot)으로 침투한 하마스 무장대원들은 길 가는 민간인 차량을 향해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아파트 현관에 불 지른 자동차를 밀어 넣고 각 주택 창문을 향해 총기를 난사했다. 일부 무장대원은 집집마다 돌아다니며 초인종을 눌러 사람이 있는지 확인하고 대답을 하면 쳐들어가 주민들을 학살하거나 납치해 끌고 갔다.

남부 네게브 사막에서는 노바음악축제 현장을 습격했다. 하마스는 축제 현장을 향해 로켓으로 무차별 공격을 가한 뒤 무장대원들을 투입해 도망가는 참가자들을 ‘사냥’하듯 죽였다. 9일 이스라엘 측이 해당 지역을 탈환한 뒤 수습하는 과정에서 시신 260여 구를 발견했다.

사망자와 실종자는 더 늘어날 수도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축제 현장에서 실종돼 찾고 있는 사람 수가 500명이 넘는다고 지난 8일 보도했다.

미국 국무부는 10일 하마스 공격에 의한 미국인 사망자가 11명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영국 ‘텔레그라프’는 하마스의 공격으로 20대 영국 남성이 숨졌다고 전했고, 프랑스 외무부도 이스라엘에 거주하던 프랑스인 1명이 숨지고 여러 명이 실종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도 자국민 2명이 하마스 공격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이 밖에 태국, 멕시코 국민도 이번 공격으로 숨졌다.

◇여성·노인·어린이 납치하며 영상 찍어 SNS에 올리는 하마스

하마스의 전쟁 범죄는 민간인 학살에 그치지 않는다. 6.25 전쟁 당시 북한군의 납북을 연상케 하는 민간인 납치도 있다. 현재 X(구 트위터)와 틱톡, 텔레그램 등에는 하마스 무장대원과 그 동조자들이 촬영한 민간인 학살·납치 영상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한 여성의 손을 등 뒤로 묶어 지프에 태워 끌고 가는 영상을 보면 피해자의 몸 곳곳이 피로 물들어 있다. 숨진 것으로 추정되는 젊은 여성을 트럭 짐칸에 싣고 다니며 지나가는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침을 뱉게 하는 등 능욕하는 영상도 있다. 이 여성은 독일-이스라엘 이중국적자로 음악축제에 참가한 관광객으로 밝혀졌다. 대학생 커플을 강제로 떼어 놓고 여성만 끌고 가는 영상, 할머니와 며느리, 손녀까지 차에 태워 끌고 가는 영상도 나돌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새로운 영상도 떴다. 납치한 이스라엘 어린이들을 쇠창살에 가둬 놓고 길거리에 전시하는 영상이었다. 이날 CNN은 “하마스가 납치한 이스라엘 인질 가운데 최소한 4명이 억류 중 살해당했다”고 보도했다. 방송이 이스라엘 남부의 한 키부츠 인근에서 촬영한 여러 영상을 자체적으로 분석한 결과 도달한 결론이었다.

하마스가 가자 지구로 끌고 간 인질은 150여 명이라고 이스라엘 총리실 산하 정부 공보실이 밝혔다. 이 가운데 외국인 인질은 최소 20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방위군(IDF)이 반격에 나서자 “가자 지구를 공격할 때마다 인질 1명씩 처형할 것”이라고 협박했다.

◇전쟁범죄 선전하는 하마스…테러조직 ISIS의 ‘성전 독려’ 닮은 꼴

하마스의 이런 행태는 과거 이스라엘과의 분쟁 때와는 양상이 극적으로 다르다.

군사전문가들은 과거 이스라엘과의 분쟁 때마다 약자라며 선전선동을 하던 하마스가 전쟁범죄 영상을 SNS에 올리며 적극 홍보를 하는 모습에 놀라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군 정보소식통은 “기존의 하마스 행태와 너무도 달라 놀랐다”면서 “하마스의 이번 이스라엘 공격에는 알려지지 않은 다른 의도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평했다.

하마스의 ‘전쟁범죄’ 선전은 마치 2014년 9월부터 세계를 들썩이게 했던 테러조직 ISIS의 선전과 많이 닮아 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면서 아랍 국가들을 향해 ‘성전’을 부르짖은 것도 닮았다.

이러한 하마스의 의도에 관해서는 중동 평화 무드에 재뿌리기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스라엘과 아랍권 맹주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를 정상화할 경우, 극단적 세력들의 활동 여지가 급격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쟁범죄로 얼룩진 하마스의 주장에 아랍 국가들은 그들과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하마스의 전쟁범죄를 규탄했다.

다만, 수니파 종주국이라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우리는 팔레스타인 주민 편이며 분쟁을 막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만 밝히며 하마스는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민간인 학살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