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러·중 자료 번역센터 설립 추진…인지전 대비

박숙자
2024년 04월 17일 오후 2:03 업데이트: 2024년 04월 17일 오후 2:03

미국 상하원 의원들이 연방 정부가 러시아·중국의 자료를 번역해 대중에게 제공하는 번역 및 연구 기관을 설립하는 데 자금을 지원하도록 하는 법안을 11일(현지 시각) 발의했다.

이 법안은 러-중의 자료 중 미국의 국가 안보·이익과 관련된 것들을 대상으로 한다. 러시아와 중국 공산당의 인지전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미국 국민의 안보 인식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픈 번역센터 법안(Open Translation Center Act)’으로 불리는 이 법안은 민주당 소속인 호아킨 카스트로 하원 정보외교위원회 위원과 공화당 마이크 갤러거 하원 ‘미국과 중국 공산당 간 전략적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중공특위)’ 위원장이 하원 버전을 공동 발의하고 상원 버전은 민주당 태미 볼드윈 상원이 발의했다.

초당파적 의원들이 추진하는 이 법안의 골자는 러시아와 중국의 정치·경제·군사·문화 등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이기 위해 이들 국가의 정부 문서와 기타 문서를 번역·분석·배포하고, 이들 국가와 관련된 문제를 전문적으로 파헤치는 분석가와 언어 전문가를 양성하는 기관을 설립하는 것이다.

인지전(Cognitive Warfare)은 심리전, 여론전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상대국의 지도부와 국민에 잘못된 정보를 인지시켜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형태의 전쟁이다.

대만대 정치학과 천스민(陳世民) 교수는 에포크타임스에 대중이 이러한 정보를 얻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중국 공산당과 러시아는 미국, 호주, 캐나다 등 서방 국가를 상대로 인지전을 대거 벌여왔다”고 했다.

그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과 러시아는 서구의 민주적이고 자유롭고 다원적인 사회 환경을 이용하고 틱톡 등 소셜 미디어로 허위 정보를 퍼뜨려 서방 국가의 여론을 그들 국가에 유리하도록 유도하고 심지어 서방 국가의 선거에 영향을 미친다.

그는 미국이 실제로 그러한 기구를 설립해 일반 미국인들이 중요하고 정확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게 한다면 상당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법안을 발의한 미 의원들은 국제무대에서 점점 더 공격적으로 변하고 있는 중국 공산당이 미국의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어 중국으로부터 ‘직접 입수한 정보(first hand information)’를 정확하게 분석하고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천스민 교수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중러가 뭉쳐 공모를 하고 있기 때문에 대만과 일본은 물론 서방 국가들이 중러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미국의 이번 법안이 좋은 참고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틱톡이 퍼뜨리는 많은 허위 정보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다른 국가들도 미국의 방식을 벤치마킹하면 좋겠다”고 했다.

우써즈(吳瑟致) 대만 양안정책협회 연구원은 에포크타임스에 “중국 공산당의 잠재적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입법과 정부 정책 측면에서 더 많은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며 “미국의 대응은 다른 민주주의 국가, 특히 대만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과 연대하기를 기대할 것이라며 “이 법안이 시행되면 미국이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과 연대하기 위해 다자간 메커니즘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는 이어 “미국의 기존의 민주주의 국제포럼이나 주요 7개국(G7) 등 다양한 국제기구를 통해 민주주의 국가들이 중국 공산당의 침투에 대응할 수 있는 더 많은 무기 또는 메커니즘을 갖출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의 입법 절차에 따르면, 법안은 상원과 하원 관련 위원회에서 심의 및 승인을 거친 후 상하원에서 의결로 통과되며, 통과된 법안은 대통령이 최종 서명한 후 발효된다.

* 이 기사는 뤄야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