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커창, 시진핑에 등돌렸나? 中 ’10만인 대회’ 분석

하오핑(郝平)
2022년 06월 2일 오후 1:22 업데이트: 2022년 06월 2일 오후 1:22

리커창(李克強) 중국 국무원 총리가 5월 25일 중앙 정부 기관 및 전국 2844개 현급 이상 정부 관계자들을 긴급 소집해 ‘전반적인 경제 안정’을 위한 화상 회의를 개최했다. 약 10만 명이 참석한 이 회의는 지난 1962년 마오쩌둥이 소집했던 ‘7000인 대회(확대 중앙공작회의)’에 빗대 ‘10만인 대회’로 불린다. 이 때문에 ‘리커창 총리는 부상하고 시진핑 총서기는 퇴조하는(李上習下·이상습하)’ 새로운 권력 지형이 형성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 ‘10만인 대회’가 던진 메시지는 어떤 것일까? 필자는 4가지로 정리하고자 한다.

◇시진핑-리커창 간의 갈등 표면화

시진핑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중국 경제가 급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시진핑 총서기와 리커창 총리가 방역 정책 및 경제 문제에서 뚜렷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5월 23일 국무원은 리커창 총리 주재로 회의를 열고 경제 충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재정, 통화, 금융, 공급망 등 6개 분야의 안정화 조치 33가지를 발표했다.

5월 25일 오후 리커창 총리는 ‘10만인 대회’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은 거론하지 않았지만 중국 경제가 “합리적인 구간에서 벗어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5월 25일 인민일보 1면에는 ‘중국의 경제 발전 전망은 더욱 밝다’는 시진핑의 경제관을 보여주는 기사가 크게 실렸다. 기사는 시진핑의 리더십 아래 우크라이나 위기 대응과 제로 코로나 정책에서 거둔 성과가 중국을 부흥으로 이끌고 있다고 했다.

5월 18일, 시진핑은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 창립 70주년 기념행사 영상 축사에서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세계화가 역행하고 있다고 하면서도 중국 경제가 받은 충격에 대해서는 거론하지 않았다.

같은 날 시진핑은 제73차 세계보건총회(WHA) 화상회의 기조연설에서 “국제 거시경제 정책 조율을 강화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안정적이고 원활하게 유지하며, 세계 경제 회복을 위해 힘써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중국 경제가 하강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 5월 19일 자 보도에 따르면 CCPIT 창립 70주년 행사에서 리커창 총리가 미국·유럽·아시아 등 외국계 기업 임원 30여 명과 만난 자리에서 시진핑의 제로 코로나 정책의 문제점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다. 또한 리커창 총리는 좌담회 방에 들어서자마자 마스크를 벗었고 회의가 끝난 후 회의 참석자들과 대화를 나눌 때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등 마스크 착용 규정을 무시하는 듯한 행동을 보였다.

제로 코로나를 고집하는 시진핑과 경제를 우선시하는 리커창이 엇박자를 내고 있음은 분명하지만, 이처럼 대규모 회의에서 리커창이 극도로 심각한 중국 경제 상황을 전반적으로 공개한 것은 갈등 사실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다. 리커창은 극도로 악화된 각종 경제 지표를 나열하며 “일부 분야의 어려움은 코로나 충격이 심각했던 2020년보다 크다”고 했다.

리커창 총리의 이러한 행보는 권력 다툼에 대비해 세(勢)를 조성하는 것일까? 이것이 리커창의 권력이 크게 확대됐다는 의미일까?

◇아직은 시진핑 권력 건재

이번 ‘10만인 대회’를 리커창 총리의 권력이 급부상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건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주로 3가지 이유에서다.

△‘7000인 대회’를 견줄 만큼 많은 관료가 참석했다는 점 △한정(韓正)·쑨춘란(孫春蘭)·후춘화(胡春華)·류허(劉鶴) 등 부총리 4명과 웨이펑허(魏鳳和)·왕융(王勇)·샤오제(肖捷)·자오커즈(趙克志) 등 국무위원이 참석했다는 점 △리커창 총리가 제로 코로나 정책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 등이다.

그러나 이 3가지 이유만으로는 리커창의 권력이 급상승했다고 보기 어렵다. 7000인 대회에서는 류샤오치가 마오쩌둥이 일으킨 대약진운동과 그로 인한 대기근 사태를 비판했고, 마오쩌둥은 어쩔 수 없이 자기비판을 하고 권력 1선에서 물러났다.

이에 반해 리커창 총리는 10만인 대회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과 시진핑의 실정을 비판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중국 경제를 되살리는 것과 코로나 확산을 억제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데 전념하고 있다”며 제로 코로나 정책의 틀 안에서 경제 살리기 정책을 내놓았을 뿐이다. 게다가 시진핑은 이 회의에 불참했다. 그래서 두 사람 간에 정책상 다툼이 있음을 드러내긴 했지만 리커창이 압도적 우위를 점했다고 보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다.

차이퉁(財通)증권은 천차오(陳超) 중국투자공사연구원장을 인용해 “회의 규모가 클수록 정책을 전달하고 시행을 독려하는 자리이지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정치분석가를 인용해 23일 국무원 회의는 증량(增量·양적 성장) 정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 부응한 것으로 해석했다. 따라서 10만인 대회는 23일 국무원 회의에서 정한 6개 분야의 33가지 정책을 조속히 정착시키기 위해 중앙의 지시를 원활하게 하달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자리였던 것으로 보인다.

공산당 선전 매체들의 보도를 살펴보면, 10만인 대회를 의도적으로 축소 보도했음을 알 수 있다.

경제일보는 5월 25일 보도에서 리커창의 10만인 대회 연설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같은 날 인민일보는 시진핑 관련 기사를 1면 톱기사로 싣고, 그 아래에 리커창의 10만인 대회 관련 기사를 실었다. 리커창 총리의 1시간 반 분량의 발언 전문(全文)은 현재 중국 내 매체에서 찾아볼 수 없다.

5월 27일 오후 인민망, 신화망, 앙시망(央視網), 중국정부망 등 공산당 기관지의 톱기사는 모두 “중공중앙 정치국이 시진핑 총서기 주재로 회의를 열고 ‘중국공산당 정치협상공작조례’를 심의했다”는 내용이었다. 기사에서는 “4개 의식(四個意識)을 강화하고, 4개 자신감(四個自信)을 확고히 하며, 2개 수호(兩個維護)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4개 의식’은 시진핑 총서기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정치·대국(大局)·핵심·일치 의식을 의미하고, ‘4개 자신감’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노선·이론·제도·문화에 대한 자신감을 말하며, ‘2개 수호’는 당 중앙의 통일된 지도와 시진핑 총서기의 핵심 지위를 지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인사 배치를 살펴보자.

5월 16일 왕샤오훙(王小洪) 공안부 당서기의 직계로 평가되는 린루이(林銳) 공안부 부부장이 중앙정법위원회(정법위) 부비서장으로 발탁됐다. 왕샤오훙은 시진핑 총서기가 푸젠성 근무 시절부터 친분을 맺은 핵심 측근이다. 천이신(陳一新) 정법위 비서장 또한 시진핑의 측근이다. 왕샤오홍의 또 다른 옛 부하인 치옌쥔(亓延軍) 베이징시 공안국장은 5월 25일 공안부 부부장으로 승진했다. 이처럼 공안부와 정법위에서 시진핑 세력은 꾸준히 커지고 있다.

5월 26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광둥(廣東)성 제13기 위원회 첫 전체회의에서 리시(李希)가 광둥성 당서기로 선출했다. 5월 22일 중국 광둥성 당대회에서 리시는 시진핑을 ‘일추정음(一錘定音)·정어일존(定於一尊)의 권위자’라고 추켜세웠다. 리시는 시자쥔(習家軍·시진핑 사단)의 핵심 인물로, 그가 요직에 앉은 것은 시진핑 권력이 건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의 정보를 종합해보면 시진핑이 권력을 잃었다는 소문은 말 그대로 소문에 불과한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반대 세력이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진행하는 여론 플레이일 가능성이 크다.

◇침체한 경제가 공산당 정권 위협

리커창 총리의 ‘10만인 대회’가 보낸 세 번째 메시지는 중국 경제가 붕괴 직전까지 갔고, 이것이 중국 공산당 정권에 실질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리커창 총리는 연설 시작부터 경기 하강으로 재정 수입이 타격을 입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4월 전국 재정수입은 전체적으로 5.9% 줄었고, 지방 재정수입은 더 큰 폭으로 줄어 6.6% 감소했다. 특히 창장(長江) 삼각주 지역은 중앙 재정에 순기여를 해왔는데 가장 큰 폭인 32%나 줄었다. …지난 몇 달간 토지이용권 양도 수입이 29.8% 감소했다.”

리커창 총리는 경기회복을 위해 “(올해) 2조5000억 위안의 세금을 감면하고, 3000억 위안의 사회보장기금을 늘리는 등 총 3조 위안의 재정 지출을 늘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재정 수입은 크게 줄고 지출은 크게 늘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경기 부양을 위해 지급준비율과 기준금리를 인하할 공간은 이미 매우 제한적이다. 재정적자는 정부채 발행으로 충당하는 등 정부의 신용에 의지해 경제 파탄을 지연시킬 수밖에 없다.

리커창 총리는 실업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재 중국 시장 주체(기업)가 약 1억 5000개인데, 4월에 등기 말소된 기업 수가 23.1% 늘었다. 4월 전국 도시 조사실업률이 전월 대비 0.3%포인트 상승한 6.1%를 기록했고, 31개 대도시 실업률은 6.7%에 달했다. 특히 16세에서 24세 청년, 즉 대학생 실업률은 18.2%에 달했다.”

그는 올해 대학 졸업생 1000여만 명과 농민공(農民工) 2억9000만 명의 구직난을 언급하면서 취업 안정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중국 경제는 수요 위축과 공급 충격, 성장 전망 약세 등 3중 압력에 직면했다. 이 중 성장 전망의 약세가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리커창 총리는 “4월 위안화 대출 증가폭이 전년 동기보다 8200억여 위안 줄었고, 사회 융자 규모 증가량은 전년 동기보다 줄었는데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기업과 주민들이 투자 대신 저축을 선호한다는 것은 시장이 그만큼 침체됐다는 뜻이다. 은행은 대출이 줄고 예금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데다 부동산 시장 침체로 인한 잠재적인 디폴트 위험성과 금융 시스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이 밖에도 리커창 총리는 식량난, 에너지 안보, 대외무역 안정에 대해서, 그리고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공급망을 확보하는 문제에 대해서 언급했다.

리 총리는 “중국은 큰 경제대국으로서 일단 합리적인 구간을 벗어나면 다시 회복하는 데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한다”면서 “경제는 경제만이 아닌 중대한 정치 문제다”라고 했다.

5월 27일 중국 통계국에 따르면 1~4월 누계 공업기업 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3.5% 증가한 2조6500억 위안을 기록했다. 그러나 4월에는 하락세로 전환돼 8.5% 줄었고, 제조업체들의 이익은 22.4% 감소했다. 전국 공기업의 이익 증가폭은 2021년 1~4월 106.1%에서 올해 1~4월 3.5%까지 하락했다.

이 중 2022년 1~4월 외국인 및 홍콩·마카오·대만 기업의 이익 총액은 6030억60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2% 줄었다. 중국 경제의 버팀목인 대외무역마저도 시들고 있다. 중국 주재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가 5월 초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진출한 유럽 기업 중 23%가 사업 철수를 고려하고 있다. 최근 10년래 가장 높은 비율이다.

리커창이 발표한 6개 분야의 33가지 조치는 효과가 있을까?

우젠중(吳建忠) 타이베이 해양과기대 교수는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은 분석을 내놓았다.

“리커창이 작년에 ‘6대 안정(六穩)’과 ‘6대 보장(六保)’을 제기했다. 지금은 반드시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해야 한다.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도시 봉쇄가 반복되면서 정상적인 경제 운영을 할 수 없고, 민중들은 주택담보대출·자동차대출 할부금을 납부할 수 없고, 심지어 최저생계도 어려워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상황이다. 각 지방 정부는 감히 스스로 봉쇄를 풀지 못하고 있다.”

‘6대 안정’은 2018년 7월에 경기부양의 방향으로 제시한 취업, 금융, 무역, 외자유치, 투자, 경기 예측 등의 안정을 가리키고, ‘6대 보장’은 2020년 4월에 경기부양 정책의 기조로 제시한 국민의 취업, 기본 민생, 시장주체, 식량·에너지, 산업망·공급망, 기층 조직의 운영(하위 정부의 정상적인 기능) 등을 보장함을 가리킨다.

◇고위층 분열 틈타 지방 관리들 줄 서기

고위층이 권력 투쟁을 하고 있는데 아래 관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중국 공산당 관료계는 위아래를 막론하고 모두 흑후학(黑厚學)을 신봉한다. 즉 얼굴이 두껍고 속이 뻔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관직을 보존하기 위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가 하면 국가의 재앙을 횡재할 절호의 기회로 삼기도 한다.

5월 26일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공산당 성급(省級) 관료 8명을 인용해 ‘리커창의 10만인 대회 발언이 그들의 견해를 바꾸지 못했고, 전염병 통제가 여전히 최우선 사항’이라고 전했다. 이 중 한 관료는 “그(리커창)의 말을 들어봐야 소용없다”는 말까지 했다. 또 다른 관료는 ‘많은 도시의 고위 관리들이 이번 회의에 불참했는데, 이유는 방역 업무를 방치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5월 27일 저녁, 톈진시 정부는 핵산(PCR) 전수검사를 요구하며 “자기 집에서 가만있어라”라고 지시했다. 톈진시 당서기 리훙중(李鴻忠)은 “충성이 절대적이지 않으면 절대적인 불충성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도시 봉쇄는 리훙중이 시진핑에 대한 충성을 과시하는 기회가 됐다.

봉쇄는 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혔지만, 공산당 관료들에게는 횡재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최근 인터넷에는 한정(韓正) 부총리의 옛 부하인 주거위제(諸葛宇傑) 상하이시 부서기의 처남 창옌칭(常豔青)이 생필품 공급 회사를 여러 개 운영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물류회사인 차오성(朝晟)식품은 설립 6일 만에 생필품 공급 업체가 됐는데, 자본금은 100만 원에 불과했다. 한 상하이 지방 관료는 “정말로 코로나가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바 있다.

공산당 고위층이 분열하는 모습을 보이자 줄을 서는 사람도 있다. 리커창의 10만인 대회 발언이 끝나자 정저우(鄭州)시는 경기부양을 위해 2억4000만 위안의 소비쿠폰을 지급한다고 선언했다.

현재로선 제로 코로나 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20차 당대회 전의 최대 정치 이벤트로 보인다. 리커창의 경제 살리기는 ‘죽은 말을 산 말로 치고 치료하는 것(死馬當活馬醫)’으로, 그 결과는 결국 헛수고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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