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안 주면 반대편에 서겠다” 美 시진핑 환영 인파 내분

강우찬
2023년 11월 18일 오후 3:47 업데이트: 2023년 11월 18일 오후 4:54

일당 약속받고 모여…알고 보니 차등 지급에 분열

중국 공산당(중공) 총서기의 미국 방문을 두고 현지에서 격렬한 찬반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찬성(환영) 인파가 내분에 빠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미국에 본사를 둔 위성채널 NTD에 따르면, 시진핑의 미국 방문을 맞아 샌프란시스코에 몰렸던 중국인 환영 인파 중 적잖은 이들이 일당 지급을 약속받고 동원됐으나, 일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반발했다.

또한 서로 약속받은 일당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들 사이에 패가 갈려 ‘알바’들끼리 갈등하는 일도 벌어졌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지난 14~17일 6년 반 만에 미국을 찾은 시진핑을 맞아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중공의 인권탄압을 항의하는 시진핑 반대 시위대와 환영 인파가 집결했다.

환영 인파 중 상당수는 현지 중국 영사관으로부터 돈을 받고 동원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중국 메신저인 위챗의 미국 내 중국인 채팅 그룹에는 “환영하는 일거리가 있다”는 글이 올라왔다.

위챗은 중국 국민 메신저이자 중공의 검열 수단이기도 하다. 중국인들은 해외에서도 대부분 위챗을 사용해 연락을 주고받으며, 뉴스와 생활 정보도 확인한다.

해당 글에서는 “기간은 오는 수·목·금요일 3일간(14~16일), 일당은 100달러(약 13만 원)”라며 “참여 원하는 사람은 연락 달라”고 전했다.

시진핑이 도착하기 전날인 14일에는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급증했다는 목격담이 이어졌다.

한 시민은 “이들은 공항에서 한 덩어리로 움직였지만, 공항을 떠날 때는 소수 그룹으로 기다리던 차량에 나뉘어 타고 이동했다”며 “한꺼번에 너무 다수가 움직이면 눈에 띌까 봐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목격자는 “항공료만 자가 부담하고 숙식은 영사관에서 제공해 준다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며 “3일 동안만이 아니라 원하는 만큼 며칠 더 체류할 수 있어서 이번 기회에 공짜로 (샌프란시스코로) 여행할 수 있다며 찾아온 이들도 있었다”고 전했다.

샌프란시스코는 미국에서도 인기 관광도시 중 하나다. 시진핑을 진심으로 환영하기보다는 영사관이 제공하는 공짜 숙소에 일당까지 누리며 여행을 즐길 생각으로 미국 곳곳의 중국인들이 모여들었다는 것이다.

현지 중국계 이민자들 사이에서는 이들 ‘알바’들이 패가 갈려 다투고 있다는 소식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일당이 다르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갈등의 불씨가 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르면, 첫날 행사 참여 후 일당을 제대로 받지 못한 이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고, 이 과정에서 어떤 이들은 일당 100달러를 약속받았지만 200달러, 400달러를 받기로 한 이들도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 불에 기름 끼얹은 꼴이 됐다.

일부 사람들은 영사관과 알바들 사이에서 인력 동원을 맡은 모집책이 중간에 돈을 가로챈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현장에서 “돈을 주지 않으면 저쪽(시진핑 반대 집회)으로 붙겠다”고 모집책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항의하는 이도 있었다고 한 목격자는 전했다.

지난 15일 시진핑이 머물기로 한 호텔 부근에서 반대 시위에 합류한 중국계 여성은 “여기까지 그 사람들(환영 인파)과 함께 걸어왔는데 내게 ‘일당은 200달러’라고 말했다”고 했다.

에포크타임스는 이 같은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없었다. NTD는 에포크타임스 계열 위성채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