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TSMC, 일본과 손잡고 반도체 공장 신설…“中 견제 역할”

존 선
2024년 03월 6일 오후 5:38 업데이트: 2024년 03월 6일 오후 5:38

중국과 경제 교역 유지하면서도 동맹 간 연대 강화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 반도체 공장을 신설했다.

이를 계기로 대만과 일본이 반도체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화해 관련 기술 교류가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장 개소식은 지난달 24일 열렸다. 개소식에는 TSMC의 장중머우 창업자와 류더인 회장, 사이토 겐 일본 경제산업상, 가바시마 이쿠오 구마모토현 지사 등이 참석했다.

장중머우 창업자는 이날 연설에서 “일본 반도체 생산의 르네상스가 될 것이며, 일본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반도체 공급망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일본 정부는 반도체 산업단지 구축에 전례 없는 수준의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공장 설비투자액의 절반에 가까운 약 4760억 엔(약 4조 2000억 원)의 보조금을 제공하기로 했다.

또한 사이토 겐 경제산업상은 “TSMC는 일본이 디지털 혁신을 실현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파트너”라며 “구마모토 공장은 일본의 미래 산업에 필수적인 최첨단 로직 반도체를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구마모토 공장의 운영은 ‘일본첨단반도체제조(JASM)’가 맡는다. 이는 TSMC의 자회사로 소니, 덴소 등 일본 기업들도 출자에 참여했다.

TSMC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한 제2공장 건설 계획까지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여기에 보조금 약 7300억 엔(약 6조 5000억 원)을 추가로 지원할 계획이다.

기대 효과

양배추, 당근 등을 주로 재배하는 농촌 마을인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 지역에 반도체 제조 공장이 들어섬에 따라 지역 경제가 활성화하고 있다.

구마모토 대학은 반도체 전문 과정을 개설해 반도체 산업에 기여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양성할 예정이다.

구마모토 공장 개소식에 참석한 장중머우 TSMC 창업자 | 연합뉴스

도쿄 대학의 스즈키 카즈토 교수는 “일본에 공장을 세운 TSMC의 결정이 일본 반도체 산업의 새 시대를 열었다”고 평가했다.

규슈 대학의 아사모토 테루오 교수는 “일본 기업의 반도체 관련 기술, 일본 정부의 아낌없는 지원, 구마모토의 풍부한 수자원 등이 TSMC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TSMC 외에도 라피더스 등 일본 반도체 제조업체들에도 총 4조 엔(약 35조 5300억 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제공했다.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이런 움직임에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보고 있다.

하나는 일본의 반도체 산업을 부활시켜 경제적 효과를 창출하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공급망을 안정화하고 대만 및 미국과의 기술 동맹을 강화함으로써 중국공산당의 잠재적 위협을 차단하는 것이다.

대(對)중국 수출 제한

미국 상무부는 2022년 10월 첨단 반도체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여기에 저사양 인공지능(AI) 반도체까지 추가했다.

반도체 강국인 일본과 네덜란드도 관련 장비의 중국 수출을 제한하기로 하며 미국의 조치에 동참했다.

일본은 자국산 반도체 장비를 중국에 가장 많이 팔고 있다. 그럼에도 중국의 팽창을 억제하고자 하는 동맹국들의 노력에 힘을 보태기로 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3월 첨단 반도체 장비 23개 품목에 대한 수출 규제를 시행했으며, 그해 7월에는 이를 더욱 강화하는 조치를 내렸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