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중공 스파이 무더기 적발…전현직 장교 10명 중공에 포섭

우민저우(吳旻洲)
2023년 12월 14일 오후 1:11 업데이트: 2023년 12월 14일 오후 1:11

대만 검찰이 지난 10년 이래 최대 규모의 공산당 스파이 네트워크를 적발하고 현역·퇴역 군인 10명을 기소했다.

이 가운데는 육군항공특전지휘부 셰(謝) 중령이 헬기를 타고 훈련 중인 중국 항공모함에 착륙하는 방식으로 귀순하려다 적발된 사건도 포함됐다. 그는 귀순 조건으로 1500만 달러(약 197억원)와 가족을 태국으로 이민시켜주겠다는 중국 당국의 제안을 수락했다.

또 한 사례는 육군 화둥(花東)방위지휘부 허(何) 소령이 총통이 주재한 극비 ‘국방군사회담’회의 내용과 대만해협 방어전략인 ‘구안(固安)작전계획’을 휴대폰으로 촬영해 중공 정보기관에 제공한 사건이다.

검찰 조사 결과 사업가 셰빙청(謝秉成)이 중공 군사정보 기관의 지시를 받고 대만으로 돌아와 스파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다수의 군 장교를 포섭해 국방 기밀을 수집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만 고등검찰원은 7월 말 셰빙청과 육군 항공특수전지휘부 601여단 셰 중령을 구속했다.

셰빙청 사건으로 현재 10명이 구속됐다. 그중 7명은 현역 군인이다. 이 사건은 대만에서 가장 오래 활동하고 전현직 군관을 가장 많이 포섭한 사상 최대 스파이 사건으로 알려진 전 중교 전샤오장(鎮小江) 사건 이후 최대 ‘중공 스파이 공작’ 사건이다. 전샤오장의 포섭 대상은 대부분 공군인 데 비해 셰빙청의 대상은 주로 육군이었다.

총통이 주재한 회의의 특별 문건도 유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육군항공특수전지휘부 셰 중령과 화둥방위지휘부 허 소령은 대만 국군의 ‘구안작전계획’을 휴대폰으로 촬영해 중공 정보 요원에게 넘겼다. 총통이 주재한 극비 회의에서 다룬 국가 최고 국방 프로젝트 내용도 유출했다.

보도는 지난 7월 허 소령이 천젠이(陳建義) 전 화둥방위사령부 사령관이 이임하기 전 인수인계 공백을 이용해 극비인 ‘국방군사회담’ 문서에 접근해  휴대폰으로 찍었다고 전했다.

유출한 문서에는 ‘반격 및 제공(制空) 작전 모델 시뮬레이션 결과 검토 및 발전 전략’, ‘제해(制海) 전투 모델 시뮬레이션 결과 검토 및 발전 전략’, ‘중공군의 신속한 대만 점령에 대한 국군의 대응’, ‘중심부 방어 작전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 ‘국군의 합동 정보 감시 및 정보통신 능력 검증 및 평가 특별 보고서’, ‘국군의 수뢰(水雷) 작전 계획’, ‘신속한 대만 탈환 방안’ 등 군사력 배치 및 작전 관련 중요 계획과 미국과의 협력에 관한 계획이 포함됐다.

검찰은 셰빙청이 사업 문제로 인해 중공군 소속 기관에 포섭돼 대만에서 스파이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군 장교를 흡수해 기밀을 수집한 것으로 보고 있다.

셰빙청은 전 육군 생화학전 훈련센터 샤오(肖) 소령 등 군 인맥을 통해 항공특수전지휘부 소속 셰 중령 등 여러 현역 군 장교들과 친분을 쌓았고, 셰 중령 등을 통해 군사 기밀을 확보했다.

검찰은 셰빙청 등 사건 관련자들에 대한 감청·모니터링을 통해 증거를 수집한 후, 7월에 때가 됐다고 판단해 수사를 종결하기로 했다. 검찰은 샤오 소령의 진술에 근거해 8월 3일 허 소령을 구속했다.

현재 이미 구속된 셰 중령, 허 소령, 보석된 샤오 소령 외에도 타이중 칭위안강(清泉崗) 공군기지의 샤오 작전장교, 타이중 청궁링(成功嶺) 제104신병훈련여단의 훙(洪) 대위, 남부 모(某) 예비 여단의 류(劉) 하사도 피고인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현역 공군 중령, 헬기 몰고 중공군에 귀순하려다 체포

기소장에 따르면 CH-47 치누크 수송 헬기 조종사인 셰 중령은 지난 6월 태국에서 중공 국가안전부 고위 간부 2명을 만났고, 이 자리에서 중공 간부는 셰 중령에게 헬기를 직접 몰고 귀순하라고 제안했다. 그들이 제시한 귀순 방법은 치누크 헬기를 몰고 대만 본섬 해안에서 24해리(약 44.4㎞) 지점에서 작전 중인 중국 항공모함 ‘산둥함’에 착륙하는 것이었다.

중공 간부는 귀순 대가로 태국에 장기 체류할 수 있는 특별 비자를 제공하고, 매달 20만 대만달러(약 837만원)을 지급하고, 중국-대만 양국에서 분쟁이 발생할 시 가족을 태국으로 대피시키는 것 등을 제시했다.

셰 중령은 회유 초반에는 중국 측의 귀순 제안을 거절했지만, 선금 100만~200만 달러(약 13억~26억원)를 포함해 총 1500만 달러(약 197억원)를 주겠다고 하자 그들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대만 군사안보본부는 셰 중령 등 군 장교들과 셰빙청이 중국 측에 기밀을 유출한 혐의가 있다고 결론 내리고 수사국 국가안보수호처에 수사를 의뢰했고, 수사국은 이 범죄가 형법상 외환죄(外患罪)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이 사건을 대만 고등검찰청에 이첩했다.

입법원, 국방부에 특별보고 요청

대만 입법원(의회) 외교·국방위원회는 11일 국방부에 특별보고를 요청했고, 차이스잉(蔡適應) 입법위원도 셰빙청 스파이 사건에 대해 질의하며 우려를 표했다.

답변에 나선 추궈정(邱國正) 대만 국방부장(장관)은 이번에 육군 현역 군인 7명을 기소했고, 5월에 불법 증거를 확보하자마자 입건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국방부와 국가안전부서가 내부 제보를 받은 뒤 방첩 수사를 공동으로 실시하는 한편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했다.

차이 의원은 이 사건에 화학병과, 육군 항공특수전지휘부, 육군 화둥(花東)방위지휘부, 기갑여단, 타이난 수비대 등이 연루됐다며 국방부장에게 검찰의 공소장을 면밀히 검토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한 사람이 그렇게 많은 부대와 접촉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라며 “소설을 써도 이렇게 드라마틱하게 쓰지는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차이 의원은 “국방부는 검찰이 현재 얼마나 많은 기밀·극비 사건을 적발했는지 파악해야 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고 관련 기밀 내용을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중공이 다양한 방법과 접근 방식으로 침투하는 데 대응하기 위해 군의 보안시스템을 정비하고, 지속적인 보안 교육 및 보안 경계 강화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