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테러 계획 조직, 미국 내 침투했을 가능성” 전 美 국경국 관계자

어텀 스프레데만(Autumn Spredemann)
2023년 10월 25일 오후 8:58 업데이트: 2023년 10월 25일 오후 9:52

하마스의 대규모 기습 공격으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가운데, 미국에서도 이와 관련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국경이 취약하다는 점에서다.

최근 마크 모건 전 미 세관국경보호국(CBP) 국장 대행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에 해를 끼치려는 테러리스트들의 증오와 의지는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발언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당시 세관국경보호국 국장 대행을 지낸 모건 전 국장 대행은 “제정신이라면 누구도 미국 국경이 안전하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 국경 순찰대를 피해 미국에 밀입국한 160만 명 이상의 불법 이민자들 사이에 테러리스트가 끼어 있을 실질적인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모건 전 국장 대행에 따르면, 지난 11개월간 ‘테러 감시 명단’에 오른 인물 중 무려 151명이 미국으로 밀입국했다 국경 순찰대에 뒤늦게 체포됐다. ‘특별 관심 대상 명단’에 있는 다른 수만 명의 외국인도 미국에 입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예멘, 이란, 레바논, 이집트, 파키스탄 등의 국적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일(현지 시간) 하마스가 이스라엘 키부츠를 공격한 후 발견된 어느 어린이 침대. 침대가 피로 얼룩져 있다.|Dima Vazinovich/Middle East Images/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모건 전 국장 대행은 2013년 보스턴 폭탄 테러나 2015년 캘리포니아 샌버너디노 총기 난사 사건 같은 테러 공격이 또다시 미국에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아무도 예측할 수는 없지만, 분명 다가오고 있다. 미국에 대해 새로운 테러 공격을 계획하는 조직이 있을 수 있고, 우리는 그 사실을 전혀 모른다.”

특히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미국 전역에서 시위가 확산하면서 테러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크리스토퍼 레이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이달 14일(현지 시간) 열린 국제경찰청장회의에서 “경계를 늦추지 말 것”을 독려했다.

이날 레이 국장은 “이 엄중한 환경에서 위협 관련 신고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으며, 특히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사건에서 영향을 받아 폭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모건 전 국장 대행 또한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습 같은 테러 사건이 또 다른 테러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모건 전 국장 대행은 “미국에는 실제로 하마스를 지지하고, 아이들을 살해하고, 여성들을 잔인하게 강간하는 행위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다”고 말을 이었다.

“이데올로기가 급진주의로 나아갈 수 있는 계기를 주면 행동이 매우 빠르게 촉발될 수 있다”고 설명한 모건 전 국장 대행은 “일반적으로 사건이 필요한데, 지금 그런 사건(하마스의 기습)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지난 14일(현지 시간) 미국 백악관 인근에서 열린 가자지구 지지 집회에서 한 남성이 이슬람 성서인 코란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Ali Khaligh/Middle East Images/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외교정책 분석가 이리나 츠커만 역시 하마스가 미국에 가하는 위협에 관해 같은 입장을 보였다.

츠커만 분석가는 에포크타임스에 “미국에는 이미 좌파 급진주의자들과 팔레스타인 활동가들 사이에서 상당한 친(親)하마스 지지 기조가 조성돼 있다”며 “최근 미국 전역 여러 대도시에서 하마스와 함께 집회에 모인 군중도 이를 방증한다”고 언급했다.

앞서 지난 9 FBI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관련해미국에 대한 위협을 나타내는 구체적이고 신뢰할 만한 정보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츠커만 분석가는 “FBI는 틀렸다며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츠커만 분석가는 “하마스 정치국 수장 출신 칼리드 마샬은 서방의 다른 목표물을 공격할 것을 촉구했다. 여기에는 미국, 또는 최소 미국의 유대인 등이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달 11일 로이터가 보도한 녹음본에 따르면, 마샬은 “지금은 지하드(이슬람 성전)를 가르치고 배우는 모든 사람이 이론을 적용해야 할 순간”이라고 언급했다.

마찬가지로 이달 8일 친이란 민병대 카타이브 사이드 알 슈하다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에 있어 미국이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해당 단체는 “팔레스타인은 우크라이나가 아니다”라는 말과 함께 “미국이 분쟁에 직접 개입하면 중동 지역 내 미국의 모든 입지가 표적이 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했다.

테러와 연관된 이러한 조직들의 활동은 대부분 중동에 국한돼 있다. 헤즈볼라만큼은 다르다.

지난 2021년 5월 1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한 활동가가 헤즈볼라 깃발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팔레스타인 지지 행진을 하고 있다.|Andrew Caballero-reynolds/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동원의 물결

“이것은 장기적이면서 전략적인 플레이다.”

중동의 핵심 국가인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슬람 무장세력 헤즈볼라는 아메리카 대륙 내 활동을 목표로 수십 년에 걸쳐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조용히 뿌리를 내려왔다.

미국 정부도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미국 대테러·방첩소위원회는 보고서를 통해 “헤즈볼라가 라틴 아메리카의 범죄 및 테러 단체와 관계를 맺어왔다”고 밝혔다.

미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민주주의수호재단의 에마누엘레 오톨렌기 선임 연구원은 “지난 수십 년 동안 헤즈볼라는 서반구의 여러 경로를 통해 수십억 달러 규모의 돈세탁 조직과 마약 조직을 라틴 아메리카에 구축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헤즈볼라나 하마스 등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를 통해 반서방 이데올로기 의제를 표방해 온 이란 역시 은밀히 쿠바, 베네수엘라, 니카라과 등 라틴 아메리카의 반미 성향 국가들과 우방 관계를 다지고 있다.

지난 6월 12일(현지 시간)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앞)이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만나고 있다.|Yuri Cortez/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일례로 올해 6월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은 안보 협력 등 여러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협정에 서명했다.

마두로 대통령은 “이란과 베네수엘라는 역사의 올바른 편에 서 있다. 함께라면 우리는 무적이 될 것”이라고 연설했다.

이란이 이렇게 손을 내미는 대상에는 비단 반미 성향 국가들뿐만 있는 게 아니다.

올 초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해안가에는 이란 군함 2척이 당도했다. 이어 지난 7월에는 볼리비아가 이란과 공식적인 방위 협정을 체결한다고 발표하면서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주변 국가들의 즉각적인 반발을 샀다.

전문가들은 이란이 라틴 아메리카 지역 내 조직망을 통해 마약 및 무기 밀매와 같은 불법 무역으로 막대한 자금을 벌어들이고 있다고 진단한다.

츠커만 분석가는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협력 수준과 현재 소위 ‘동원의 물결’이 일고 있다는 사실 두 가지를 고려할 때, 이들 테러 조직이 쉽게 힘을 합쳐 미국 내 조직에 무기 및 기타 물질적 지원을 제공하거나 또는 남미 기지에서 공격 및 기타 전복 활동을 계획할 수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고 전했다.

이에 모건 전 국장 대행은 “중동에서 벌어지는 이번 새로운 전쟁은 글로벌 테러리즘이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테러리스트들은 전 세계에 촉수를 뻗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9년 3월 20일(현지 시간) 미 국경 순찰대 요원들이 뉴멕시코주의 미국-멕시코 국경을 넘어온 불법 이민자들을 체포하고 있다.|Paul Ratje/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국경의 현실

미 국경 당국은 지난 11개월 동안 280만 명 이상의 불법 이민자를 체포했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다.

모건 전 국장 대행은 “다른 많은 당국자들이 말했듯, 미국 국경은 구멍이 뚫린 상태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국경 병력은 고갈됐으며 이로 인해 잠재적 테러리스트를 식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 법에 따르면 특별 관심 대상 명단에 오른 외국인의 경우 입국을 허가하기 전 철저한 심사 과정과 함께 망명 신청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구금 기간을 거쳐야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경 관리들은 이러한 절차를 밟을 만한 시간이나 자원이 없다.

에포크타임스는 지난 한 해 동안 미 국경에서 체포됐거나 체포 후 미국으로 석방된 특별 관심 대상 외국인 수에 관해 세관국경보호국에 논평을 요청했으나 아무런 응답을 받지 못했다.

모건 전 국장 대행은 “현재 미국의 최우선 과제는 FBI의 테러 태스크포스가 지난 몇 년 동안 미국에 풀어준 특별 관심 대상 외국인 수만 명에 대한 광범위한 신원 조사를 수행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미국은 테러를 후원하고, 은닉하고, 조장하는 나라에서 온 그들의 이데올로기를 공유하고 싶지 않다. 이는 지극히 합리적인 결정이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