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학원 추방 교두보 될까…시민단체, 부산시의회서 기자회견

이윤정
2023년 10월 17일 오후 6:31 업데이트: 2023년 10월 17일 오후 7:28

시민단체 ‘공자학원 실체알리기 운동본부(대표 한민호, 이하 공실본)’와 ‘CCP(중국공산당)아웃’은 10월 17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의회 프레스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자학원 추방을 촉구했다.

이들은 “오늘 우리는 특별히 동아대학교와 동서대학교의 결단을 촉구한다”며 “더 늦기 전에, 신속하게 공자학원을 추방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공자학원이 중국공산당의 붉은 촉수라는 정체가 이미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공자학원을 감싸는 것은 중국공산당의 공작에 협조하는 반역행위”라고 일갈했다.

이들 시민단체는 그간 전국을 순회하면서 중국공산당의 ‘통일전선 공작거점’로 알려진 공자학원의 위험성을 알려왔지만, 광역시의회 시설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리나라에서 공자학원이 설치된 대학은 총 23개(1곳은 학원)로, 이 중 부산 동서대학교와 동아대학교는 두 곳 모두 지난 2007년에 공자학원이 들어섰다.

이날 기자회견은 교내에 공자학원이 설립·운영되고 있는 동서대, 동아대 두 대학을 특정해 이뤄졌다.

공실본은 지난해 부산 도심인 서면 영광도서(9월)와 동아대학교 앞(10월)에서 공자학원의 추방을 요구하는 한편, 공자학원연합회 측에 공개 토론을 제안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기도 했다. 올해 1월과 2월, 9월에도 동아대, 동서대 앞에서 공자학원 추방을 촉구했다.

10월 17일 오전 부산 연제구 부산시의회 프레스룸에서 공자학원 추방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 공실본 제공

한민호 공실본 대표는 이날 통화에서 “그간 거리에서만 공자학원 추방을 외쳐 왔는데 지방자치단체 시설에서 이를 촉구한 건 처음”이라며 “앞으로는 광주, 대전, 서울 등을 돌며 국가나 지자체가 운영하는 시설에서 좀 더 격식을 갖춰 우리의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러한 움직임은 중국공산당을 더 위축시키고 공자학원 추방을 앞당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세계 각국에선 일찌감치 공자학원 퇴출 바람이 거세게 일었다. ‘공자’ 간판을 걸고 중국어와 중국문화를 배우는 기관으로 알려진 공자학원이 중국 공산당 체제 선전기관이자 스파이 기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2005년 유럽에서 가장 먼저 공자학원을 허용한 스웨덴은 2020년에 이를 모두 추방했다. 중국에 우호적이었던 독일, 프랑스, 캐나다에서도 공자학원을 퇴출 중이며, 일본과 호주에서도 정부 주도로 추방을 준비하는 중이다. 미국은 118개에 달하던 공자학원을 이미 10개로 줄였고, 남은 것도 모두 폐쇄될 예정이다.

이 속에서 한국만 요지부동인 상황이다. 한국은 공자학원을 세계 최초로 설립한 나라이자 세계에서 세 번째, 아시아 최다 공자학원 보유국이기도 하다.

공실본에 따르면 우리나라에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39개의 공자학원·공자학당이 준동하고 있다. 국립대학 5곳(강원대·인천대·충남대·충북대·제주대)을 포함해 전국 22개 대학에 공자학원이 설립돼 있고, 16개 중·고등학교에서 공자학당을 운영 중이다.

공실본은 2021년 9월과 올해 4월에는 전국에 산재한 공자학원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그 추방을 요구하기도 했다. 지난 5월엔 교육부 앞에서도 기자회견을 열었다.

부산·울산·경남지역 공실본 대표인 강석정 목사는 이날 “중국공산당은 인류 역사상 가장 악랄하고 가장 강력한 마피아 집단”이라며 “중국공산당은 최소한의 윤리, 도덕, 국제법 등 모든 한계를 짓밟고 마약까지 동원하는 소위 ‘초한전’이라는 악랄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부산·울산·경남지역 공실본 강석정 대표 | 공실본 제공

한 대표는 “오는 25일 오전 11시 광주시청 시민소통실에서 광주 시민단체들과 함께 정율성 우상화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