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침체 속 열린 中 양회, 시진핑 ‘우선순위’ 드러냈다

박숙자
2024년 03월 6일 오후 2:29 업데이트: 2024년 03월 6일 오후 3:30

시진핑 권력 안정에 집중…경제 최고 책임자 총리는 들러리 전락

중국 연중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가 지난 4일 개막했다.

경제 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시진핑 등 지도부가 내놓을 정책의 방향성, 리창 총리의 정부 업무보고, 군과 외교 분야 인사에 관심이 집중된다.

리창 총리는 양회 이틀째인 5일 전인대 정부 업무보고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지난해와 같은 ‘5% 안팎’으로 제시했다.

지난해와 비슷하더라도 중국 경제의 침체가 예상을 넘어선 상황에 비춰 본다면 상당히 높여 잡은 수치로 평가된다.

중국 당국은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5.2%라고 발표했지만, 데이터 신뢰성에 문제가 제기된다. 실제로는 더 낮을 것이라는 게 국제사회의 대체적 평가다. 미국 민간연구소 로듐그룹은 자체 분석을 통해 실제 성장률을 1.5%라고 발표했다.

경제성장률 논란을 떠나 부동산 침체, 지방정부 부채, 내수 부진,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은 이제 구조적인 문제가 됐다.

외국인 자본도 철수하고 있는 것은 눈으로 확인되고 있는 사실이다. 중국의 국제수지는 2023년 3분기에 처음으로 외국인 직접투자 순유출을 기록했다.

중국의 총부채는 국제금융협회(IIF)에 따르면 GDP의 300%를 넘어섰다. 지방정부 부채 부담과 부동산 대출 부실은 금융권에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모두 경제 성장을 어렵게 하는 요인들이다.

“시진핑, 경제보다 정권 안정 우선…특별한 부양책 안 나올 것”

시진핑 정권이 중국 경제를 되살릴 의지를 가졌는지조차 의구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만 정치대 국제관계연구소 딩수판(丁樹范) 교수는 4일 에포크타임스에 “지난 1년간 중국 국무원이 외국인 투자를 장려하거나 민간 기업의 투자를 독려하는 문서를 많이 발표했지만 효과가 좋지 않아 양회 기간에 새로운 정책이 나올지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딩 교수는 “양회 때마다 총리가 중요한 역할을 해온 만큼 이번 보고서에서 어떤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할지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시진핑이 경제 발전보다 정권 안정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리창 총리의 보고서 발표는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할 것”이라며 기대치를 낮췄다.

그는 “리창 총리는 시진핑의 정책을 따를 수밖에 없고 독립적인 권한이 없는 매우 약한 총리라는 것이 중론이다”이라며 중국 경제 최고 책임자인 그가 시진핑에 이어 2인자로서의 역할을 더 우선할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 전문가 왕허(王赫)도 정부 업무보고는 시진핑의 의지를 전달할 뿐 리창이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했다.

왕허는 “시진핑은 안보를 최우선으로 하고 경제를 두 번째로 생각하고 있다”며 “전인대를 개최해 경제를 논의하는 것은 ‘보여주기’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실속 있는 경기부양책을 내놓지 않으리라는 것이다.

쑤쯔윈(蘇紫雲) 대만 국방안보연구원 국방전략자원연구소장은 4일 에포크타임스에 “중국공산당 수뇌부는 경제 침체와 시진핑의 잘못된 리더십으로 인해 이번 양회에서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시진핑의 임기가 4년이나 남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남은 임기에 국정 노선이 사회주의 쪽으로 기울어지면 경제 위축이 심화돼 권력의 불안정도 지속된다는 것이다.

쑤 소장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중국공산당을 불신하고 있고, 특히 동중국해·남중국해에서의 중국공산당의 대외 확장은 미국과 유럽의 해상 활동의 이익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국공산당이 줄곧 물밑에서 러시아를 지원하며 유럽의 불만을 쌓아가고 있고, 대만해협을 장악하려는 시도를 통해 이 지역의 물류 안전 확보를 중시하는 한국, 일본과 미국의 반발을 일으켜 국제사회에서의 고립을 가속화한다는 것이다.

한편, 중국 정부는 경제 침체 속에서도 올해 국방예산을 전년 대비 7.2% 증액한다고 발표해 군비 확장을 향한 공산당의 강력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는 지난해 증가율 7.2%와 같은 것으로 2021년 6.8%, 2022년 7.1% 증가율보다 다소 높은 것이다. 3년 연속 국방예산 증가율이 7%대를 넘어섰다.

* 이 기사는 닝하이중, 뤄야 기자가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