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인권단체들, 유엔본부 앞에서 ‘中 탈북자 강제북송’ 중단 촉구

소피아 람(Sophia Lam)
2023년 11월 20일 오후 1:21 업데이트: 2023년 11월 20일 오후 1:21

한국 인권단체가 유엔본부 앞에서 중국 공산당 정권의 탈북자 강제 북송 관행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 14일(이하 현지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유엔본부 인근의 다그 함마슐드 광장에서는 뉴욕한인회와 민주평통뉴욕협의회, 재향군인회 미동북부지회 등 단체 회원 50여 명이 모여 탈북자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다.

이번 집회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미·중 정상회담을 가지는 것을 계기로 기획됐다.

이날 집회 주최 측은 “중국에 억류된 탈북자 숫자는 2000여 명에 이른다”며 “중국 정부는 지난달 이 중 620명을 강제로 북한에 보냈다”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 따르면 현재 약 2000명의 탈북자가 중국에 구금돼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에 의하면 지난달 중국 당국은 탈북자 수백 명을 북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휴먼라이츠워치는 “북한 정권은 무단이탈을 ‘국가에 대한 반역죄’로 간주, 사형 또는 가혹한 강제노동 수용소 구금형에 처한다”고 설명했다.

지난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UN)본부 앞에서 한국 인권단체들이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에 항의하는 집회를 연 가운데, 김광석 뉴욕한인회 회장이 언론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Lin Yijun/에포크타임스

“우리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뉴욕에 거주하는 50만 한인을 대표하는 뉴욕한인회의 김광석 회장은 집회에서 “중국은 탈북자들이 북한에 송환되면 죽거나 심각한 고통을 겪게 될 것을 알면서도 북송을 단행하고 있다”며 중국 정부의 반인권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김 회장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유엔은 중국공산당의 강제 북송이 잘못됐다고 명시적으로 말해야 한다”면서 “중국공산당은 인권 문제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알아야 한다. 다른 국가들도 이 문제에 대해 우려를 표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UN)본부 앞에서 한국 인권단체들이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에 항의하는 집회를 연 가운데, 테렌스 박 아시안아메리칸유권자연맹 대표가 함께하고 있다.|Lin Yijun/에포크타임스

미국에 본부를 둔 아시안아메리칸유권자연맹의 테렌스 박 대표 또한 집회에 참석해 “강제 북송은 살인 행위”라고 규탄의 목소리를 냈다.

레이먼드 박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뉴욕협의회 회장은 이번 유엔본부 앞에서 열린 집회를 가리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는 대한민국 헌법에 따라 발족된 헌법기관이자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로, 남북한의 민주적 평화통일 달성에 필요한 모든 정책 수립을 목적으로 하는 기구다.

박 민주평통 뉴욕협의회 회장은 에포크타임스에 “우리는 강제 북송에 대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우리의 목소리가 중국 정부에 전달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지난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UN)본부 앞에서 한국 인권단체들이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에 항의하는 집회를 연 가운데, 레이먼드 박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뉴욕협의회 회장(왼쪽)이 자리에 함께하고 있다.|Lin Yijun/에포크타임스

탈북자의 이야기

해당 집회에서는 북한에 강제 송환됐다가 가까스로 재탈출한 탈북자의 목소리를 듣는 시간도 마련됐다.

지난 2000년 2월 중국으로 탈북한 뒤 다시 북한에 강제로 보내진 탈북자 구호인 씨는 “(2000년) 당시 북한에서는 300만 명이 넘는 사람이 굶어 죽거나 노동수용소로 보내졌고, 그래서 나는 북한을 탈출할 수밖에 없었다”고 증언했다.

지난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UN)본부 앞에서 한국 인권단체들이 중국의 탈북자 강제 북송에 항의하는 집회를 연 가운데, 중국으로 탈북한 뒤 다시 북송돼 가까스로 북한을 재탈출한 구호인 씨가 함께하고 있다.|Lin Yijun/에포크타임스

에포크타임스의 인터뷰에 응한 구 씨는 “그러나 중국에 도착한 지 사흘 만에 중국 공안에 붙잡혀 곧바로 북으로 돌려보내졌다”고 말했다.

끌려간 구 씨는 북한 감옥에서 온갖 폭행에 시달렸다. 이후 북한 정권으로부터 사형을 선고받고 강제 노역을 하러 농장으로 보내졌다. 혹독한 노동 강도에 구 씨가 몸이 아파 쓰러지자 북한 정권 측은 장례조차 치를 필요가 없다며 달구지에 실어 농장 밖으로 내보냈다.

이 과정에서 구 씨는 다시 탈북을 시도했고, 우여곡절 끝에 2000년 10월 한국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

“중국 공산당 정권과 북한 정권은 모두 반인륜적인, 반인권적인 전체주의 집단이다. 나는 두 정권 모두 강력히 반대한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