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의류서 ‘中 교도소 수감자’ 신분증 발견…강제노동 의혹 제기

릴리 저우(Lily Zhou)
2023년 12월 4일 오후 2:25 업데이트: 2023년 12월 4일 오후 3:39

영국 인기 의류 브랜드 ‘레가타(Regatta)’의 새 제품에서 중국 교도소 수감자의 신분증이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 인해 영국의 공급망이 ‘현대판 노예제’로 불리는 중국의 강제노동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영국 매체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잉글랜드 더비셔주에 사는 한 여성은 최근 블랙프라이데이 세일 기간에 레가타에서 코트 한 벌을 주문했다.

주문한 제품이 도착한 건 지난달 22일이었다. 이 여성은 제품에 하자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던 중 오른쪽 소매 안쪽에 직사각형 모양의 단단한 물체가 박음질돼 있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 물체는 바로 중국 교도소 수감자의 신분증이었다.

그녀는 가디언에 “곧바로 가위로 (신분증을) 잘라낸 뒤 쓰레기통에 버렸다. 그러고는 레가타 고객센터로 연락해 이 사실을 알렸다”며 “고객센터 측은 ‘의류 제조공장 직원의 신분증이므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고객센터 측이 그녀에게 다시 연락해 “새 제품으로 교환해 주겠다. 대신 이전에 주문한 제품과 신분증을 우리에게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여성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새 제품으로 교환해 주겠다는 제안을 거절하긴 했지만, 쓰레기통에 버렸던 수상한 신분증은 혹시 몰라 보관했다”고 전했다.

이어 “중국에서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말을 들어보긴 했다. 중국 교도소와 관련된 물건이 실제로 옷에서 나와 정말 깜짝 놀랐다”며 “교도소 수감자들이 강제로 옷을 만든다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 사건은 중국 교도소 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강제노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를 촉발했다.

2019년 런던에 사는 6세 소녀 플로렌스 위디콤이 유통업체 테스코에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구매했는데, 그 안에는 이런 말이 적혀 있었다.

“우리는 중국 상하이 칭푸교도소에 수감된 외국인 죄수들입니다. 우리는 노동을 강요당하고 있습니다. 제발 우리를 도와주세요.”

인권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중국 정권으로부터 제재를 받고 있는 알리시아 컨스 영국 하원 외교위원회 위원장(보수당)은 이번 사건에 대해 “현재 영국의 의류 브랜드들이 강제노동과 관련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이후 레가타 측은 에포크타임스에 보낸 이메일에서 “이번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우리는 공정무역이니셔티브(ETI)의 회원사로서 국제 노동 표준을 준수하고 있으며, 강제노동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는 등 엄격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조사 결과 우리의 중국 제조공장은 관련 정책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번 사건은 공장에서 근무하기 전 교도소에 수감된 적이 있는 한 직원이 의류 제조 과정에서 저지른 ‘실수’로 보인다. 강제노동과 관련된 증거나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문제의 의류에서 나온 신분증은 중국 제조공장 직원의 것임이 확인됐다. 레가타는 이 직원의 근로계약서, 급여지급명세서 등을 보유하고 있다. 이는 강제노동과 관련이 없다는 증거”라고 부연했다.

레가타 측은 “해당 직원의 신분증이 어떤 경위로 의류 안에 들어갔는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았으며,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에포크타임스는 중국 제조공장의 위치 등 구체적인 정보에 대해 문의했지만, 레가타 측은 이에 답변하지 않았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