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합참의장 “대만 침공? 우크라·중동까지 3개 전선 역량 충분”

한동훈
2023년 11월 14일 오후 2:55 업데이트: 2023년 11월 14일 오후 2:55

칼빈슨·레이건 등 2개 항모전단 필리핀 해역에 전개
“3개 전선 동시 감당능력 충분”…중국에 분명한 메시지

미군이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2개 전선에 이어 중국 공산당의 대만 침공이 발생할 경우 3개 전선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찰스 브라운 주니어 합참의장(대장)은 지난 10일 일본을 방문해 도쿄의 미대사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군이 참여하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양면 작전은 인도-태평양에서 미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브라운 합참의장은 이어 “중국과 대결하는 능력에도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며 “일본을 포함한 동맹국과의 협력 관계의 확대가 (미군에) 큰 자신감을 갖게 했다”고 강조했다. 일본에서의 기자회견인 만큼 한국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이는 한미일 3국 협력의 복원을 시사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앞서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 집권 후, 이전 정부 때 무너진 한일 협력을 복원했으며 지난 8월에는 미국 워싱턴 D.C. 인근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협력의 큰 틀을 명시한 ‘캠프 데이비드 원칙’을 채택해 향후 수년간 3국의 긴밀한 공조를 공식화했다. 정권이 바뀌어도 틀이 유지되도록 한 것이다.

이 문건에서 한미일은 “3국 안보협력의 목적은 역내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고 증진하는 것”이라며 북한을 넘어서서 중국까지 견제하기 위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실제로 문건에는 중국 공산당(중공)의 도전을 겨냥한 표현인 “힘에 의한, 강압에 의한 일방적 현상 변경 시도에도 강하게 반대한다”는 문장이 서두에 포함됐으며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양안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촉구하는 내용도 담겼다.

미-소 냉전이 끝난 2010년대 미군은 ‘2개의 큰 전쟁을 동시에 치를 수 있는 준비태세를 갖추겠다’는 접근법에서 벗어났다. 하지만 이 변화로 인해 미국이 유럽, 중동, 아시아에서 동시에 발생하는 위기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이러한 우려에 대해 브라운 함참의장은 “아시아 태평양에서 우리가 가진 모든 능력은 인도태평양사령부 산하에 있다”며 “전 세계에서 활동하며 모든 시나리오를 관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한 중공이 대만을 점령하려는 위험에 대해 브라운 장군은 중공 인민해방군이 “대규모 수륙양용 작전”을 통해 대만을 무력으로 점령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시진핑 주석이 꼭 무력으로 대만을 빼앗으려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브라운 합참의장은 “(중공이) 군사적이건, 외교적이건, 또는 경제적이건 간에 압력을 강화해 대만이 통일을 받아들이도록 할 수도 있다”고 경고하면서 미국과 동맹국들이 이런 시도를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대만은 미중 관계에서 최대 쟁점 중 하나다. 차이잉원 총통이 미국 상하원 의원들과 회담을 이어가는 사이 중공은 지난 1년여 동안 대만 주변에서 대규모 군사훈련을 두 차례 실시하며 군사적 협박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미 상원은 2020년 ‘타이베이 법안’으로 불리는 대만 동맹보호법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으며 “대만은 2300만 명의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번영하는 국가이자 전 세계 평화와 안정의 중요한 기여자”라는 문구가 들어간 이 법은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서명해 정식 법률로 공포됐다.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역시 2022년 8월 대만을 방문한 직후 발표한 성명에서 “전 세계가 독재와 민주주의 사이에서 선택을 마주한 상황에서 2300만 대만 국민에 대한 미국의 연대는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대만의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일의 세계사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트럼프에 이어 정권을 넘겨받은 조 바이든 대통령도 중국이 침공하면 미국은 대만을 지킬 것이라고 여러 차례 발언하며 대만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일관되게 밝힌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브라운 합참의장의 ‘대만 수호’ 발언은 실제 행동으로도 옮겨지고 있다. 지난 4일부터 8일까지 미군은 칼빈슨호 항모전단과 로널드 레이건호 항모전단의 2개 항모전단을 필리핀 해상으로 파견해 일본 해상자위대와 군사훈련을 진행했다.

훈련을 위해 칼빈슨호 항모전단은 하와이에서 출발해 일본 남부 해역으로 이동했고, 필리핀 서부에서는 이미 레이건 항모전단 전개한 상태였다.

이로 인해 지난달 말 서태평양에 진출한 중국군 산둥호를 남북에서 압박하는 형태를 이루자, 중공은 함정과 폭격기 등 48대 군용기를 출동시키며 당황한 모습을 보였다.

미군 2개 항공모함의 탑재기는 중공이 두려워하는 최신 스텔스전투기 F-35C를 포함해 150대가 넘는다. 이번 움직임은 필리핀 해상 훈련을 위한 것이었지만, 미군이 우크라이나와 중동의 2개 전선 외에 대만 해협의 3개 전선까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음을 보여준 일로 평가된다.

또한 미 해군 제6함대는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제럴드 포드호 항공모함 전단과 트와이트 아이젠하워호 항공모함 전단 등 2개 항공모함 전단이 지중해 동부에서 합동훈련했다. 3일간의 훈련에는 미군 1만1천 명이 참여했다.

미 해군은 핵추진 항공모함을 10개 이상 운용하며 전 세계 바다에서 제해권을 유지하며 항행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이런 전력을 갖춘 나라는 지구상에서 미국이 유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