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패스트푸드서 가축 항생제·피임약 성분 검출…“식품안전 우려”

마리나 장
2023년 10월 13일 오후 4:36 업데이트: 2023년 10월 13일 오후 8:21

미국에 있는 대형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의 식품 샘플에서 가축용 항생제 2종과 가축용 피임약 1종 성분이 검출돼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달 미국학부모모임(MAA)은 식품의 영양가, 오염물질 등을 조사하는 비영리 기관인 건강조사연구소(HRI)에 미국 유명 패스트푸드점 10곳의 식품 샘플을 제출해 가축용 의약품, 항생제 등에 대한 검사를 의뢰했다.

MAA는 미국 전역의 학부모들이 유전자변형식품(GMO)과 식품 속 항생제, 살충제 등의 위험성을 폭로하고 경각심을 일깨우고자 결성한 비영리 활동단체다.

HRI에 따르면 유명 패스트푸드점 10곳 가운데 8곳의 식품 샘플이 가축용 의약품 성분 테스트에서 ‘양성 판정’을 받았다.

이번 테스트에 쓰인 식품 샘플은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패스트푸드점 10곳에서 채취한 것이다. MAA의 자원봉사자들은 맥도날드, 스타벅스, 서브웨이, 칙필레, 버거킹, 타코벨, 치폴레, 던킨, 웬디스, 도미노 등 총 10곳의 매장을 방문해 샘플을 마련했다.

이후 식품 샘플을 밀봉해 일정 시간 냉동 보관한 뒤, 우편으로 HRI에 보냈다. HRI는 이 샘플로 가축용 의약품 및 호르몬 검사를 거쳤다.

HRI는 보고서를 통해 “치폴레와 서브웨이를 제외한 모든 식품 샘플에서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식품 샘플에서 검출된 각 의약품의 양은 1kg당 2μg(마이크로그램) 미만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일일 섭취 허용량보다 훨씬 낮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FDA의 일일 섭취 허용량은 급성 중독을 확인하는 데만 의미가 있다”며 “사람들이 자주 섭취하는 패스트푸드의 경우, 의약품 또는 독소의 축적으로 인해 ‘만성 중독’에 빠질 위험이 있다”고 우려했다.

모넨신(Monensin)

타코벨, 던킨, 웬디스, 도미노, 버거킹, 맥도날드 등 6곳의 샘플에서 가축용 항생제의 일종인 모넨신이 검출됐다. 검출량은 모두 1kg당 0.5μg 미만이었다.

모넨신의 일일 섭취 허용량은 체중 1kg당 12.5μg으로, 식품 샘플에서 검출된 양은 비교적 안전한 수준이다. 다만 과다 복용하면 치명적인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

모넨신을 섭취한 동물에게서 부작용이 발생할 경우 식욕 감퇴, 설사, 무기력증, 운동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하면 이 성분에 중독돼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모넨신 중독은 사람에게서도 드물게 발생하며, 임상적으로 효과가 증명된 치료법은 아직 없다.

모넨신 300mg을 섭취한 한 남성이 횡문근융해증, 근육조직 파괴 등의 부작용을 호소한 사례가 1건 보고된 바 있다.

나라신(Narasin)

웬디스에서 판매하는 치즈버거에서 나라신이 1kg당 2μg 미만으로 검출됐다. 또한 던킨, 도미노, 스타벅스의 샌드위치에서도 미량 검출됐다.

나라신의 일일 섭취 허용량은 체중 1kg당 5μg이다.

나라신은 닭의 기생충 감염을 예방하는 항생물질이자 사료 첨가제로, 과다 복용 시 식욕감퇴, 설사, 심장 및 골격근 퇴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모넨신과 나라신은 모두 독성 및 부작용 우려로 인해 인간에게는 쓰이지 않는다.

양계장 자료사진 | 연합뉴스

나이카바진(Nicarbazin)

가축용 구충제이자 피임약으로 쓰이는 나이카바진이 칙필레의 치킨 샌드위치에서 검출됐다. 검출량은 1kg당 0.5μg 미만으로 확인됐다.

나이카바진의 일일 섭취 허용량은 체중 1kg당 200μg이다.

나이카바진은 주로 닭, 칠면조 등의 구충제로 쓰이며 거위, 비둘기의 개체 수 조절에도 사용된 바 있다. 실제로 이 성분은 독성이 강해 가금류의 산란, 부화를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나이카바진이 인간에게 독성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는 없지만, 잠재적 위험 또는 장기적 영향도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한 보고서는 “가금류가 나이카바진을 섭취한 뒤 소화 과정에서 그 성분을 모두 분해하므로 안심해도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MAA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자주 먹는 패스트푸드에서 이런 성분이 검출됐다는 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했다.

MAA의 전무이사 젠 허니컷은 에포크타임스에 “이건 정말 심각한 문제”라며 “어린이와 청소년을 포함한 수많은 미국인이 자신도 모르게 가축용 항생제, 피임약 등을 섭취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더 심각한 문제는 가축용 의약품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조사한 연구가 전무하다는 것”이라며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만 존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한 “가축에게 먹인 의약품이 가공식품을 통해 인간에게 전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며 “패스트푸드를 자주 섭취하는 사람들은 자기 몸에 이런 성분이 쌓이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것”이라고 전했다.

식품안전 우려

허니컷은 “이번에 조사한 패스트푸드점 10곳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이런 성분들이 검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패스트푸드점에서 가공육 패티를 제조할 때, 수많은 고기를 한꺼번에 갈아 만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공정에 오염된 고기가 단 하나라도 들어간다면, 결국 모든 패티가 오염되는 것”이라며 “모든 패스트푸드의 안전성을 확인하기 위해 추가적인 검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전에 MAA는 미국 학교 43곳의 급식에 대해서도 식품안전성 검사를 진행한 바 있다. 그 결과 전체 중 95%에서 제초제의 일종인 글리포세이트가 나왔다. 또 전체 중 74%에서 최소 한 가지 이상의 유해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어린이나 청소년이 글리포세이트에 노출되면 당뇨병, 심혈관 질환 등의 위험이 커질 수 있으며 암 발병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포크타임스는 이 기사에 언급된 패스트푸드점 10곳에 연락해 논평을 요청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