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요원 2명, 美서 체포…정부관리에 뇌물 주고 ‘파룬궁 탄압’ 사주 혐의

김태영
2023년 05월 28일 오후 5:51 업데이트: 2024년 01월 16일 오후 3:14

파룬궁 수련생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초국가적 탄압’ 공작을 실행한 중국 요원 2명이 미국에서 체포됐다. 미 법무부는 지난 26일(현지 시간) 중국 공산당 공안부 소속 ‘준 첸’으로도 알려진 천 쥔(70·陳軍)과 린 펑(43·林峰)을 미국 내 파룬궁 수련생들을 탄압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무원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고 밝혔다.

미 법무부에서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첸과 펑은 각각 캘리포니아주(州)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자택에서 검거됐으며 외국 정부의 대리인 역할 공모, 공무원 뇌물 매수, 국제 자금 세탁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두 사람은 미 국세청(IRS) 직원에게 뇌물을 주고 미국 비영리 기관으로 등록된 파룬궁 단체의 면세 자격을 취소하려 시도하다가 덜미를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들과 연락한 IRS 직원은 미국 측 잠복 요원이었다.

문서에 따르면 첸과 펑은 지난 1월부터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고 미국 내 파룬궁 수련생을 탄압하기 위한 공작을 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파룬궁으로 더 많이 알려진 ‘파룬따파(法輪大法)’는 진선인(眞善忍)을 핵심 가치로 하는 심신 수련법이다. 리훙쯔(李洪志) 선생이 1992년 중국에서 처음 일반 대중에 소개한 이후 탁월한 건강 증진 효과로 사람들의 입소문을 통해 중국 전역에 빠르게 퍼지며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초기엔 중국 당국의 고위 임원들도 파룬궁을 따라 배우며 매우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파룬궁 수련생 수가 1억 명에 달하며 공산당원 수를 넘어서자 당시 장쩌민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돌연 중국 전역에 파룬궁 수련을 금지하고 1999년 7월 신념을 포기하지 않는 수련생들에 대한 잔인하고 반인륜적인 박해를 감행했고,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

첸과 펑은 지난 2월 자신들을 ‘파룬궁 내부 고발자’라고 주장하며 “미국 비영리 법인으로 등록된 파룬궁 단체가 지위를 남용하고 있으니 면세 자격을 취소해달라”는 고발장을 IRS에 제출했다. 이후 첸과 펑은 IRS 공무원으로 위장한 잠복 요원에게 파룬궁 단체에 대한 감사를 진행하는 조건으로 돈을 건네고 실제 일이 성사될 시 더 많은 돈을 지급할 것을 약속했다.

미 수사기관은 적법 절차를 거쳐 첸의 통화 내용을 감청했다. 그 결과 첸은 중국 정부 관리로부터 뇌물 수수 계획에 대한 지시를 받고, 이 일이 계획대로 성사되지 않을 시 다시 중국 측 관리에게 알려야 한다는 등의 구체적인 업무 지시를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첸은 중국 정부 관리를 ‘피를 나눈 형제’라고 지칭했으며, 미국 내 파룬궁 단체 지위를 훼손하는 데 도움을 주는 IRS 공무원(잠복 요원)에게 “중국 당국이 매우 관대하게 보상할 것”이라는 대화도 나눴다. 그는 자신의 업무가 중국 정부의 ‘파룬궁 탄압 목표의 일환’이라고 명시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첸과 펑은 지난 14일(현지 시간) 뉴욕 뉴버그의 한 식당에서 IRS 직원(잠복 요원)을 만나 선수금 명목으로 1000달러(약 133만 원)를 건넸다. 그러면서 “파룬궁 단체에 대한 감사가 개시되면 5만 달러(약 6640만 원)를 대가로 지급하고, 향후 국세청에서 내부 고발자 포상금을 주면 60%를 배분해 주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들 두 사람은 각각 따로 중국을 방문해 당국으로부터 뇌물에 사용할 수천 달러의 현금을 받아 미국에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8일(현지 시간) 펑은 존 F. 케네디 국제공항에서 IRS 직원(잠복 요원)에게 4000달러(약 530만 원)를 추가 수임료로 건넸다. 미국 내 파룬궁 단체 명예 훼손을 위해 총 5000달러(약 664만 원)의 뇌물을 IRS 직원에게 지불한 것이다.

첸과 펑에 대한 기소장에는 “이번 사건의 배후에는 중국 톈진에 있는 ‘610호 판공실'(610 사무실로도 불림)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명시했다. 610은 장쩌민이 중국에서 파룬궁을 공식적으로 금지한 날짜(1999년 6월 10일)에서 유래한 것으로, 610 사무실은 파룬궁 탄압을 위해 탄생한 비밀 경찰조직이다.

당시 장쩌민은 610 사무실에 “파룬궁 수련자가 고문으로 사망하면 자살로 처리하라”는 내부 명령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수많은 파룬궁 수련생이 강제로 생체 장기 적출을 당하거나 반인륜적인 고문으로 사망했다. 일각에서는 610 사무실이 정규 행정 시스템과 법 제도의 영향을 받지 않고 무자비한 학살을 감행한다는 점에서 중국판 ‘나치 게슈타포’ 라는 해석이 나온다.

23.01.27(현지 시간) 메릭 갈랜드 미국 법무장관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Carolyn Kaster/AP Photo

메릭 갈랜드 미 법무장관은 성명에서 “중국 당국은 미국에서 중국 정부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또다시 표적으로 삼으려 시도했지만 실패로 끝났다”며 “법무부는 중국 정권이 미국 영토에서 영향력을 확장하려는 행위에 대해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기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우리는 미국의 모든 사람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수호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이번 사건을 통해) 중국 정부는 법치와 국제 규범을 무시하는 모습을 또 한 번 보여줬다”며 “FBI는 미국 내에서 벌어지는 중국 공산당의 탄압, 즉 사람들을 위협하고 협박하는 행위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미국 법을 위반하고 미국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억압하는 중국 정부의 행위에 계속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