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심 ‘디리스킹’ 압박 속…佛에 공 들이는 中

황효정
2024년 02월 21일 오후 7:10 업데이트: 2024년 02월 21일 오후 7:23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 진영의 대(對)중 견제 움직임 속에서 중국이 유럽, 특히 프랑스에 부쩍 공을 들이는 모양새다.

21일(이하 현지 시간)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전날인 20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은 프랑스 파리를 방문해 제25차 중국·프랑스 전략대화를 가지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날 왕 주임은 “중국과 프랑스는 모두 독립·자주적인 강대국이자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다극화한 세계의 중요한 역량으로, 전략적 소통·협력을 강화해 세계의 평화와 안정 촉진에 공헌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이어 “프랑스가 중국-유럽 관계의 건강하고 안정적인 발전에 건설적인 역할을 계속하고, 상호 신뢰를 증진하며, 이익 융합을 촉진해 함께 오늘날 세계의 안정 역량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마크롱 대통령이 ‘중국과 올해 고위급 교류를 잘 준비하기를 기대하고, 프랑스-중국 전략대화를 계기로 본인과 시진핑 주석의 중요한 공동 인식을 이행해 지속적이고 긴밀한 프랑스-중국 관계를 만들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양국은 핵에너지 연구, 인공지능, 항공·우주 등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 강화를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 주임은 “중국은 프랑스가 독립·자주를 견지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프랑스의 독립·자주를 지지한다는 왕 주임의 발언은 그간 미국을 중심으로 구축된 서방 사회의 대중 견제 공조 속에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EU의 주요 구성원인 프랑스가 서방 진영과 ‘다른 길’을 걷는 것을 환영하는 의미로 풀이된다. 같은 날 왕 주임은 또 “세계가 동요하고 분열되는 것은 어느 쪽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면서 “중국은 유럽을 다극화 과정의 중요한 한 축으로 보고 있으며,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강화를 지지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왕 주임은 지난 17일 뮌헨안보회의 중국 세션 기조연설에서 “누구든 디리스킹(탈위험화)을 명목으로 탈중국화를 시도한다면 역사적 실수를 저지르게 될 것”이라며 서방 사회의 디리스킹 기조에 대해 경고하고 나선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