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망명한 홍콩 민주활동가 “미국서도 中공산당 위협 시달려” 증언

이멜 아칸(Emel Akan)
2023년 12월 18일 오후 5:47 업데이트: 2024년 01월 5일 오후 6:21

지난 2020년 7월, 프랜시스 후이는 자신이 나고 자란 홍콩에 다시는 돌아올 수 없다는 예감을 안고 망명길에 올랐다.

지난 14일(현지 시간) 홍콩 당국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해외 체류 홍콩 민주활동가 5명에게 1인당 100만 홍콩달러(약 1억7000만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프랜시스의 이름이 여기에 올랐다. 국가보안법상 국가분열을 선동한 혐의다.

이튿날(15일) 미국 워싱턴 D.C.에 본부를 둔 싱크탱크 허드슨연구소가 주최한 토론에 참석한 프랜시스는 “아침에 일어나서 내 머리에 100만 홍콩달러의 현상금이 걸렸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말했다.

얼마 전 조모상을 당한 프랜시스는 이날 “오늘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슬퍼하고 애도하는 날이었다”며 “망명 중인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함께할 수 없다. 홍콩은 더 이상 우리가 알고 있는 홍콩이 아니다. 홍콩은 중국의 홍콩이 돼 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프랜시스는 “홍콩 정부는 해외에 있는 민주활동가 체포를 위해 의도적으로 눈에 띄는 방식을 택했다”면서 “그들은 지역사회 전반에 냉랭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우리(민주활동가들)를 고립시키길 원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홍콩 정부가 인권과 자유를 통제하기 위해 중국식 전략을 점점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외 체류 홍콩인에 대한 현상금 부과 및 체포, 수감자에 자백 강요 등이 그 예다.

2020년 홍콩 국가보안법 도입 이후 홍콩 당국은 수천 명에 달하는 민주화 운동가를 구금 또는 강제 추방하는 방식으로 침묵시켰다.

1997년까지 영국령으로 중국공산당의 통치에서 자유로웠던 홍콩은 그만큼 민주주의가 당연한 곳이었다. 그러나 오늘날 홍콩에는 자유나 민주주의라고 부를 수 있을 만한 것이 더는 남아있지 않다.

(왼쪽부터) 올리비아 에노스 허드슨연구소 선임연구원, 프랜시스 후이 홍콩 민주 활동가, 피에로 토지 미 연방 의회 중국위원회 사무총장이 지난 1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허드슨연구소 주최 토론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Emel Akan/에포크타임스

프랜시스는 미국에 온 제1호 망명자로, 미국에 정치적 망명을 신청한 첫 번째 홍콩 민주활동가다.

14세 때부터 민주화 활동에 뛰어든 프랜시스는 2019년 ‘나는 중국이 아닌 홍콩 출신이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해 주목받았다. 많은 사람이 프랜시스의 메시지에 공감했다. 그러나 당시 미국에서 유학 중이던 프랜시스는 미국 내 중국인 학생들로부터 살해 협박에 시달렸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았다. 그 해 한창 뜨겁던 홍콩 민주화 운동을 더욱더 널리 알리기 위해 프랜시스는 글로벌 집회를 조직하는 데 참여, 미국 보스턴 집회를 준비했다.

프랜시스는 “집회를 준비하는 내내 미행을 당했다. 내가 사는 대학교 기숙사까지 미행당한 적도 있었다. 같은 대학에 다니는 친구들로부터 살해 협박을 받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프랜시스에게 살해 협박을 한 학생들 모두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 프랜시스가 다니던 미국 대학 측은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이에 피에로 토지 미국 연방 의회 중국위원회 사무총장은 “대학들이 금전적 이득을 위해 이러한 상황을 묵인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날 프랜시스와 함께 토론에 참여한 토지 총장은 “미국 대학 내 중국인 학생들은 물론, 교수 등 학자들까지 중국 대사관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중국 대사관은 중국인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감시하고 있으며, 중국공산당에 반하는 의견을 표명하는 사람이 있으면 즉시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토지 총장은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과 파룬궁 수련자를 포함한 해외 거주 중국인을 대상으로 중국공산당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중국공산당은 이들에게 초국가적 탄압을 가하며, 이러한 탄압은 중국 대사관의 협조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프랜시스도 이에 동의했다.

프랜시스는 “나는 현상금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홍콩 정부는 나를 체포할 치외법권적 권한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중국공산당과 홍콩 당국이 미국 전역에 퍼져 있는 전초기지를 이용해 자신과 같은 반체제 인사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우리는 길을 걸을 때 주위를 둘러봐야 한다. 집 CCTV를 매일 확인해야 한다. 그런 일들은 우리 삶에서 매일 일어난다.”

*황효정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