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가톨릭 여대, ‘트랜스젠더’ 입학 허용…종교계 즉각 반발

앨리스 지오다노(Alice Giordano)
2023년 12월 5일 오후 10:05 업데이트: 2024년 01월 6일 오전 10:29

한 가톨릭 여자대학이 ‘여성 정체성을 가진 생물학적 남성’의 입학을 허용한다고 발표해 논란이 일고 있다.

최근 미국 인디애나주 노트르담의 가톨릭 여대인 세인트메리대학은 성명을 내어 “여성 정체성을 유지하며 생활하는 학부 지원자의 입학을 허용하는 새로운 정책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성명에서 대학 총장인 케이티 콘보이는 “학교 이사회는 2024년부터 시행될 이 정책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며 “자신을 여성이라고 믿는 (생물학적 남성) 학생의 입학을 허용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대학생들을 포용하는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이런 정책을 채택한 최초의 가톨릭 여대가 아니다”라며 “모든 학생들을 포용하고 그들의 존엄성을 존중함으로써 더 나은 공동체를 구축하려는 것이 진정한 목적”이라고 덧붙였다.

가톨릭계 인사들은 세인트메리대학의 이 같은 결정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포트웨인 사우스벤드 교구의 케빈 로즈 주교는 “세인트메리대학의 새로운 입학 정책은 가톨릭의 가르침에 위배된다. 학교 측은 이 정책을 즉각적으로 철회해야 하며, 종교적 가르침에 어긋나는 ‘젠더 이념’을 버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나는 주교로서 교구 내 가톨릭 대학의 정체성을 지켜야 할 책임이 있다. 그런데 이 정책과 관련해 학교 측으로부터 어떤 설명도 듣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인트메리대학은 여성의 본질에 관한 가톨릭의 근본적인 가르침에서 벗어나 가톨릭 대학으로서의 가치와 정체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에포크타임스는 이 문제에 대해 콘보이 총장에게 문의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보수적 가톨릭 수녀회인 노트르담 수녀회가 설립한 세인트메리대학은 최근 몇 년간 진보적이고 급진적인 성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일부 종교계 인사들은 “몇몇 가톨릭 학교들이 성소수자 단체의 로비나 압력에 굴복하고 있는 모양새”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 9월 세인트메리대학 측은 ‘성소수자 가톨릭교’라는 이름의 행사를 개최하며 “신이 우리 캠퍼스에 완벽한 무지개를 띄워주신 것 같다”고 적힌 문구를 홍보했다.

노트르담 지역 학생 신문 ‘옵저버’에 따르면, 콘보이 총장은 트랜스젠더 학생들을 위한 새로운 입학 정책을 마련하려는 목적으로 올해 초 ‘성 정체성 및 표현을 위한 총장 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매체는 “새로운 정책과 관련한 세인트메리대학 재학생 및 졸업생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2015년 졸업생인 에밀리 맥널리는 “앞으로 학교는 자신이 여성이라고 주장하는 남성과 다른 여학생들을 같은 방에서 지내도록 강요할 수 있다. 이는 ‘폭력’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1986년 졸업생인 프리실라 필론은 “이 정책을 변경하지 않으면 학교에 한 푼도 기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졸업생들도 모교에 대한 기부를 중단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현재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는 세인트메리대학의 결정을 비판하는 게시물이 수천 개 올라왔다. 미국우선정책연구소의 에너지 및 개발 담당 부의장인 칼라 샌즈는 엑스에 올린 게시물에서 “학계가 계속해서 여성들을 배척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로즈 주교는 “세인트메리대학이 사랑, 포용 등의 가치를 장려하고자 하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인간의 나약함, 삶의 복잡성을 이해하는 것과 현실을 뒤엎는 이데올로기를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창조주를 대신하려 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