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미크로네시아 대통령, 中공산당 침투 폭로…“뇌물·스파이 총동원”

앤드류 쏜브룩(Andrew Thornebrooke), 얀 예켈렉(Jan Jekielek)
2023년 12월 7일 오후 1:26 업데이트: 2023년 12월 7일 오후 7:26

중국공산당이 태평양 섬나라 미크로네시아 내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반중(反中)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뇌물을 제공하거나 스파이 활동을 벌이는 등 ‘전방위 침투 공작’을 펼친 것으로 드러났다.

데이비드 파누엘로 전 미크로네시아 대통령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서한을 현 정부의 동료 의원들에게 보내 중국공산당의 침투에 대해 경고했다.

최근 파누엘로 전 대통령은 영문 에포크TV ‘미국의 사상 리더들(ATL·American Thought Leaders)’과의 인터뷰에서 “지금까지 우리(미크로네시아)는 모두에게 친구이며 누구에게도 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외교 정책을 펼쳐 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국가의 주권을 지키는 문제에 있어서는 강경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또한 “중국공산당의 목표는 대만해협 분쟁 발생 시 미크로네시아가 중국을 노골적으로 지지하거나 최소한 중립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나는 중국인과 중국의 전통문화를 사랑하지만, 중국공산당의 악의적 영향력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응하고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중국공산당의 침투

파누엘로 전 대통령은 “중국은 미국을 무너뜨리고 기존의 국제 질서를 약화하려는 궁극적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 태평양 섬나라들을 이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는 과거 머내시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과 포괄적 협정을 체결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며 “중국은 태평양 섬나라들과 그런 종류의 과도한 협정을 맺음으로써 태평양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협정을 자세히 살펴본 결과, 중국에 막강한 경제적·군사적 권리를 부여하는 문구가 포함돼 있었다. 여기에 서명할 경우 우리의 주권이 크게 위협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에 파누엘로 전 대통령은 태평양 섬나라들의 각 지도자에게 서한을 보내 중국과의 협정을 재고할 것을 촉구했다. 이로써 협정은 보류됐지만, 파누엘로 전 대통령의 서한이 유출됨에 따라 중국공산당의 미크로네시아 침투와 내정 간섭은 더욱 심화됐다.

실제로 중국공산당의 비밀요원이 미크로네시아의 한 지역 주지사에게 접근해 뇌물을 건네며 “파누엘로 전 대통령의 서한을 공개적으로 비난해 달라”고 청탁했다. 주지사는 이 청탁을 단호하게 거절한 뒤 파누엘로 전 대통령에게 이와 관련된 모든 사실을 털어놨다.

파누엘로 전 대통령은 “나는 중국공산당이 다른 주에서도 비슷한 일을 벌였을 거라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미국과 인도태평양

미크로네시아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국가들 중 하나다.

파누엘로 전 대통령은 “태평양 섬나라의 지도자들은 미국과 공유하는 가치를 옹호하는 데 있어 흔들려선 안 되며, 공산주의 중국의 탄압과 보복에 굴복해서도 안 된다”고 역설했다.

이어 “소규모 국가들이 큰 위협에 맞서 민주주의와 법치, 국제 질서 등을 지키기 위해서는 협력이 필수”라고 밝혔다.

그는 “간혹 언론으로부터 ‘두 강대국(미국·중국) 사이에 낀 작은 섬나라로서 어려움이 따르지 않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나는 우리의 국익이 무엇인지 확실히 알고 있기 때문에 그 질문에 ‘아니다’라고 단호히 대답한다”고 전했다.

또한 “단지 우리의 파트너인 미국을 이해하고, 태평양 지역을 포함한 전 세계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협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파누엘로 전 대통령은 “우리는 철저히 경제적·기술적 측면에서만 중국과의 관계를 유지하려 한다. 그런데 중국은 일방적으로 ‘중국과 미크로네시아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항상 그런 식이다. 선전을 통해 잘못된 메시지를 전파하는 데 아주 능숙한 국가”라고 비판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