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미국 대사, ‘쿠바 비밀요원’으로 밝혀져…美 정부서 40년간 활동

스티븐 카테(Stephen Katte)
2023년 12월 6일 오후 2:10 업데이트: 2023년 12월 6일 오후 2:13

전직 미국 대사가 40년간 쿠바 정부 비밀요원으로 활동하며 정보 수집 임무를 수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지난 4일 미 법무부에 따르면, 연방 검찰은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 거주하는 빅터 마누엘 로차 전 볼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를 간첩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메릭 갈랜드 법무부 장관은 “이번 사건은 해외 비밀요원이 미국 정부에 가장 깊숙하고 광범위하게 침투한 사건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로차 전 대사는 최소 40년간 쿠바 정부의 요원으로 활동하며 미국 정부의 비공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직책을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미주 담당 국장 등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미 연방수사국(FBI) 마이애미 현장 사무소는 국무부 외교보안수사대와 FBI 워싱턴 현장 사무소의 도움을 받아 이 사건을 조사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콜롬비아 출신인 로차 전 대사는 1978년 미국으로 귀화했으며 예일대와 하버드대, 조지타운대에서 인문학을 전공했다. 그런 다음 1981년부터 미 국무부에서 근무했는데, 수사 당국은 그가 이때부터 쿠바 정부의 비밀요원으로 활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

로차 전 대사는 미국 정부의 기밀 및 민감정보에 접근할 수 있고 미국의 외교 정책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주요 직책들을 맡았다. 볼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를 지낸 2000년부터 2002년까지도 쿠바의 정보기관과 관련이 있는 활동을 지속했다.

미 법무부가 공개한 빅터 마누엘 로차 전 볼리비아 주재 미국 대사의 최근 모습 | 연합뉴스

그는 국무부 퇴직 후 2012년까지 쿠바를 관할하는 미군 남부사령부 사령관의 고문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공소장에는 “로차 전 대사는 쿠바의 비밀요원임을 숨길 목적으로 미국 정부에 허위 정보를 제공했다. 쿠바 측의 요원과 접선하기 위해 거짓 보고를 하고 해외에 나가기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40년 넘게 이어진 로차 전 대사의 스파이 활동은 FBI 요원의 잠입 수사에 덜미가 잡혔다. FBI 요원은 로차 전 대사와 관련된 신빙성 있는 첩보를 접수한 뒤 쿠바 요원으로 위장해 그에게 접근했다.

로차 전 대사는 위장한 FBI 요원과의 만남에서 40년 이상 쿠바의 비밀요원으로 활동했음을 여러 차례 인정했다. 또한 그는 미국을 ‘적국’으로 지칭했으며, 쿠바 정보기관 관계자들을 ‘동지’라고 표현했다.

크리스토퍼 레이 FBI 국장은 “미국 외교관이 적대적인 외국 세력인 쿠바의 대리인으로 활동한 것은 국가와 국민을 배신하는 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에포크타임스는 로차 전 대사의 변호인에게 연락해 논평을 요청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