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항공사들, 유럽 에어버스 292대 무더기 발주…어떤 의도 깔렸나

왕허
2022년 07월 8일 오후 9:14 업데이트: 2022년 07월 8일 오후 9:14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서 발표한 ‘신전략개념’ 문서에 처음으로 중국 공산당을 ‘구조적 도전(Systemic Challenge)’으로 명시한 다음 날, 중국 공산당 당국은 ‘항공기 외교’를 재개했다.

지난 1일 저녁, 중국 3대 국유 항공사인 남방항공, 국제항공(에어차이나), 동방항공이 유럽 항공기 제조사 에어버스로부터 A320네오(neo) 여객기 292대를 구매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구매 금액은 총 372억5700만 달러(약 48조원)로, 중국 항공기 구매 사상 단일 계약으로는 최대 규모다.

중국 경제가 극도로 불안정하고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항공사들이 막대한 적자를 기록한 상황에서 중국 당국이 이 같은 행보를 보이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필자는 3가지 측면에서 중국 당국의 의도를 분석하고자 한다.

◇ EU 끌어안고 미-유럽 이간

NATO 30개 회원국 대부분이 유럽 국가들이다. 유럽과 미국의 대중 정책은 비록 큰 틀에서는 일치하지만 수위에 있어서는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NATO는 ‘2022 신전략개념’ 채택 과정에서 대중국 전략을 둘러싸고 의견차를 보였다. NATO는 ‘만장일치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중국 공산당을 ‘위협’이 아닌 ‘도전’으로 볼 수밖에 없고, ‘건설적 접근’ 전략을 추진할 수밖에 없다. 중국 공산당은 미국과 유럽 사이의 틈을 보았고 이 틈을 크게 확대하려 한다. 어떻게 확대하는가?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유럽에 자세를 낮추는 것이다.

중국과 유럽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기 직전인 2020년 말 EU-중국 포괄적 투자협정(CAI) 체결에 합의하면서 한때 가까워졌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정세를 오판해 2021년 3월 신장, 홍콩 등의 인권 문제를 둘러싸고 유럽연합(EU)과 제재전을 벌였고, 이에 유럽의회가 5월 20일(2021년) 표결을 통해 CAI 비준을 보류해버렸다. 게다가 중국 당국이 리투아니아에 경제 보복을 단행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지함으로써 중국과 유럽의 관계는 멀어졌다.

시진핑 중국 공산당 총서기가 2020년 12월 31일(현지시각) 화상 회의를 통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샤를 미셸 유럽 이사회 의장 등 유럽 지도자들과 함께 EU-중국 포괄적 투자협정(CAI)에 합의했다고 선언했다. | JOHANNA GERON/POOL/AFP via Getty Images

베이징 당국은 국제 형세가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를 만회하려 애썼다. 4월 말 외교부 중국-중·동유럽(CEEC) 협력사무 특별대표인 훠위전(霍玉珍)이 중·동유럽 8개국을 순방하며 관계 개선에 나섰지만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다.

그러자 5월 말에는 우훙보(吳紅波, 전 유엔 사무차장) 중국 유럽사무 특별대표가 벨기에, 키프로스, 체코, 프랑스, 헝가리, 독일, 이탈리아 등을 순방하며 자세를 한껏 낮추고 관계를 복원하려 했다. 우훙보는 베이징은 코로나19 사태 수습, 전랑 외교, 경제 관리 부실 등 많은 부문에서 “잘못을 범했다”고 인정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보다 중국이 유럽이 선호하는 협력 파트너가 될 것임을 확신시키는 메시지를 던졌다.

또 하나는 경제적으로 회유하는 것이다.

이번 에어버스와의 계약은 그동안 오랜 소통·협상의 결과이기는 하지만 NATO정상회의 직후 발표한 것을 보면 그런 기미가 역력하다. 중국 공산당은 중국·유럽 자원의 차이가 중·유럽 경제무역 관계의 상호보완성을 결정하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은 2020년 초부터 미국을 제치고 EU의 최대 무역 파트너가 됐고, 지난 6년 동안 독일의 최대 무역 파트너였다. 현재 물가가 치솟고 있는 상황에서 유럽은 더더욱 중국 저가 상품을 배제할 수 없다.

◇ 미국에 대한 경고

중국은 이번 계약으로 에어버스의 오랜 경쟁자인 보잉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 두 회사는 세계 중대형 여객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미국 경제지 블룸버그는 “(이번 계약이) 미국 보잉사가 중국 여객기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보잉사는 성명을 통해 “중국 항공업계와 50년간 관계를 맺고 있는 미국 최고의 수출업체로서 지정학적 차이가 미국 항공기의 (중국) 수출을 제약하는 것은 실망스러운 일”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번창하는 항공산업의 상호 경제적 이익을 고려할 때 정부 간의 생산적인 대화를 계속 촉구한다”면서 “중국에 대한 보잉 항공기 판매는 역사적으로 수만 개의 미국 일자리를 지원했다. 우리는 주문과 인도가 신속하게 재개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것이 바로 중국 공산당이 노리는 점이다.

오랫동안 중국 공산당은 미국 정부의 대중 정책을 견제하기 위해 ‘무역 카드’를 사용됐다.

보잉 사례를 들어보자.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중국 방문으로 미·중 관계가 해빙기를 맞았다. 중국 공산당이 미국에 러브콜을 보낸 것 중 하나가 보잉 707 10대를 주문한 것이었다. 2018년 11월 보잉은 여객기 2000대를 중국에 인도했다. 중국 월간지 ‘신차이푸(新財富)’ 3월호에 따르면, 2012~2020년 보잉의 대중국 매출액은 총 837억 달러로, 같은 기간 보잉의 총매출액 7790억 달러의 10.74%를 차지했다. 2015년, 2017년, 2018년 중국은 유럽까지 제치고 보잉사의 해외 매출에 가장 많이 기여했다. 이 사례에서 보듯이 보잉은 지난 50년간 미·중 관계 개선의 첨병 역할을 했다.

그러나 보잉은 중국 공산당이 마음대로 둘 수 있는 바둑돌에 불과하다. 보잉이 중국에서 가장 최근에 수주한 것은 2017년 10월이다. 당시 737시리즈 260대, 787시리즈와 777시리즈 40대를 수주했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된 이후 중국 당국은 유럽 에어버스 여객기로 주문을 돌리고 보잉 여객기는 단 한 대도 구매하지 않았다. 2019년 프랑스에서 에어버스와 300대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이뿐이 아니다. 에어버스 A320네오의 경쟁 기종인 보잉 737맥스가 추락하는 사고가 두 차례 발생한 후 중국 당국은 2019년 3월 최초로 운행 중단을 선언했다. 현재 세계 여러 나라가 737맥스 운항을 재개한 지 1년이 넘었지만 중국은 “737맥스 운항 재개 승인이 가까워졌다(브라이언 웨스트 보잉 최고재무책임자의 말)”는 말만 하고 운항을 재개하지 않고 있다. 한편 블룸버그에 따르면 보잉사의 중국 최대 고객인 남방항공은 보잉 737맥스를 100대 이상 구매하기로 했다가 ‘공급에 불확실성이 있다’는 이유로 올해 초 취소했다.

중국 공산당의 의도는 분명하다. 바로 내상을 입은 보잉이 자구책으로 미국 정부를 압박하도록 하려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 어용 전문가들은 “보잉이 중국 시장에서 이익을 얻으려면 정부 관계 부처를 충분히 활용해 미·중 간 정치적 신뢰를 쌓는 데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고 했다.

◇ 에어버스 잠식

이번 대규모 주문은 에어버스가 중국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는 데 큰 도움이 됐다. 에어버스 측은 2018년 말 시점 중국에서 운행 중인 에어버스 여객기 수가 1700대를 넘었으며, 에어버스가 전 세계 시장에 판매한 여객기 총 대수의 4분의 1 가까이 된다고 밝혔다. 또한 2022년 5월 말 시점으로 중국 항공사들이 보유하고 있는 에어버스 항공기는 제트 여객기와 헬기 등 여러 기종의 제품을 포함해 2070대가 넘는다고 했다.

실제로 2020년 말 현재 중국에서 운항 중인 에어버스 여객기는 중국 여객기 시장의 51%를 차지해 중국은 미국을 제치고 에어버스의 최대 시장이 됐다. 20세기 말 에어버스의 전 세계 시장 점유율은 50%에 육박했지만 중국 시장 점유율은 30%에 불과했다. 중국 시장은 오랫동안 에어버스의 글로벌 시장에서 취약한 고리였다. 에어버스는 이런 국면을 어떻게 타파했을까? 국가 간 정치적 노력 외에 에어버스 스스로도 엄청난 대가를 치렀다. 바로 ‘기술과 시장의 교환(技術換市場)’, 즉 시장을 얻는 대신 기술을 내준 것이다.

2006년 10월 자크 시라크 당시 프랑스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중국 측과 에어버스는 A320 시리즈 항공기 150대 구매 기본합의서 및 A350 항공기 20대 구매의향서에 서명했다. 중국이 이때 서명한 에어버스 항공기 구매 계약은 중국 민간 항공 역사상 최대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버스는 이를 위해 큰 대가를 치렀다. 그중 하나는 에어버스가 중국 측과 톈진에 A320 시리즈 항공기 조립생산 라인을 공동 건설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당시 에어버스가 유럽 이외 국가에 건설한 첫 해외 공장이었다. A320 기종 생산에 들어간 톈진공장은 2009년부터 2021년 말까지 총 555대를 인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톈진공장에서 인기 기종인 A320 시리즈를 월 평균 4대 생산한 셈이다.

에어버스는 이번 대규모 수주 계약을 일주일 앞둔 6월 24일 장쑤(江蘇)성 쑤저우(蘇州) 공업단지와 온라인 방식으로 에어버스 쑤저우 연구센터 설립을 위한 기본협약에 서명했다.

중국 당국이 에어버스에 낚싯밥을 던진 것은 자체 대형 항공기 산업을 일으키기 위해서다.

중국은 1970년대 마오쩌둥(毛澤東) 시절부터 자체 개발을 꿈꿔왔다. 당시 제트 여객기 자체 생산 모델 ‘윈(運)-10’ 개발에 착수했지만, 10년 만에 미완으로 끝났다.

중국은 2015년 11월 2일 상하이에서 자체 개발한 첫 대형 여객기인 C919를 공개했다. 국영 중국상용항공기공사(코맥)이 제조한 이 항행기는 외국 회사들의 도움으로 만들어졌다. | STR/AFP/Getty Images

2007년 3월 중국은 대형 항공기 프로젝트를 착수한다고 선언했다. 이에 따라 2008년 중국 상용항공기공사(코맥·COMAC)가 C919 항공기 개발을 시작했다. C919 모델은 저가 항공사들에 인기가 높은 에어버스의 A320과 보잉의 737맥스를 염두에 두고 개발한 것이다. C919의 첫 프로토타입은 2014년 첫 시험비행 후 2016년 항공사에 인도될 계획이었으나 중국의 관련 산업 기반과 기술이 너무 부실해 납기가 거듭 연기됐다.

지난 5월 14일 C919가 첫 번째 고객 인도 전 시험 비행에 성공했다. 이것은 중국 공산당이 에어버스 기술을 탈취해 C919를 지속적으로 개선한 결과다.

맺음말

중국 공산당이 거액을 들여 에어버스 여객기를 사들이는 의도를 관련자들이 모를 리가 없다. 관건은 그들이 공산당의 본질을 정확히 인식하느냐 하는 것이다. 중국 공산당에 여전히 환상이 갖는다면, 심지어 효과적인 대응책을 찾는 대신 늑대와 춤을 추려 한다면 그 결과는 짐작할 수 있다.

국가 차원의 위험을 떠나 에어버스란 한 기업의 손익만 따지더라도, 중국 공산당의 ‘시장을 주고 기술을 뺏는’ 전략에 굴복하는 것은 위험하다. 에어버스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2년 5월 현재 130여 고객사로부터 A320 네오 시리즈를 8000대 이상 주문받은 상태다. 이렇게 보면 중국 공산당이 최근 주문한 292대는 날개를 하나 더 달아준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중국 자체 기술로 만든 대형 항공기가 중국 하늘을 누비게 되면 에어버스의 시장 지위는 어떻게 될까? 앞서 있었던 고속철도 사례가 모든 것을 말해 주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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