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솔로몬제도 침투 가속화…美 견제 목적” 주요인사 독점 인터뷰

앤드루 쏜브룩
2023년 11월 1일 오후 2:11 업데이트: 2023년 11월 1일 오후 2:37

남태평양 솔로몬제도의 한 주요 인사가 “솔로몬제도에 대한 중국공산당의 침투가 점점 더 가속화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최근 솔로몬제도 국회의원이자 외교위원회 위원장인 피터 케닐로레아 주니어는 에포크타임스와의 독점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19년 친중 성향의 머내시 소가바레 총리가 다시 집권한 이후 중국의 침투에 더욱 속도가 붙었다”며 “현재 솔로몬제도는 친중 여론과 반중 여론으로 갈라져 사회적 혼란과 분열이 심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이는 단순히 정부 차원의 문제에서 그치지 않는다. 솔로몬제도의 국민에게까지 실제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라며 “솔로몬제도에서는 이런 현상을 ‘전환(Switch)’이라고 칭한다”고 덧붙였다.

그가 말하는 ‘전환’이란 소가바레 총리가 주도한 친중 외교로의 전환을 뜻한다. 소가바레 총리는 2019년 집권 이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긴밀한 외교관계를 맺었다.

지난해에는 중국과 안보 협정을 체결해 유사시 중국이 솔로몬제도에 군대를 파견할 수 있게 했다. 이는 미·중 간 남태평양 경쟁을 촉발하는 단초가 됐다.

솔로몬제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케닐로레아 의원은 에포크타임스와의 인터뷰에 앞서 미국 하원 ‘미국과 중국공산당 간 전략적 경쟁에 관한 특별위원회(중공특위)’의 마이크 갤러거(공화당·위스콘신주) 위원장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케닐로레아 의원은 “갤러거 위원장과 ‘중국공산당의 침투’에 관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으며, 그에게 미국이 솔로몬제도에 적극적으로 개입함으로써 친중 정서 확산을 막아주길 희망한다는 뜻을 전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소가바레 행정부가 중국과의 관계를 더욱 강화하는 상황에서, 나는 미국에 희망을 걸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솔로몬제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소가바레 행정부는 얼마 전 중국과 포괄적 전략 파트너십을 구축했다고 발표했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솔로몬제도 내 이동통신 기지국 161곳을 설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설치 비용 약 6600만 달러(약 896억 원)는 중국수출입은행이 빌려주기로 했다.

이를 두고 케닐로레아 의원은 “솔로몬제도가 중국이 설치한 ‘부채 함정(Debt Trap)’에 빠진 꼴”이라고 일갈했다.

2023년 7월 10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머내시 소가바레 솔로몬제도 총리(오른쪽)와 리창 중국 총리가 의장대를 시찰하고 있다. | Andy Wong/POOL/AFP via Getty Images

이어 “나는 일관된 메시지를 확고하게 전달해 왔다”라며 “소가바레 행정부는 그렇게 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역설했다.

소가바레 행정부의 친중 행보에 대해 경종을 울린 것은 케닐로레아 의원이 처음이 아니다. 그러나 과거 소가바레 행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인사들은 대부분 정치적 보복의 희생양이 됐다.

2023년 2월까지 솔로몬제도 말레이타주(州) 주총리를 지낸 다니엘 수이다니는 소가바레 행정부의 강력한 친중 정책에 반대한 대표적인 야권 인사였다.

그런데 당시 말레이타 주의회는 모종의 이유로 수이다니 주총리에 대한 불신임 투표를 진행했고, 주의원들은 만장일치로 그의 해임을 가결했다.

이와 관련해 수이다니 전 주총리는 에포크타임스에 “나의 축출을 추진한 정부 인사들이 중국공산당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폭로했다.

또한 중국 정권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솔로몬제도의 언론인 알프레드 사사코는 “수이다니 전 주총리가 반란을 조장했으며, 미국인들과 만나 소가바레 총리의 암살을 모의했다”는 내용의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의 유일한 근거는 익명 소식통의 증언뿐이었지만, 수이다니 전 주총리에 대한 정치적 보복을 정당화하는 데 쓰였다.

케닐로레아 의원은 “나에게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중국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솔로몬제도의 이해관계자들이 내 평판을 훼손하고 연임을 막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고 고발했다.

미국에 대한 견제

조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개하며 태평양 섬 국가들과의 연대 및 협력을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공산당의 지원을 받는 솔로몬제도의 소가바레 행정부는 이를 거부하고 있는 모양새다. 더 나아가 소가바레 행정부는 국제무대에서 ‘인도태평양’이라는 개념의 가치를 훼손하려고 하고 있다.

케닐로레아 의원은 “소가바레 총리는 ‘인도태평양’이라는 단어 자체를 싫어한다. 공공 문서에서도 가능한 한 그 단어를 쓰지 않으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가바레 총리를 비롯한 솔로몬제도의 정치인들은 ‘인도태평양’ 개념에 담긴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그것이 어떤 개념인지, 우리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파악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연진 기자가 이 기사의 번역 및 정리에 기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