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대사관 한국서 문화주권 침해 … 그들은 사악했다

조윤덕 기자
2013년 1월 30일 업데이트: 2020년 1월 19일

세계 정상급 중국고전무용과 오케스트라로 5천년 중화 문화의 정수를 선보이는 뉴욕 출신의 ‘션윈예술단’이 지난 12월 아르헨티나 부에노스 아이레스 공연을 시작으로 2013년 월드 투어(미국, 캐나다, 한국 등 18개국 105개 도시)를 시작했다.

뉴욕 링컨센터, 워싱턴 DC 케네디 센터, 프랑스 파리 빨레 데 꽁그레 등, 션윈은 올해도 전 세계 최고의 무대에 선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수백만명이 공연을 관람했을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내한공연은 오는 4월, 대구를 시작으로 창원, 광주, 인천 등 4개 도시에서 열릴 예정이다.

하지만 올해도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대표하는 일류 공연장은 ‘션윈’에 문을 열어주지 못하고 있다. 왜 세종문화회관, 예술의전당 등 서울의 일류 공연장에서는 션윈을 볼 수 없는 것일까. 사실 이 질문은 매년 ‘션윈’을 관람했던 예술인들이 공연을 본 후 공통적으로 던진 질문이었다.

“한국 공연, 중국 협박받아야 하나”

션윈예술단이 찾은 국가와 도시에서는 어김없이 익숙하지 않은 광경을 목격할 수 있다. 바로 해당 지역 주재 중국대사관의 방해공작이다. 공연관계자는 대관을 위해 만나는 사람마다 ‘중국대사관’의 압력을 받은 정황을 포착할 수 있었다. 션윈 내한 공연 주최사 소나타예술기획 이창식 실장은  “공연관계자들과 이야기해보면 누구나 중국대사관의 방해공작에 난감해했다. 공연계에 외부의 협박이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인데, 이 같은 비상식적인 일에 다들 의아해한다”며, “대부분 공연관계자들은 션윈의 공연 수준을 인정하지만, 중국대사관의 눈치를 보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세계적인 공연 유치를 공연장측이 마다할 리 없고, 만약 대관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외부의 압력이 작용한 것이라고 보면 정확하다는 설명이다. 중국대사관측은 공연장 대관담당 관계자에게 전화로 대관 심사에서 션윈을 탈락시킬 것을 종용하는가 하면, 이미 승인이 된 대관을 취소하라는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지역 정치인과 공무원에게 압력을 행세하라고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이는 명백한 내정간섭과 월권행위다.

극장·주최 측 모두 정신·재산적 피해

중국대사관의 한국 공연계에 대한 월권행위는 2006년 시작됐다. 2006년 KBSTV 서울공개홀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갈라(GALA)’는 KBS측이 중화권매체 NTDTV가 주최한다는 이유로 공연을 취소하라는 중국대사관의 공문을 접수한 후 공연 2주 전 계약해지를 통보했고, 당시 공연은 무산됐다.

2007년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NTDTV 스펙태큘러 공연도 불과 사흘 앞두고 극장 측의 계약해지로 공연이 무산됐다. 해약하기 한 달 전, 국립극장 대관담당자는 “국립극장이 1~3월 사이에 중국에서 공연하기로 되어 있는데 해당 공연을 할 경우 중국과의 계약이 파기될 수 있으니 자진 취소해달라”고 했고, “취소하지 않을 경우 (국립극장 측이) 위약금을 물어도 좋으니 대관계약을 철회하겠다”고 말했다.

 

중국대사관이 각국 공연장과 시의회 의원들에게 보낸 협박서신

같은 해 코엑스 오디토리엄 홀 대관 계약도 마찬가지. 당시 션윈 내한 공연 주최측은 공연 38일 앞두고 코엑스 측으로부터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사유는 ‘불가피한 사정’이었다. 이후 코엑스 측은 “대관 계약 후 공연이 시설운영목적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계약해지를 통보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오디토리엄 홀이 국제회의나 전시장으로 쓰인다고 설명했지만, 이곳은 한 달 넘게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를 공연했던 곳. 당시 중국대사관이나 정부기관으로부터 어떤 압력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코엑스측은 “그건 말할 수 없다”고 함구했다. 당시 이 사건은 법정소송까지 가서 주최 측이 승소했지만, 끝내 극장 측이 출입문을 폐쇄하면서 공연이 무산됐다. 주최 측은 우여곡절 끝에 서울 광진구 돔아트홀에서 션윈 공연을 어렵사리 개최할 수밖에 없었다.

2008년 KBS 부산홀 대관계약도 공연을 70일 앞두고 KBS측은 중국정부와의 외교적 마찰이 우려된다며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당시 션윈 내한공연 주최 측인 소나타예술기획이 2007년 11월 2일 KBS비즈니스 부산사업소장과 KBS홀 사용대관 계약을 체결한지 두 달 만이었다. 계약 체결 이후 주한 중국대사관은 전화로 KBS 측에 공연 철회를 요구했고, KBS 측이 12월 17일 일방적으로 ‘대관사용정지 및 대관료 반환’ 통지를 기획사 측에 보낸 것이다. 그로부터 한 달 여 뒤인 이듬해 1월 3일에는 공연단의 파룬궁과의 관련성과 중국정부와의 외교적 마찰 가능성 등을 이유로 계약 취소를 통지했다. 공연티켓 6000장 중, 5000장 이상이 판매된 상황에서 공연이 취소되면서 관람을 원했던 문화애호가들이 큰 피해를 입었다.

같은 해 서울 경희대학교 평화의 전당 대관 계약도 경희대 측이 공연 72일 전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당시 중국대사관은 경희대 측에 “중국 관련 사업을 철회하고 교환학생에 비자를 발급하지 않겠다”고 협박했고, 경희대 측은 교내 행사와 일정이 중복된다는 이유로 해약했다. 당시 법정소송에서 공연주최 측이 승소하면서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학교 측과 주최 측은 대관을 교란받은 피해자임에도 공연장 대관을 두고 법정소송까지 가고, 정작 극장 측을 협박해 정상적인 대관을 교란한 중국대사관은 이 상황을 뒤에서 조종하며 지켜보는 웃지못할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2009년 공연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니버셜아트센터에서 공연계약을 맺었지만, 중국대사관은 유니버셜아트센터 측에 대관 취소를 종용하며, “관계자들의 중국 방문 비자를 내주지 않겠다”며 위협하고, “아트센터 소속 단체와 관련 기업에게 불이익이 돌아갈 것”이라고 협박했다. 중국에 투자한 수천 억 원 경제적 손실을 각오하라는 압력에 공연장 측은 공연 12일 전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또다시 법정소송까지 이어졌고 공연주최 측이 승소하면서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됐지만, 대사관의 압력에 소송까지 가야했기에 공연장 측이나 주최사 모두 피해를 입었다.

 

<중국대사관, 한국공연 압력 행사 사례>

“매년 이런 짓 하지 말고 돌아가라”

2010년 공연은 조금 달랐다. 대구시민회관에서 공연계약을 하자 여지없이 부산 총영사관 직원 장수하오(張書豪)는 대구시청에 션윈공연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대구시청 공연 담당 공무원들은 “공연을 취소할 이유가 존재하지 않는다”며 공연을 진행하게 했다.

2011년 부산공연이 예정된 부산문화회관도 압력을 받기는 마찬가지. 주한 중국대사관 정무과 천하이(陳海)와 문화과 직원 왕촨(王川) 및 부산 총영사 관화빙(關華兵), 부총영사 진옌광(金燕光) 등은 부산문화회관과 부산시에 “만약 공연을 진행하면 한중 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대관 협의를 취소할 것을 요구했다. 공연을 한 달 앞두고 부산주재중국총영사관의 방해로 무산됐는데, 네 차례 소송 끝에 결국 공연 당일 오전 법원이 주최측의 손을 들어줌으로써 당일 공연을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이에 당황한 부총영사 진옌광(金燕光)은 대구 공연 광고를 진행하고 있던 방송사에 전화를 하여 “공연이 취소됐으니 광고를 중단하라”라는 거짓말로 협박을 하기도 했다.

같은 해 대구공연이 예정된 수성아트피아에도 중국대사관 부총영사인 진옌광(金燕光)등이 찾아가 공연 중단을 요구했다. 그러나 대구시청과 수성아트피아 측 담당자는 “당신들이 매년 이런 짓을 하고 있는데, 이제 그만하고 돌아가라”고 일언지하에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중국대사관 정무처의 천하이(陳海), 문화부의 말단 직원 왕천(王川) 등은 또다시 부산, 대구에 이은 한국 공연의 마지막 공연지로 예정돼 있던 고양 아람누리 극장에 전화를 걸어 공연을 중단하라고 협박했다. 당시 극장 측 대관 관계자는 “중국대사관 직원이라는 사람으로부터 전화가 왔는데, 션윈 공연이 파룬궁을 노골적으로 선전하는 공연이라서 공연을 하면 한중 관계에 악영향을 미치니 공연을 취소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공연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부산주재중국총영사관 부총영사인 진옌광(金燕光)은 지난해 말에도 대구 공연이 확정되자 대구시와 수성구청을 찾아가 수성아트피아 공연을 해주지 말 것을 종용했다. 이에 수성구청장이 “우리는 (션윈 공연을) 문화로 본다”는 말로 일축하자, 당황해 얼굴을 붉히면서 급히 자리를 떴다고.

협박공세, 공연 시작하자 쥐죽은 듯

공연 대관 방해에 집착했던 중국대사관은 공연이 예정대로 진행되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했다. 대관을 하게 되면 한중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던 대사관 측도 언제 그랬냐는 듯 어떤 미동도 없었다. 션윈이 지난 6년간 한국에서 공연을 계속해왔지만, 한중관계는 더욱 긴밀해져 왔고, 공연이 한중관계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자매결연을 맺은 도시와 좋지 않을 수 있다는 말도 공연 이후 종적을 감췄다. 결국 공연 대관 전에 중국대사관 측에서 들먹이던 ‘한중관계 악영향’이 단순 공갈 협박이었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왜 한국은 최고 공연장서 못 여나”

중국대사관의 집요한 방해공작에도 불구하고 션윈공연은 지난 6년간 한국에서도 상당수 고정팬을 확보하는 등 매년 큰 흥행을 거두어 왔다. 2013년 한국공연에서는 인천, 광주, 대구, 창원 4개 도시의 가장 좋은 공연장에서 공연이 예정되어 있고, 현재 매표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서울의 최고 공연장에서 공연이 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이러니다.

최근 서울시내 한 공연장 관장은 “중국대사관이 지방은 포기하고 이제 서울을 사수(?)하기 총력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션윈 공연을 해 주면 파룬궁과의 관련성 때문에 중국대사관 압력을 받게 되어 대관을 해 주기 곤란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서울시의 경우는 더 심각하다. 지난 10월 당시 정무부시장은 시의원들이 션윈공연 지지를 위한 움직임을 보이자 의원들이 다 모여 있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서울시는 중국대사관과 협의해서 션윈 공연을 해주지 않기로 방침을 세웠다”라고 발언했다.

또 다른 공연장 관장도 “션윈 공연 해 주면 옷을 벗어야 한다”고 지인에게 토로했을 정도로 윗선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한국 외교부 직원도 공연장에 전화를 걸어 공연 중단을 종용했다는 증언들도 나왔다.

한국인들에게 문화 주권 돌려줘야

지난 해 9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는 생소한 공연이 선보였다. 중국 길림성 가무단의 ‘길림신운(吉林神韻)’, 공연명은 얼핏 봐도 ‘션윈(神韻)’과 유사하다. 공연 프로그램과 진행 방식도 션윈을 본뜬 것처럼 흡사하다. 그러나 길림신운의 완성도와 세계적인 인지도는 오리지널 션윈과 비교할 수가 없었다.

‘짝퉁’으로 볼 수밖에 없는 공연이 어떻게 한국을 대표하는 극장에 오를 수 있었을까. 이유를 찾기란 어렵지 않다. 공연 주최는 중국 국무원 신문판공실, 지린성 정부, 주한중국대사관으로 주한중국대사관에서 추진한 사업의 일환이었다. 후원은 서울시였다.

중국대사관은 짝퉁 공연을 내세워 오리지널 션윈 공연과 혼동시키는 술책을 쓰면서까지 션윈을 교란하려 했던 것이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가 그 같은 공연은 다시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는 후문도 들렸다.
이런 피해는 고스란히 서울시민이 지고 있다. 전 세계 유명 극장에서 매진 사례를 이루고 있는 공연을 보는 대신 짝퉁 공연을 관람하도록 강요당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이제는 한국정부나 서울시, 또한 공연장 관계자들이 중국대사관의 문화주권 간섭 행위에 대해 당당하게 맞설 수 있어야 한다. 중국대사관의 외압이 두려워 션윈 공연을 거부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이런 뛰어난 작품을 “서울”에서 관람할 수 있도록 서울시민들의 문화주권을 되찾아와야 한다.

뉴욕에 본부를 둔 션윈예술단은 미국으로 건너가 활동하던 중국 출신의 정상급 예술가들과 미국에서 성장한 화인예술가들에 의해 2006년 결성됐다. 션윈예술단에는 국제적인 성악·무용 콩쿠르 수상자와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와 음악원 출신 연주자들이 다수 참가하고 있다. 공연 수준과 전석 매진을 자랑하는 티케팅 파워에 반한 뉴욕 링컨센터는 2011년부터 매년 션윈을 정기 공연하기로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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