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북미서 퇴출 당하는 中 공산주의 선전기관 ‘공자학원’…국내서 체제선전 영화상영

애나 조, 이가섭
2020년 2월 24일
업데이트: 2020년 3월 2일

중국어와 중국 문화를 ‘본토’ 중국인 강사에게 배울 수 있다고 알려진 공자학원. 대한민국은 ‘공자학원’이 뿌리를 내리는 시발점으로, 공자학원이 세계 최초로 설립된 곳이자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공자학원이 설립된 나라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투자로 세계 162개 국가와 지역에 광범위하게 퍼진 공자학원은 2004년 설립 이후 2020년 1월 현재까지, 한국 내 23개 곳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공자학원은 545개, 공자학당은 1,170개곳에 이른다.

공자학원에 쏟은 막대한 자금?

중국 정부가 공자학원 프로젝트에 투입한 규모는 실로 막대하다. 2016년에만 3억 1,400만 달러(약 3,800억 원)로 13년간 20억 달러(약 2조 4천억 원) 이상을 투입했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공자학원이 확산할 수 있었던 데는 재정적인 요인이 한몫했다. 공자학원을 설립한 모 대학교는 중국 정부로부터 100만 달러(약 11억8천만 원) 내외의 설립비용과 매년 운영비 10~15만 달러(약 1억2천만~1억 8천만 원)를 지원받았다.

지원금 외에도 대학은 공자학원으로 각종 행정적인 혜택과 부차적인 수입까지 올릴 수 있었다. 중국 정부로부터 교과서와 교육 프로그램, 중국 정부가 직접 교육하고 파견, 관리하는 강사를 지원받았다. 공자학원 내 중국어 교사 양성 프로그램 운영이나, 매년 중국 정부의 장학금으로 재학생 수십 명을 중국으로 유학 보낼 수도 있었다.

공자학원 현황(2018년) | 공자학원 본부(國家漢辦) 홈페이지

북미 유럽, 공자학원 퇴출 가속화

막대한 자금으로 세력 확장에 나섰던 공자학원이 최근 몇 년 사이에는 퇴출당하는 신세가 됐다. 공산당 체제 선전 및 스파이 기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하나둘씩 알려졌기 때문이다.

유럽 최초로 공자학원을 도입했던 스웨덴 스톡홀름대학교는 2015년 계약을 해지했다. 벨기에 정부는 스파이로 의심받는 중국인 공자학원 책임자의 입국을 금지하고, 해당 공자학원도 폐쇄했다.

미국은 2014년 공자학원을 처음 퇴출했고, 국방예산을 지원받는 곳에 공자학원을 둘 수 없다고 규정한 국방부 발표 이후 퇴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2019년 4월까지 미국 시카고대학교와 펜실베이니아주립 대학교, 캐나다 맥매스터 대학교 등 북미지역에서만 최소 33개 대학과 1개 교육위원회가 공자학원과의 관계를 끊었다.

승승장구하던 공자학원이 곳곳에서 파열음을 일으키는 이유에 대해 미국 의회 자문기구인 미·중 경제안보검토위원회(UCESRC)가 작성한 2018년 보고서 ‘중국의 해외 통일전선 공작(PDF·영문)’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공자학원은 공산당 통일전선의 첨병

보고서에 따르면 공자학원은 2004년 당시 통일전선부장인 류옌둥(劉延東)이 출범시켰다. 2016년 이후 주석은 후임인 쑨춘란(孫春蘭)이 맡고 있다. 통일전선부는 해외 공작을 총지휘하는 부서다. 공자학원의 주석이 통일전선부의 수장이라는 점은 중국 정부가 공자학원의 활용 ‘목적’을 어디에 두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쑨춘란은 초대 주석인 류옌둥으로부터 공자학원 주석과 통일전선부장, 그리고 국무원 부총리직도 물려받았다. 공자학원이 국무원 교육부 산하 국가 한판(漢瓣) 소속이지만, 참여 부서는 재정부와 상무부 등 총 12개 부처에 달한다.

통일전선부가 담당하는 통일전선에 대해 보고서에는 “공산당의 주요 혁명 전략 전술로서 주적을 타도하기 위해 제반 세력과 연대 전선을 구축해 자기편으로 만든다”고 분석되어 있다. 또한, “이를 통해 공산당이 선호하는 목소리를 내게 하고 공산당에게 불리한 정책에 반대하게 하며, 정보 수집과 첨단기술 절취 등 스파이 활동을 하게 한다”고 밝혔다.

공자학원이 단순히 중국어 보급을 위해 설립된 것이 아니고, 공산당의 주적을 공격하는 아군을 만들고, 공산당에 유리한 여론을 만들며, 스파이 활동을 벌이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베이징대출판사에서 펴낸 외국인용 중국어교재 《중국을 이해하기(解讀中國)》 | 표지화면 캡처

공자왜곡한 공자학원 교재들

공자학원의 목적은 여러 교재와 프로그램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한 예로 공자학원 추천 교재 중 하나인 북경대학교출판사가 발행한 교재 『중국을 이해하기』에서는 논어(論語)편에서 오히려 공자를 비방하고 있다. “공자는 성인이지만 농민을 업신여기며 상인의 부귀를 또한 부러워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고대의 노동자는 공자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그는 ‘사지가 부지런하지 않고 오곡을 분간하지 못한다’고 했다.”

이는 논어 술이(述而) 편의 “부가 구할 수 있는 것이라면 말채찍을 잡고 수레를 모는 천한 일이라도 내가 하겠다. 그러나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내가 좋아하는 바를 따르겠다.(子曰:富而可求也,雖執鞭之士,吾亦爲之,如不可求,從吾所好)”를 왜곡한 것이다, 본래 이 문장은 부(富)라는 것은 억지로 구한다고 구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말한 것이다.

공자학원이라는 이름과 달리 공자에 대한 왜곡은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하지만, 이는 새로운 일은 아니다. 중국 공산당은 문화대혁명 당시 이미 공자를 비방하고 척결하는 데 앞장섰다. 이들은 “낡은 것을 타파한다”는 명목으로 공자의 비석과 사당을 파괴하고 무덤을 파헤친 바 있다.

문화대혁명 당시 공자는 “낡은 세력을 타파한다”는 구실로 비판받았다. | 자료사진

 

어린이 교재에 등장하는 사상 주입

공자학원 교재에는 예시문 등에서 교묘하게 공산주의 사상이 삽입되어 있다. 서울 소재 공자학원에서 사용되는 주니어 교재에 제시된 대화문에는 “그러나 오늘날 사람의 수명이 점점 길어져서 정년퇴직에서 마르크스를 만나러 감”에 이르기까지 이삼십 년의 시간이 있다.”라는 부분이 나온다. 죽음을 두고 ‘마르크스를 만나러 감’이라고 표현되어 있다.

또다른 책에서 제시된 대화문에는  “모택동(毛澤東) 중의  택동(澤東)은 동양 사람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다”는 뜻이라며, 미화되어 있고, “마르크스를 만나러 간다는 것은 하나님을 만나러 감”과 비슷하다라고 설명되어 있다.

서울 공자아카데미에서 주니어 교재

또다른 주니어 교재에는「홍호(洪湖)의 물, 파도가 일고 일다」라는 노래가 수록되어 있다. 이 노래는 영화 「홍호적위대(洪湖赤衛隊)」의 간주곡이다.홍호(洪湖)는 지난 1930년대 공산당 주요 근거지 중의 하나다. 그곳 공산당 군대는 홍호적위대라고 하는데 폭력으로 재물을 약탈하고 현지의 무고한 지주(地主)를 살해하며 부녀자를 강간하고 유언비어를 퍼뜨려 대립을 조장했다.

영화 「홍호적위대」는 적위대의 이와 같은 폭행을 미화시키고 공산주의 폭력 사상과 개급투쟁 사상을 고취한다. 가사에서 “사람마다 모두 천당이 아름답다고 하지만 어찌 물고기와 쌀이 많이 나는 홍호만 하겠는가?”라는 구절이 있다. 폭력의 역사로 가득한 공산당의 근거지인 홍호가 사람들 마음속의 이상국인 천당보다 나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 노래에는 일부 가사가 삭제되었는데, 삭제된 부분 중에는 “공산당의 은혜가 동해바다보다 깊다”는 구절도 있다.

교과서에 수록된 노래 ‘홍호(洪湖)의 물, 파도가 일고 일다’

또 다른 교재에는 노래 「내가 북경 천안문을 사랑한다」가 실려 있다. 바이두에 의하면 이 노래는 중 화인민공화국 창립자인 모택동을 찬양하는 문화대혁명 시대의 노래라고 밝혀져 있다. 일부 가사 내용을 보면 “내가 북경 천안문을 사랑하며/천안문에 해가 떠 오르네/위대한 지도자 모택동/우리를 전진하게 이끌어 주네”라는 찬양 내용을 발견할 수 있다.

한국에선 문화대혁명 선전극 상영

문화대혁명 시기에 중국 전역에서 공연된 경극 『홍등기』가 2016년 한국의 모 대학 공자학원에서 상영됐다. | 인터넷 이미지

교재 외에도 중국 관영매체의 언론 보도 내용이나 영화와 연극 등도 교재로 사용되거나 소개되고 있다. 2016년 10월, 공자학원이 설립된 한국의 모 대학교에서는 대외경제무역대학 예술단의 경극 『홍등기』 공연이 열렸다. 이는 공자학원 본부와 국가 한판의 지시였다. 『홍등기』는 문화대혁명 시대 공산주의 폭력혁명 사상 주입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작품 줄거리는 공산당원이 항일 전쟁에서 활약했다는 내용으로 사실과 다르다. 실제로는 국공합작을 틈타 국민당이 일본 제국주의와 치열한 전투를 벌이는 동안 중국 공산당은 외곽에서 세력을 확장해 중국 전역을 장악했다.

울면서 중국 국가 부르는 케냐 어린이 영상 논란

울면서 중국공산당노래를 부르고 있는 케냐 어린이들 | 유튜브 영상 캡처

최근 트위터에 올라온 케냐 어린이들이 울면서 중국 공산당 노래를 부르는 영상이 논란이 됐다. 실제로 중국은 일대일로의 일환으로 아프리카 전역에 공자학원 70여 개를 세웠다. 케냐의 모든 학교에서는 제2외국어로 중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중국공산당의 글로벌 프로젝트인 ‘일대일로’와 중국 중심의 국제 질서 재편을 담은 ‘중국몽’ 교육은 한국의 공자학원에서도 버젓이 이루어지고 있다. 일부 대학의 공자학원에서는 학술대회나 세미나를 명분으로 ‘일대일로’를 주제로 한 세미나를 열고 있다.

2018년 미국의 외교전문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는 조세프 나이(Joseph Samuel Nye, Jr.)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의 기고문을 실었다. 나이 교수는 문화, 예술, 교육 등의 부드러운 수단을 통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전략을 이르는 ‘소프트 파워’라는 용어를 창시한 인물이다. 그는 공자학원이 학문의 자유를 침해하는 등 학원 본래의 기능을 넘어선 활동을 하고 있으며, 중국 정부가 공자학원을 활용해 정보 전쟁을 펼칠 수 있다면서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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