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공산당, 美 고등학생 5만명 전액 무료 초청…“친공 청년 육성 전략”

강우찬
2024년 03월 20일 오전 10:58 업데이트: 2024년 03월 20일 오전 11:24

“중공, 문화적 영향력 확대 안 먹히자 전략 변경…젊은 세대 침투”

미국과의 갈등이 깊어진 중국 공산당(중공)이 미국 청년층을 상대로 한 인적 교류에 집중하고 있다. 미국의 미래 세대를 겨냥해 친중 세력을 뿌리내리게 하려는 새로운 통일전선 전략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글로벌타임스 등 중공 관영언론들은 지난 16일 미국 워싱턴주의 링컨 고등학교와 스테일라쿰 고등학교 학생 24명이 샌프란시스코를 출발해 총 11일간의 중국 체험 일정을 시작했다고 19일 보도했다.

이는 지난해 11월 중공 총서기 시진핑이 아펙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해 밝힌 양국 간 학생 교환·학습 프로그램에 따른 것이다. 당시 시진핑은 향후 5년간 미국 청소년 5만 명을 중국으로 초청할 준비가 됐다고 발표한 바 있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올해 1월 첫 번째 미국 학생 그룹이 중국을 방문한 데 이어 지금까지 최소 5개 그룹이 중국을 방문했으며, 항공권과 숙박 등 여행 비용 전액을 중공 측이 부담했다.

미국에 기반을 둔 중국 민주화 진영 계열 매체인 ‘이바오(議報)’의 지난달 16일 기사에 따르면, 중공의 ‘무료’ 중국 교환·학습 프로그램은 소위 ‘중국 문화’와 요리를 경험하는 체험학습, 테슬라 공장이나 중국 국립유전자원연구소 같은 첨단기술사업체 견학, 중공의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 현장 방문 등으로 구성됐다.

중공에 비판적인 전문가들은 해당 프로그램을 검토한 후 “중국 체제의 우월성을 주입하려는 목적이 담겼다”고 분석했다.

전 중국 언론인으로 미국에서 활동하는 자오란젠은 “미중 관계가 적대적으로 변하자, 중공이 전략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며 “중공은 지난 20년 동안 문화 교류를 내세워 영향력을 확대해왔다. 그 대표적 사례가 공자학원이지만, 최근에는 각국에서 거부 반응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자오란젠은 “이에 중공은 미국의 청년층을 상대로 침투 공작을 펼치면서, 상대방의 미래 세대를 자기편으로 포섭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학생 5만 명에게 방문·교환 프로그램을 제공하려면 10억 달러(약 1조3천억원) 이상의 비용이 들 것”이라며 “중공은 미국 청년들에게 이념을 주입할 수 있다면 아깝지 않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중공 관영언론은 이번 미국 학생들의 중국 방문을 영어와 중국어 기사로 전하며 양국 우호협력을 회복하기 위한 귀중한 발걸음으로 선전하고 있다.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이번 미국 학생들의 방문 프로그램을 양국 간 인문 교류를 통해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활동”이라고 치켜세웠고, 신화통신은 영문판은 19일 기사에서 양국 학생들의 만남을 전하며 미국 학생들이 중국 학생들의 “혁신적 마인드에 감명받았다”는 미국 측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이바오’ 편집장인 차이샤 전 중공 중앙당교 교수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X·구 트위터)에서 “미국 청소년 5만 명을 중국에 초청하겠다는 중공의 5개년 계획은 미국 내 중공 스파이 후보감을 일찌감치 찾아 육성하겠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중앙당교는 중공의 간부 사관학교에 해당하는 권위 있는 교육기관이다. 중앙당교의 유명 교수였던 차이샤는 현재 미국에 머물며 시진핑 정권을 향해 비판을 가하고 있다. 그녀는 지난 2022년부터 이바오 편집장으로 재직 중이다.

앞서 ‘이바오’는 지난달 16일 특집기사에서 중국 관영 CGTN 보도를 인용해 이 프로그램은 “이른바 ‘민간 홍보대사’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라며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중공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