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언론자유지수 180개국 중 47위…北·中 나란히 최하위

김태영
2023년 05월 5일 오전 11:04 업데이트: 2023년 05월 5일 오전 11:11

노르웨이 7년 연속 1위…美 45위, 日 68위
RSF “가짜 콘텐츠·AI가 미디어에 부정적 영향 끼쳐”

올해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 한국은 180개국 중 47위를 차지했다.

프랑스에 본부를 둔 국경없는기자회(RSF)가 지난 5월 3일 세계 언론 자유의 날을 맞아 공개한 ‘2023 세계 언론자유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47위로 지난해(43위) 대비 4계단 떨어졌다. 1위는 7년 연속 노르웨이가 차지했고 2위는 아일랜드, 3위는 덴마크였다.

RSF는 매년 전 세계 180개국을 대상으로 언론 자유 점수를 집계한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평가 방법은 정치, 법률, 경제, 사회·문화, 안전 등 5가지 지표에 대한 설문지를 세계 각국의 업계 전문가들에게 제공해 풀게 한 다음 점수로 환산하는 방식이다. 전문가 구성원에는 언론인, 학자, 연구원, 인권 활동가 등이 포함됐다.

한국의 전반적인 미디어 환경에 대해 RSF는 “정보 자유에 관한 한국의 법률은 국제 기준에 부합하지만 명예 훼손 법으로 인해 (언론이 보도할 때) 개인이나 기업의 이름 같은 기사의 주요 세부 사항을 생략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 기자들은 비교적 독립적인 편집 환경에서 일하지만 언론사 수익이 광고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서 광고가 편집 라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언론사들은 정치인과 정부 관료, 대기업 등의 압력에도 직면해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에서 북한(180위)과 중국(179위)은 나란히 최하위를 차지했다. 우크라이나를 불법 침략해 전쟁 중인 러시아는 지난해 대비 9계단 하락한 164위를 기록했다. RSF는 “러시아는 크렘린궁의 메시지를 전파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남부 점령 지역에 새로운 ‘미디어 병참 기지’를 건설하고 있다. 또한 정부 당국이 러시아에 남은 독립 매체들을 겨냥한 단속을 강화한 점도 이번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106위에서 올해 79위로 언론자유지수가 대폭 상승했다.

미국은 지난해보다 3계단 하락한 45위, 일본은 3계단 상승한 68위로 조사됐다. 미국의 언론자유지수가 하락한 것에 대해 RFA는 작년에 발생한 2건의 미국 기자 살해 사건을 이유로 꼽았다. 지난 2022년 9월 라스베가스 리뷰저널의 제프 저먼 기자는 공무원과 기업가 간의 부패 범죄를 폭로하려다 살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해 2월 스펙트럼뉴스 13의 딜런 라이온스 기자 역시 미 플로리다 교외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을 보도한 직후 범인에게 보복 살해를 당했다고 RSF는 전했다.

허위 콘텐츠 확산 문제도 전 세계 미디어 환경에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RSF는 “가짜 콘텐츠 산업이 디지털 생태계에 퍼지면서 언론 자유에 급격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며 “조사 대상국 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118개국에서 (업계 전문가들은) 자국의 정치 활동가들이 조직적으로 대규모 허위 정보 확산 및 프로파간다 캠페인에 관여했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에 따라 진실과 거짓, 실제와 인위적인 것의 차이가 모호해지고 정보에 대한 신뢰성이 위태롭게 됐다”면서 “콘텐츠 조작은 양질의 저널리즘을 구현하는 사람들과 저널리즘의 위상을 약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RSF는 인공지능(AI) 산업의 발전도 미디어 환경을 더욱 혼란에 빠뜨리는 요인이라고 경고했다. 조작된 콘텐츠를 어떠한 원칙도 없이 더욱 왜곡하고 확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RSF 사무총장은 “세계 언론 자유 지수는 언론 자유 환경에 따라 큰 변동성을 보인다”며 “정부 당국의 언론 탄압, 소셜 미디어 및 오프라인에서 언론인에 대한 적대감 증가, 허위 정보 생산 및 배포를 가능하게 하는 가짜 콘텐츠 산업의 성장 등이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