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도 빅테크 검열 논란…업체 측 “시스템 오류”

한동훈
2022년 01월 9일 오후 11:59 업데이트: 2023년 06월 16일 오후 4:33

대통령 선거를 60여 일 앞둔 한국에서 소셜미디어의 검열과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이 촉발됐다. 대형 유통기업 최고경영자의 소셜미디어 게시물이 계기가 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지난 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게시물이 삭제됐다고 밝혔다.

이날 정 회장은 삭제된 게시물 캡처 사진과 함께 “[보도자료] 갑자기 삭제됨. 이게 왜 폭력 선동이냐.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삭제된 게시물은 숙취해소제 사진과 함께 “끝까지 살아남을 테다. #멸공!!!!”이라는 글이 담겼다.

해당 게시물은 ‘폭력·선동’이라는 이유로 삭제됐다. 인스타그램은 게시물 삭제 뒤 정 부회장에게 “신체적 폭력 및 선동에 관한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한다”고 안내했다.

정 부회장은 이날 게시물 삭제 조치를 안내하는 인스타그램 통지문을 캡처하고 “난 공산주의가 싫다”고 쓴 글도 올렸다.

6일, 이번 삭제 조치가 온라인에서 표현의 자유, 멸공 표현이 왜 ‘폭력·선동’인지 등의 논란으로 확산되자, 인스타그램은 “시스템 오류”라고 해명하고 게시물을 복구했다.

인스타그램 측은 “시스템 오류로 게시물이 삭제됐음을 확인했다”며 “멸공이라는 단어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해당 게시물은 이날 오후 복구됐다.

인스타그램은 페이스북이 사명을 바꾼 거대기술기업(빅테크) ‘메타’가 운영하는 사진·동영상 공유 플랫폼이다.

메타의 전신인 페이스북은 미국에서도 표현의 자유 침해와 검열 논란을 빚고 있다.

페이스북은 작년 6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계정에 대한 일시 정지 조치를 2023년 1월 7일까지로 연장했다. 앞서 페이스북은 2020년 1월 6일 미국 의사당 난입사건과 관련해 ‘폭력 선동’을 이유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계정을 일시 정지한 바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의사당 사태 당시 평화로운 귀가를 당부했었다면서, 페이스북 측의 일방적인 검열이자 보수인사들에 대한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고 비판했다.

작년 7월에는 페이스북이 조 바이든 행정부의 요청에 따라 사용자를 검열한다는 집단소송이 미국에서 제기됐다.

리처드 로갈린스키 등 검열 피해자들은 소장에서 페이스북이 바이든 행정부의 백신 접종 의무화와 반대되는 정보를 담은 게시물을 검열해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한편, 멸공은 ‘공산주의를 멸한다’는 의미다. 1980년대 한국에서는 자주 사용됐다. 요즘에는 잘 불려지지 않지만, 한국 군대 인기 군가의 하나로 ‘멸공의 횃불’이라는 노래가 존재한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1월부터 공산당, 공산주의라는 단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정 부회장은 당시 인스타그램에 붉은색 기념품이 들어간 사진을 올린 뒤 “뭔가 공산당 같은 느낌인데 오해 마시기 바랍니다”라며 “#난 공산당이 싫어요”라고 썼다.

‘공산당이 싫어요’는 1970~80년대 한국 청소년 반공 교육에서 자주 사용되는 표현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