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받아들인 나토, 이번엔 우크라 가입 논의

존 호히
2023년 04월 8일 오후 12:15 업데이트: 2023년 04월 8일 오후 12:15

핀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31번째 회원국이 된 가운데, 나토가 곧바로 이어서 우크라이나의 공식 가입을 논의하기 위해 회원국 장관들을 소집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도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포럼이 개최됐다. 포럼에서는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에 가입하기 전이라 하더라도 신속히 나토에 가입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의견이 다수 제기됐다.

지난 5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해당 포럼에 참석한 헤더 콘리 전 미 국무부 차관보는 “나토가 EU보다 더 빠른 절차라고 생각한다”며 “역사적으로 볼 때도 일반적으로 EU 가입보다 나토 가입이 먼저였다”고 발언했다.

이날 자리에 함께한 크리스 바디아 나토연합군 부사령관은 “전쟁 중인 유럽 국가가 EU와 나토를 찾는다면 (논의가 나아가야 할) 분명한 길이 있다”고 밝혔다.

에르베 블레장 유럽연합군 참모총장도 이에 동의했다. 블레장 참모총장은 “우리가 그들(우크라이나)에게 일종의 빚을 졌다는 느낌이 있다”며 “우크라이나는 우리의 공동 가치와 더불어 EU 국경, 그리고 나토 국경을 지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 세계 50여 개국이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제공하는 중이다. 이와 달리 나토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치명적이지 않은 방어 장비 지원 등으로 제한돼 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9월 나토에 ‘신속 가입’을 신청했다. 나토 주요 회원국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러시아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동맹 가입에 확신을 갖지 못해서다.

이에 대해 블레장 참모총장은 “개인적인 견해로 우크라이나가 EU 정회원이 될 것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날짜를 확정할 수는 없지만 예상보다 빨리 일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콘리 전 차관보는 “지금 당장 보기는 매우 어렵지만 이 일(러시아 침공)이 끝나면 나토 상호 운용성 측면에서 가장 뛰어나고 유럽에서 가장 ‘성능’이 뛰어난 우크라이나 군대를 갖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동맹에 가치를 더할 것이므로 더 넓은 관점에서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생각해야 한다는 게 콘리 전 차관보의 설명이다.

나토 회원국이라고 해서 EU 회원국일 필요는 없다. 미국과 캐나다가 그 예다. 반대로 EU 회원국이라고 해서 나토 회원국인 것도 아니다.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스웨덴 등이 그런 경우다.

블레장 참모총장은 “나토와 EU의 관계는 ‘미인대회’가 아니다”라면서도 “하지만 많은 동맹국이 EU에 가입하는 것이 나토의 이익에 부합하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덧붙였다.

핀란드 국기와 나토 국기가 함께 걸린 모습|Sergei Grits/AP Photo/연합뉴스

핀란드의 나토 가입 여파

영국의 팀 우즈 해군 소장은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환상적인 소식”이라며 환영했다.

우즈 소장은 “핀란드에 배울 점이 많다. 핀란드는 오랜 기간 러시아, 그 이전에는 소련과 국경을 맞댄 채로 서로 도발하지 않고 신중하게 균형을 유지해 왔다”고 평가했다.

핀란드 군대에 대해서도 “매우 전문적이고 잘 훈련된 군대”라고 언급한 우즈 소장은 “(핀란드의) 나토 합류는 매우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크리스토퍼 그레이디 미 합동참모차장 또한 “핀란드는 현재 나토 동맹에서 가장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고 평했다. 그레이디 합참차장은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잠재적 적에게 딜레마를 안겨줄 것”이라며 핀란드가 나토에 북아프리카에서 흑해 및 북극에 이르는 360도 작전 능력을 제공하게 됐다고 봤다.

미 중앙정보국(CIA) 존 맥러플린 전 국장대행은 “핀란드 가입이 가지는 상징적 의미는 가입 그 자체가 지니는 의미를 뛰어넘는다”며 “스웨덴의 나토 가입 요청도 승인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예측했다.

스웨덴의 나토 가입과 관련, 우즈 소장은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도 나토 일원이 되면 발트해와 북극에 대한 러시아의 야망을 견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발트해 연안 국가가 주는 교훈은 총력 방어에 관한 것이다. 핀란드와 스웨덴은 유사시 사회의 모든 측면을 매우 신속하게 동원할 수 있다. 푸틴이 또 다른 전략적 오판을 하지 않을 거라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우리는 (러시아의) 침공을 막기 위해 조직적으로 매우 신속하게 동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우즈 소장은 전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과 막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 등이 나토 정상회담 부대행사에 참석하고 있다|HENRIK MONTGOMERY/TT News Agency/AFP via Getty Images/연합뉴스

발트해와 북극

“북극의 전략적 요충지에 나토 동맹국이 생겼다.”

그레이디 합참 차장에 따르면, 매년 겨울마다 얼어붙어 항공모함과 잠수함이 접근할 수 없는 수역인 발트해는 매우 도전적인 작전 환경에 해당한다.

그레이디 합참 차장은 “따라서 우리는 방어와 전력에 있어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며 “(핀란드와 스웨덴의 가입에 따른) 나토의 기지에 대한 접근이 북극의 역학 관계에도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렉 마기에롭스키 주미 폴란드 대사는 유럽의 에너지 안보는 물론, 러시아의 칼리닌그라드 영토에 대응하기 위한 기지를 제공하기 위해서도 핀란드의 나토 가입은 “필수적”이었다고 했다.

칼리닌그라드는 발트해에 접한 지역 중 겨울에도 얼지 않는 유일한 항구다. 과거 독일 프로이센과 폴란드 북부에 속했던 칼리닌그라드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이 점령해 현재까지 러시아가 점령 중에 있다. 러시아 입장에서는 거대한 군사 기지로 작동시킬 수 있는 지역인 셈이다.

한편 우즈 소장은 핀란드와 스웨덴이 나토에 가입함으로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결정이 역효과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줬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에는 핀란드나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대한 언급이 따로 없었다. 약 14개월 후에 핀란드가 나토의 일원이 되리라고 말했다면 아무도 믿지 않았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