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쇄된 휴스턴 중국 영사관, 10년간 ‘천인계획’ 연루 사건만 50건

미국 정부 관리들이 24일(현지시각) 휴스턴 주재 중국 영사관 폐쇄 관련 브리핑을 열고, 그간 해당 영사관에서 자행된 불법 행위들을 거론했다.

브리핑에 참석한 정보기관 고위 당국자들은 지난 10년간 휴스턴 주재 중국 총영사관이 중국 공산당의 ‘해외 고급인재 유치 프로그램’(일명 천인계획)과 연루된 사건만 50여 개라고 밝혔다.

당국자들은 이번에 폐쇄된 휴스턴 중국 영사관이 천인계획 참가자들을 지원하고, 그들에게 기밀을 빼내도록 지시하고, 휴스턴의 각종 연구센터를 겨냥해 인재들을 모집했다고 폭로했다.

법무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내 연구기관을 조사한 결과, 휴스턴 중국 영사관이 한 연구자와 소통하며 미국에서 어떤 정보를 수집해야 하는지 지도하는 데 직접 관여했음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휴스턴 중국 영사관이 중국 공산당의 인재 영입 프로그램에 관여하며, 참가자들에게 지적 재산 도난을 적극적으로 장려했다는 것이다.

미 법무부 관계자는 지난해 미국 기업의 상업 비밀을 절취한 혐의로 검거된 스산(石山) 사건도 언급했다.

중국계 미국인 스산은 미국 휴스턴에 CBMI사를 설립하고, 중국 모회사 타이저우 중푸 신재료(台州中浮新材料·CBMF)로 기밀을 빼돌렸다.

크리스토퍼 레이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7일 허드슨연구소 연설을 통해 “스산이 중공의 인재 영입 프로그램인 ‘천인계획’을 지원했고, 특히 미국에서 관련 기술을 ‘소화’하고 ‘흡수’할 것을 특별히 약속했다”고 밝혔다.

스산은 중국 공산당 국영 기업을 대표해 이런 일들을 벌였다고 했다.

휴스턴 MD 앤더슨 암센터는 천인 계획의 주 표적

지난해 4월, 휴스턴에 있는 텍사스대 산하기관인 MD앤더슨 암센터는 교수 3명을 해고하고, 연구원 2명을 조사했다. 연루된 5명은 모두 아시아계였으며, 최소 3명이 중국계로 알려졌다.

미국 NBC방송에 따르면 연구원 5명 중 3명이 중국 공산당의 천인계획과 관련이 있지만, 이를 공개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번 조사에는 중국 대학의 세부적인 지급 내용뿐만 아니라, MD앤더슨 암센터의 지적 재산을 빼내기 위해 천인계획이 어떻게 센터 연구원들에게 보조금을 지원해왔는지 등을 보여주는 도표도 공개됐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자문위원회의 공동 의장 윌슨(M. Roy Wilson)은 의약전문매체 STAT 뉴스를 통해 “천인계획에서 인재 선발의 핵심 조건은 지적재산권에 접근할 수 있느냐 없느냐이다”라고 말했다.

NIH 자문위원회는 2018년 12월 ‘천인계획’에 초점을 둔 보고서를 발표했는데, 보고서의 저자 중 한 명이 윌슨 의장이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은 천인계획 참가자들에게 일회성으로 100만 위안(약 1억7천만 원)을 우선 지급하고, 향후 500만 위안(약 8억5천만 원)에 이르는 연구비와 주거·학교·건강보험 등 각종 혜택을 제공했다.

그 대가로 중국 공산당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의 첨단 기술을 습득했다.

이런 사건은 최근 몇 년간 미국에서 빈번히 발생해 FBI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지난 2018년, MD앤더슨 암센터의 소화기내과 셰커핑(謝克平) 교수는 중요 과학기술 자료를 중국 공산당에 제공한 혐의로 FBI 등 관계기관에서 조사를 받았다.

셰커핑 교수는 중국 공산당의 ‘천인계획’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공 인재 영입 계획의 심각성 파악한 미 정보국

24일 브리핑에서 미 법무부 관계자들은 “중국 공산당의 인재 영입 계획에 관한 사건이 최근 법 집행자들의 중점 업무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법무부 관계자는 “더 많은 (기소)사례를 보고 있다. 그 이유는 피해자들, 특히 민간에서 더 적극적으로 전화를 걸어 (정보공개)의사를 밝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 단체나 회사가)위협에 더 경각심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직원들이 행동(중국행 준비)을 하기 전에 우리에게 연락을 취할 것 같다”고 말했다.

미국의 한 고위 정보기관 당국자는 “지난 10년간 중국(중국 공산당)의 산업 스파이 관련 사건은 1300%가량 증가했다”고 말했다.

또 “중국(중국 공산당)과 관련된 2000여 건의 방첩 사건 조사가 진행 중이며, 10시간마다 새로운 사건을 시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중국(중국 공산당)은 줄곧 이런 일을 해왔지만, 이들의 인재 영입 노력의 깊이와 폭에 대해 최근 3년에 와서야 이해했다”며 “중공의 문제가 너무 심각하기 때문에 우리는 전략을 바꿔 (잠재적 피해자와의)소통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발언했다.

고위 당국자는 “언제 우리와 함께 움직이고, 언제 FBI가 개입할지, 언제 스스로 처리하면 되는지를 알려주기 위해 이 문제에 대해 가능한 한 소통을 많이 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그는 “법무부 고위 관리가 말한 대로 지금 학계나 일부 기관에서 목격한, 일부 국가의 영향력을 논의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모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