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설’ 헝다그룹, 23일 달러채권 이자 못 내…30일 유예기간

한동훈
2021년 09월 24일 오후 1:17 업데이트: 2021년 09월 24일 오후 6:46

중국 대형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恒大·에버그란데)의 채무 상환 능력에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헝다가 23일로 예정한 달러 채권이자 지급을 완료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공식 디폴트(채무불이행)까지는 30일간의 유예기간이 있어 이 기간 내에 지급을 완료해 최악의 사태만은 피하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은 24일 헝다 채권에 총 20억 달러를 투자한 미국 투자자들이 여전히 채권이자 지급을 기다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헝다의 회생 가능성을 판가름할 23일, 29일 두 차례 관문 중 첫 번째를 제대로 통과하지 못한 셈이다.

당초 시장에서는 헝다가 23일 지급해야 하는 달러 채권이자 8350만달러(약 993억원)와 위안화 채권이자 2억3200만위안(약 425억원)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하리라는 관측이 파다했다.

이에 헝다는 22일 위안화 채권이자에 대해 “해결했다”며 달러 채권이자는 정상 지급한다고 발표해 파산설 진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실제로는 위안화 채권이자를 해결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하고, 달러 채권이자를 정상 지급할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었다.

다만, 달러 채권은 지급일로부터 한 달간 유예기간이 있다. 30일 내에만 채권이자를 지급하면 디폴트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문제는 헝다가 갚아야 할 돈이 이것만이 아니라는 점이다. 당장 29일 달러 채권이자 4570만달러(약 537억원) 지급일이 돌아온다. 993억원도 다 갚지 못한 헝다가 537억원을 낼 가망은 거의 없어 보인다.

헝다 대변인은 이자 지급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언론 보도와 관련한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으며, 중국 당국도 이자 지급 실패사태와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번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채권기관이 헝다에 대한 기대를 접었으며 헝다가 사실상 30일간 시간끌기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일단 당장의 디폴트만이라도 면하고 보자는 것이다.

헝다가 즉각 디폴트에 빠져 시장이 큰 충격이 가해지는 일은 중국 당국도 원하지 않는 바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중국 당국이 헝다 경영진을 불러 채무 상환에 성실히 임하고 채권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골드만삭스의 아시아 신흥시장 유동성거래 담당자인 코너 위안(Conor Yuan)은 “그들은 지금 당장 디폴트가 나는 걸 원하지 않는다”며 “유예기간을 고려하면, 오늘 당장은 채권이자 지급을 못 했더라도 30일 이내에 지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헝다의 몰락이 기정사실화됐다는 보도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23일 중국 당국은 헝다 몰락에 따른 지역경제 파장을 완화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방정부에 지시했다. 여기에는 헝다의 아파트 건설사업 중단으로 인한 민심의 격분과 시위에 대한 대비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헝다는 자금을 차입해 주택을 건설하고, 분양 전 구매자들로부터 선입금을 받아 다른 사업에 투자하는 문어발식 확장의 대표적 사례였다.

그러나 수개월 전부터 중국 정부가 채무 관리와 투기 억제를 위해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하면서 돈줄이 막혀 파산 위기에 이르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