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미국판 대약진? 바이든의 7500조원 경기 부양책

허칭롄(何淸漣)
2021년 04월 9일 오후 3:47 업데이트: 2024년 02월 19일 오후 3:17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한 지 3개월이 채 안 됐다. 40년 동안 온건한 이미지를 유지해 온 그가 지금은 비싸고 혁명적인 계획에 한껏 부풀어 있다.

그는 60건의 대통령 행정명령을 통해 민주당이 오랫동안 꿈꿔온 성별 다양화, 마리화나 합법화, 그린에너지 프로젝트, 불법 이민자에게 국경 개방, ‘흑인 차별 보상계획’ 등을 실현하기 위해 혁명적 조치들을 쏟아내더니 이제는 총 6조 달러가 넘는 초대형 경제 부양책 3개를 내놓았다.

정부가 초거액을 살포해 경제를 대대적으로 부양하겠다는 이번 정책은, ‘공산주의 사회로 약진하자’는 마오쩌둥(毛澤東)의 대약진운동에 견줄 만하고, 2009년 5조 위안(7630억 달러)을 쏟아부은 베이징을 부끄럽게 할 정도다.

바이든의 ‘위대한 사회 건설 프로젝트’

바이든은 3가지 프로그램을 포함하는 이 경기부양책이 “미국에서 한 세대에 한 번 있는 투자”라고 선전했다.

이 계획에는 지난 3월 10일에 통과된 1조 9천억 달러 규모의 ‘미국 구제 계획’(American Rescue Plan)도 포함된다. 이 자금은 대부분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주(州)로 투입되거나 대외 원조로 흘러간다.

지난 3월 31일 두 번째 계획이 발표됐다. 앞으로 장장 8년 동안 2조 3천억 달러를 도로와 교량 보수, 초고속 인터넷 통신망 확대, 연구개발 등에 투입한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도로, 교량, 고속도로, 항만 등의 복구에 6,210억 달러를 투입하고, 2030년까지 전국에 전기차 충전망을 구축하는 등 전기차 시장에 1,740억 달러를 투입하는 것 등이다.

이어서 4월 중으로 총 2조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추가로 발표될 예정이다. 이에 대한 재원 마련 계획은 매우 직접적이다. 법인세를 21%에서 28%로 올려 막대한 정부 지출 부담을 줄인다는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위기에서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미 국세청이 발급한 경기부양 수표(a stimulus check). 2020년 4월 23일 텍사스 주 샌안토니오에서. | Eric Gay/AP Photo

민주당은 권력을 잡은 후, 세계 각국의 좌파 정부와 마찬가지로 돈을 통쾌하게 쓰고 케이크를 나눠 먹는 신나는 정책을 쓰려 하지만, 그 돈은 어디서 나오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세금 올리기, 돈 찍어내기, 빚 내기 등 세 가지 길밖에는 없다.

미 재계, 법인세 인상 계획에 분노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은 향후 15년간 법인세율을 21%에서 28%로 올리면서, 글로벌 최저세율을 높여 다국적 기업이 조세를 회피하는 허점을 해소하자고 제안했다.

민주당 진보좌파 의원들은 이 계획에 열광하고 있다. 민주당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AOC) 하원의원은 바이든의 경기부양책을 높이 평가하며 더 많은 돈으로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를 포함한 공화당은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고, 대선 때부터 바이든을 전폭적으로 지지해온 다국적 기업과 미 상공회의소도 이제 안절부절못하며 바이든 법안에 반대하는 로비에 나설 태세다.

워싱턴포스트(WP)이 지난 1일 ‘민주당·공화당·기업들, 바이든의 증세에 맞서 싸울 태세’라는 제목의 기사를 발표하고, 블룸버그통신이 3월 31일 ‘바이든의 인프라 계획, 의회 양당으로부터 공격받아’라는 제하의 기사를 싣는 등 바이든과 민주당을 줄곧 지지해 온 주류 언론들도 법인세 인상에 대한 각종 반대 목소리를 전했다.

화폐 발행과 채권 발행 병행

2020년 코로나19로 세계 각국이 예외 없이 화폐 발행과 채권 발행을 통해 위기를 벗어나려 했다. 미국에서는 연준이 무려 3조 달러를 발행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미국의 통화 증가액은 약 11조 달러로, 새로 인쇄된 화폐가 전체 미국 통화의 34%를 차지했다.

현재 바이든은 미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6조 2,000억 달러(1차 1조9000억+ 2차 2조3000억+3차 2조)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추진 중이다. 결국은 돈을 찍고 빚을 내서 추진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달러 평가절하를 막기가 쉽지 않다.

통화 과다 공급의 위험을 잘 아는 미 정부는 국채 발행도 병행하지 않을 수 없다. 미 국채는 미 재무부가 연방정부를 대표해 발행한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미 국채의 약 3분의 1은 외국 정부가, 나머지는 투자자·주정부·지방정부·공동기금·연준 등이 보유하고 있다.

미국 국채 매력 퇴조

지난 3월 1일 기준 미국 국채 규모는 28조 달러가 넘는다. 이는 GDP의 약 30%를 웃돌아 가구당 약 28만 달러를, 1인당 약 8만 5000달러를 부담해야 하는 수준이다.

2020년 2월 11일 뉴욕 맨해튼 중심가에 있는 국가채무시계. | Chung I Ho/The Epoch Times

뉴욕에 사는 독자들은 뉴욕 맨해튼 6번가에 가서 ‘우리의 국가 부채(Our National Debt)’라고 표시된 거대한 국가채무시계를 보면 미국의 최신 국채 규모를 알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의 4년 임기가 끝날 때 새로 생긴 국채가 최소 7조 달러일 것으로 추산한다. 오바마 때는 5조 달러였다.

미국 국채의 매력이 퇴조하기 시작했다. 미 재무부가 2월 16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중앙은행이 25개월 동안 미국 국채를 대량 매도해 지난 33개월 동안의 순매도액이 약 1조 달러에 달한다. 또 일본, 인도, 러시아, 독일, 영국, 프랑스, 캐나다 등 미국 국채를 보유한 29개국이 보유량을 줄였다. 이 중 러시아가 가장 많이 줄였는데 미국 국채 보유량의 90% 이상을 매도했다.

모두가 옛 채권은 매도하면서 신규 채권 구매에는 적극적이지 않다. 최근 총액이 1000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10년물 국채와 2년물 국채 경매는 이미 구매 부진 추세를 보이고 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2월 23일 100년물 국채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크지 않지만 추가 발행을 배제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옐런 장관은 심지어 채무 측정 기준도 바꾸려 하고 있다. 그녀는 한 나라의 채무를 평가하는 데 GDP 대비 부채 비율보다 부채 이자 지급 비율을 사용하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고 했다.

전통적으로 전 세계 불확정자산의 가격결정 기준은 미국의 10년물 국채 수익률이었다. 세계화의 위험성을 극히 낮게 보는 열성 지지자들도 미국 국채 수익률이 높게 나오는 것을 최대 위험으로 꼽는다.

불행히도 최근 몇 달간 10년물 미국 국채 수익률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3월 하순 1.7%에 육박했다. 이는 연준이 돌발적으로 금리를 인상한 것과 비슷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자산평가기관 대부분이 설정한 10년물 국채 수익률 임계점은 1.5%이다. 씨티뱅크는 1.7%로 다소 높게 설정했고, JP모건은 2%로 조정했다.

미 재무부 채권, 내부 순환에 진입

아래 제시하는 데이터가 외국 구매자들에게 미국 채권의 매력이 떨어지고 있음을 설명한다. 현재 미국 연준의 대차대조표상의 자산 총액은 7조3400억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작년 12월16일 미국 연준이 보유한 미국채(회사채와 MBS 등 제외)는 4조 6600억 달러다. 이는 연준이 보유한 미 국채가 해외 주요 정부 기관의 보유 수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데이터는 과거처럼 미국 국채를 전 세계가 사들여 미국 국내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분산시킨 것이 아니라, ‘내부 순환과 내부 채권화’에 진입했음을 나타낸다. 미국 국채의 내부 순환과 내부 채권화 추세가 날로 심해지는 현실은 미국 금융시장의 위상이 끊임없이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달러 패권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 들게 할 것이다.

민주당 진보파들은 “사람이 대담할수록 땅에서 수확이 많아진다”는 당시 ‘대약진’ 운동을 일으킨 마오쩌둥의 기개가 있는 듯 돈 쓰는 데 절대 주저하지 않는다. 그들은 의회가 만능인 줄 알아서 의안을 통과시키기만 하면, 계획을 비준하기만 하면 돈이 끊임없이 나온다고 여기는 것 같다.

6조 2,000억 달러에 이르는 바이든의 투자 정책에 대해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은 패키지 별로 프로젝트를 나눠 비준하는 방안을 고안하고 있을 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옐런 재무장관이 직면할 어려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미 국채의 ‘내순환과 내채화’ 추세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지금 급선무는 외부 바이어들에게 국채 구매를 설득하는 것이다. 외부 바이어들이 대규모로 구매 대열에 뛰어들지 않을 경우 인플레이션과 달러화 가치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

바이든의 이상은 거창하고, 민주당 진보파의 돈 쓰기 욕구는 더욱 강하다. 하지만 ‘100년에 한 번 오는 기회’라며 한껏 부풀어 있는 바이든의 꿈을 가로막을 존재가 공화당이라고 여긴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틀렸다.

그의 꿈을 가로막는 ‘걸림돌’은 공화당도 아니고, 한때 그를 지지했지만 지금은 세금 인상에 반대하는 기업계 인사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돈 자체다. 바로 그 엄청나게 높이 쌓인 빚더미인 것이다.

그런데 이런 빚더미 상황에서 이런 최대 규모의 경제 부양책을 내놓는 것은 국운을 건 도박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기사는 저자의 견해를 나타내며 에포크타임스의 편집 방향성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