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했나? 中 신화통신, 바이든 행정부에 ‘해선 안 될 4가지’ 평론

류지윤
2021년 02월 10일 오후 12:43 업데이트: 2021년 02월 16일 오후 2:57

중국 공산당(중공)이 관영매체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에 SOS 신호를 보냈다.

신화통신은 지난 3일부터 나흘간 하루 1편씩 총 4편의 시리즈 논평을 연재했다. 제목은 ‘미중 관계의 향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한 논평’이다.

이 논평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에 “4가지를 해서는 안 된다”는 요청으로 풀이된다.

각 논평의 제목이기도 한 4가지는 다음과 같다.

▲미중 관계 대국은 훼손될 수 없다 ▲사람의 마음이 통하는 다리는 부술 수 없다 ▲경제무역 왕래의 흐름은 막을 수 없다 ▲과학기술 교류의 길은 끊을 수 없다 등이다.

흥미로운 점은 신화통신이 이 논평에서 다룬 ‘해선 안 될 4가지’를 7일 별도 기사에서 또 한 번 되풀이했다는 점이다.

이를 두고 중공 정권이 매우 초조한 상태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지난 6일 토니 블링컨 미 신임 국무장관과 카운터파트인 양제츠 중공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전화 통화했다.

그러나 둘은 각자 다른 이야기를 하며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중공의 초조함은 여기에서 비롯됐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신화통신 논평, 어떤 내용 담았나

4편의 시리즈 논평에서 중공은 미중 간 50여 년 역사를 되돌아보는 한편 트럼프 정부를 비판했다.

“올해는 키신저 박사의 비밀 방중 50주년”, “핑퐁 외교”, “닉슨 전 대통령의 방중” 등이 언급됐다.

톈안먼 학살 이후 국제사회로부터 고립돼 경제적 궁핍으로 나락에 빠졌던 중공은 키신저가 주도한 미중수교를 계기로 오늘날 경제대국에 올라설 수 있었다.

1971년 중국을 방문해 친선경기를 한 미국 탁구선수단 소속 선수가 중국 측 선수와 악수하고 있다. 스포츠 교류를 통한 양국 간 외교는 핑퐁외교로 이름 붙여졌다. 핑퐁은 탁구의 중국식 명칭이다. | 연합뉴스

중공의 입장에서는 장밋빛 추억을 떠올리는 모양새였다.

이어 신화통신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 방역은 양국의 합작”이라고 강조한 뒤 “지난 4년간 미중 관계에는 너무 많은 지뢰가 매설됐고 자주 구덩이에 빠졌다”며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비난으로 화제를 돌렸다.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중공 제재 ▲중공 관영언론의 미국 내 활동 제약 ▲공자학원 폐쇄 ▲과학기술의 중국 유출 차단 등을 나열했다.

신화통신은 특히 과학기술 차단에 대해 분노를 쏟아냈다. 신화통신은 이를 ‘중국 과학기술 봉쇄’라고 묘사했다. 미국으로서는 자국 과학기술 유출을 차단한 것인데, 중공은 이를 ‘중국에 대한 봉쇄’로 해석했다.

신화통신 또한 합작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합작은 양측 모두에 이익, 다툼은 모두에 상처”라는 구절을 반복했고 “미국과 중국 국민의 이익”도 자주 거론했다.

아울러 미국 대학에 중국인 유학생 수가 많다는 점을 강조하며 미국과 중국이 상호보완적 관계에 있으며 과학기술 발전에 협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 같은 논평에 대해서는 ‘바이든 행정부에 거는 기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내려진다. 또한 과학기술 교류에 중공이 목말라 있음을 감추지 않았다는 지적도 더해졌다.

중화권 시사평론가 리린이는 “중공은 이제 미국으로부터 첨단기술을 훔칠 수 없게 됐다는 걸 알았지만, 서방 첨단기술이 완전히 끊기는 것만은 피하고 싶은 속내다. 이번 논평은 ‘내 요구사항은 이거다, 당신의 요구사항을 말해봐라’ 하는 식으로 떠본 것”이라고 했다.

재미 중국문제 평론가 양웨이는 “과학기술 교류의 길은 끊을 수 없다는 신화통신 평론은 매우 노골적이다. 아직 더 훔치고 싶다는 뜻”이라고 주장했다.

양웨이는 “중공이 말한 ‘미중 간 경제무역 협력’은 거액의 무역흑자를 낼 수 있는 달러 벌이처인 미국 시장이 여전히 필요하다는 뜻”이라면서 “중공은 무역교역국에 ‘우리 돈을 벌고 있으니, 우리 비위를 거슬러서는 안 된다’고 협박하지만, 정작 최대 무역흑자국인 미국에 요구하는 태도를 보면 매우 강압적”이라고 꼬집었다.

바이든 행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방식을 따르지 않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도 중공을 “심각한 경쟁자”로 표현했다.  신화통신이 4가지 요구사항을 밝히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어떤 응답을 내놓을지 시선이 모이고 있다.

* 이 기사는 장옥결 기자가 기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