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유적지에 중국인 위한 49층 호텔?…시민단체, 중단 촉구

이윤정
2021년 04월 9일 오후 3:30 업데이트: 2021년 04월 10일 오전 12:19

시민단체인 춘천중도선사유적지보존본부(이하 중도본부)가 8일 오후 정부대전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도 유적지에 추진 중인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49층 호텔 건립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중도본부는 “수천만 국민들의 생명수인 상수원 의암호에 위치한 중도는 한국 고고학 사상 유례없는 선사시대 도시 유적”이라며 “중도 유적지를 보존하면 중국의 역사 침략으로부터 대한민국의 위대한 역사와 문화를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강원도는 중도유적지에 레고랜드 호텔 리조트 사업과 함께 지하 3층, 지상 49층의 고급 호텔 일명 ‘레고랜드 생활형 숙박시설’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인 럭셔리 관광객을 유치한다는 명분이다.

춘천시는 ‘춘천호반(하중도) 관광지 조성계획 환경보전방안검토서’에서 “중국 럭셔리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고급형 호텔 조성으로 중국 관광객을 유치해야 할 필요성’을 명시한 바 있다.

중도본부는 “이 과정에서 1266기의 선사시대 집터가 모두 훼손됐고 149기의 고인돌 무덤이 모두 해체돼 들판에 나뒹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문 중도본부 상임대표는 “호텔 부지의 3분의 1 정도는 발굴조사가 이뤄져 유적이 확인된 곳”이라며 “우리나라 매장문화재 보호법에는 이미 발굴조사가 된 곳에 개발사업을 임의로 진행하려고 할 때는 예비 범죄로 처벌할 수 있는 형사법 조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중도 북서쪽에 위치한 호텔 부지는 2013년~2017년에 실시된 레고랜드 사업을 위한 발굴조사에서 선사시대 유물유적이 확인된 고려 H3, 한백 H4, 강원순환도로부지구역이 포함된다.

강원도가 49층 호텔을 추진하는 중도 북쪽 ②번부지 절반 이상은 레고랜드 사업을 위한 발굴조사를 하지 않았다.[좌] 호텔예정부지 고려H3, 한백H4, 강원순환도로부지구역은 이미 2013년~ 2017년 실시된 발굴조사에서 선사시대 유물유적이 확인됐다.[우] | 중도본부 제공
김 대표는 “이처럼 발굴돼서 유적이 보존되고 있는 곳은 문화재청의 허가를 득해야 개발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데 허가도 받지 않고 49층 호텔을 짓겠다고 디자인 공모하고 현상설계 및 발주까지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26일 간삼건축은 언론 보도를 통해 시행사인 (주)중도디엔씨에서 현상 공모한 ‘춘천 레고랜드 관광단지 내 생활형 숙박시설’에 참여해 당선됐다고 밝혔다.

중국인을 위한 럭셔리 호텔은 연면적 60만2772.2㎡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다. 하지만 사업자가 누구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김 대표는 “지하 3층 지상 49층의 초대형 콘크리트 건물 3개 동을 건설하려면 안전을 위해 파일 시공이 불가피해 유적지는 완전히 파괴된다”고 말했다.

간삼건축이 공개한 49층 호텔 조감도. | 사진=간삼건축/중도본부 제공

그는 “호텔 부지 중 아직 발굴조사가 안 된 곳이 있어 개발할 수 없는 여건인데도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문화재청에 이러한 불법 사항을 여러 차례 신고했지만, 문화재청은 사실관계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문화재청의 가장 중요한 책무는 유적 보전인데 문화재청이 침묵함으로써 유적지 파괴를 방조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해당 지역은 뒤늦게 발굴조사를 위한 준비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에포크타임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중도 북쪽이 맹꽁이 서식지라 환경부와 조정하고 있다”면서 “조정되는 대로 시굴에 착수할 예정이며 오는 5월 전후에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12일에 열린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도종환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이 “중도 레고랜드 워터파크 및 가족형 호텔 부지에 대한 유물, 유적 조사가 생략됐다”며 추가 조치를 주문하면서 발굴신청이 이뤄졌다.

이날 중도본부는 춘천에 조성되는 차이나타운 사업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강원도는 춘천과 홍천군에 있는 라비에벨 관광단지(500㎡) 안에 120만㎡ 규모의 한중문화타운(일명 강원도 차이나타운)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 차이나타운의 10배가 넘는 규모다.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2019년 12월 이 사업을 두고 ‘한국의 유일한 일대일로 사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일대일로 사업은 중국의 경제영토 확장 프로젝트다.

중도본부는 “강원도가 일대일로에 참여하면서 중국이 동북공정을 완성하기 위해 대한민국 역사와 문화의 정수인 유적지들을 말살하는 데 가담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덧붙여 “정부는 중도유적지 전체를 원상복구 해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강원도 차이나타운에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지난달 29일 시작돼 현재 44만 명 이상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