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군, AI 기술개발에 美기업이 만든 칩 의존” 보고서

카타벨라 로버츠(Katabella Roberts)
2022년 07월 5일 오전 11:51 업데이트: 2023년 01월 3일 오전 9:15

중국이 국가 전략적 차원에서 인공지능(AI) 기술 개발에 힘을 싣는 가운데, 중국 인민해방군이 미국 기업이 설계한 컴퓨터 칩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 조지타운대 조사팀은 2020년 중국 인민해방군과 국유 방산업체들이 체결한 24건의 공공계약을 분석하고 수천 건의 구매 내역을 들여다본 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해방군은 미국 기업이 설계하고 대만과 한국이 제조한 AI 칩을 주문하고 있었다. 구매 기록에서 확인된 AI 칩 97종(種)은 거의 다 엔비디아, 자일링크스(현 AMD), 인텔, 마이크로세미 등이 설계한 제품이었다.

반면, 해방군과 중국 방산업체들이 하이실리콘(화웨이 자회사), 중커수광(中科曙光·Sugon), 썬웨이(神威·Sunway), 하이곤(Hygon), 파이티움(飛騰·Phytium) 등 중국 기업이 설계한 고급 AI 칩을 주문한 공공 기록은 발견되지 않았다.

중국 공산당이 2017년 발표한 ‘신세대 인공지능 개발계획’에서는 2025년까지 중국의 AI 기초기술을 세계 정상급으로 발전시킨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이 계획에서는 AI를 “중국 산업을 고도화하고 경제 변혁을 이끌 원동력”으로 선정하고, 산업 규모를 4천억 위안(약 78조원), 전반 산업에 미칠 파급효과는 5조 위안(약 970조원)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AI의 급속한 발전은 인간사회와 삶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세계를 변화시킬 것”이라면서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의 요청에 따라 “AI 개발의 전략적 기회를 포착해, 중국의 선도적 위치를 구축하고 과학기술 혁신국가와 글로벌 파워의 건설을 가속화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해방군은 2030년까지 AI 기초·기술·응용 분야 최고 국가로 올라서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자체 생산 능력이 아닌 외국산 AI 칩 입수 능력에 의존해 추진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에 이어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도 중국에 대한 기술 수출을 규제하는 다양한 정책과 제재 방안을 도입하며, 미국이 보유한 첨단기술이 중국 기업을 거쳐 최종적으로 공산당 인민해방군에 흘러 들어가는 것을 억제해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중 국가안보에 대한 위협을 우려해, 중국 최대 반도체 칩 제조업체 중신궈지(中芯國際·SMIC) 등 중국 기업 수십 곳을 수출관리대상 블랙리스트인 ‘엔티티 리스트’에 등록하고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이전과 생산설비 제공을 엄격히 규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방산이나 감시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 기업의 투자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미국의 자본과 기술로 중국이 군사력을 키우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조지타운대 조사팀은 현재 미국 정부가 시행하고 있는 정책만으로는 중국 해방군의 AI 칩 접근을 제한하기에는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조사팀은 고성능 AI 칩이 해방군에 넘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지금보다 더 강력한 수출 규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AI를 비롯해 최첨단 기술이 중국 해방군의 군사력 강화에 이용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하려면, 최종 사용자에 초점 맞춘 현행 규제보다 훨씬 광범위한 수출 규제책을 수립하고 동맹국과 파트너 국가들과도 연대해야 한다고 조사팀은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