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달라” 젤렌스키 요청받은 美 “폴란드와 논의 중”

한동훈
2022년 03월 6일 오후 3:31 업데이트: 2022년 03월 7일 오전 10:13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공군력 강화를 위해 전투기를 제공하는 방안을 폴란드 정부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상 병력 중심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가 전쟁이 장기전으로 가는 것을 피하기 위해 전투기를 동원해 공습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백악관 관계자는 폴란드가 보유한 러시아산 전투기를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며, 우크라이나 공군 조종사들이 러시아산 전투기에 익숙하다고 전했다.

미국은 대신 자국산 F-16 전투기를 폴란드에 제공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폴란드가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제공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안보 공백을 미국이 메워준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해주거나 아니면 전투기를 제공해달라고 요청한 이후에 시작됐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5일 미국 의원들에게 러시아 은행들을 국제결제망(SWIFT·스위프트)에서 배제하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며 ▲러시아산 석유·천연가스 수입금지 ▲러시아 관리들에 대한 추가 제재 ▲비행금지구역 설정 혹은 대전차 무기·전투기 제공 등을 요청했다.

전투기 제공은 미국이 직접 전투기를 투입하는 것이 아니라 인근 국가가 보유한 전투기를 우크라이나로 이동시켜 달라는 것이었다.

미국은 자국이나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비행금지 구역을 설정할 경우, 러시아와 직접 군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해왔다. 미국산 전투기를 투입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우려를 나타내왔다.

민주당 브래드 셔먼 하원의원은 “그(젤렌스키 대통령)의 주된 요청은 미국이 폴란드와 루마니아가 보유한 러시아 전투기를 우크라이나에 넘겨주는 것을 허용하고, 나토 회원국인 두 나라(폴란드·루마니아)에 더 발전된 전투기를 제공함으로써 보상하라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일부 의원들은 이 계획에 찬성 의사를 표명하면서 “즉각 실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러시아인들의 비자·마스터 카드 결제를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공화당 중진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석유 구매 금지와 비자·마스터 카드 결제 금지는 러시아 국민들에게 고통을 주게 될 것”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 전쟁에) 실효성 있는 대처를 위해서라면 필요한 조치”라고 말했다.

그레이엄 의원은 “우리의 적은 푸틴이지만, 효과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러시아 국민이 이를 체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폴란드 당국 관계자는 “폴란드가 러시아와 전쟁 상태에 있지는 않지만, 침공의 희생양인 우크라이나를 지지하고 있다”면서 “군사 문제 전반은 나토 전체의 결정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협상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나토가 우크라이나에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지 않을 경우 공군 인력과 전투기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한 지 하루 만에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