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MI6, 보리스 존슨 총리 내각에 “중국과의 관계 재평가” 강력 권고

니콜 하오
2020년 04월 19일 오전 10:16 업데이트: 2020년 05월 28일 오전 9:58

영국 정치권이 중국 자본의 자국 기업 인수에 제동을 걸고 나선 가운데 정보기관들도 중국과의 관계 재검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영국 정보기관 MI6(해외 정보)와 MI5(국내 정보)가 보리스 존슨 총리 내각에 “중국과의 관계를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권고했다.

재검토 대상에는 첨단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이 포함됐다. 중국이 기업 인수를 통해 영국 우수기업들을 집어삼키고 기술 빼돌리기를 하려 한다는 것이다.

대표적 사례가 이달 초 예정됐다가 영국 정치권의 개입으로 무산된 ‘이매지네이션 테크놀로지(Imagination Technologies)’의 긴급 이사회 소집이다.

로이터 통신에 의하면, 이사회 소집은 중국 국영기업 차이나리폼홀딩스(CRHC)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총 7명의 이사 중 4명을 교체해 회사를 장악하려는 의도였다.

이매지네이션은 주요 전자 장비와 각종 반도체 관련 특허기술을 보유한 기업이다.

지난 2017년 경영난으로 미국계 사모펀드 캐니언브릿지에 인수됐다. 캐니언브릿지가 차이나리폼과 연관돼 기술 유출 가능성이 지적됐지만, 캐니언브릿지 본사가 미국에 있어 미국 법률의 규제를 받는다는 이유로 인수 허가가 났다.

그러나 그 이후 캐니언브릿지는 본사를 조세회피처인 케이만군도로 이전해 미국 법률의 규제로부터 벗어났고, 경영권이 중국에 넘어갈 수 있다는 우려가 다시 높아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달 초 차이나리폼이 이사회 소집을 요구하자, 이에 반발해 지난 10일 론 블랙 최고경영자(CEO)를 시작으로 이매지네이션 고위 임원들이 줄줄이 사퇴했다.

블랙 전 CEO는 차이나리폼의 회사 장악 기도가 화웨이를 밀어주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미·중 기술전쟁에서 중국의 5G 선두주자인 화웨이가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게 하려는 시도”라며 “영국의 일자리 600개가 중국으로 옮겨질 수 있다”고 익스프레스에 말했다.

국가안보를 헤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톰 투겐다트 영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BBC와 인터뷰에서 이매지네이션이 전략적으로 중요한 전산망에 ‘백도어’ 장치를 심을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보수당에서도 “중국인들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기반기술을 옮기려 한다”는 비판 여론이 고조됐다.

결국 올리버 다우든 영국 문화부 장관이 레이빙햄 이매지네이션 회장에게 긴급 면담을 요청하고 이를 계기로 이사회가 취소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중국의 해외 기술기업 인수 시도는 완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당초 캐니언브릿지가 이매지네이션 인수한 것도 미국 레티스 반도체를 13억 달러에 인수하려다 트럼프 행정부 산하 대미외국인투자위원회(CFIUS)의 개입으로 무위에 그치자 방향을 선회한 결과였다.

CFIUS는 레티스가 미군에 반도체를 납품하는 주요 거래처임을 언급하며 “(캐니언브릿지가) 거래를 영구적으로 포기하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겠다”고 강한 태도를 보였다.

한편, MI6와 MI5는 중국 학생들의 영국대학 연구에 대한 접근을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난해 영국대학 1학년생 가운데 중국인 유학생은 8만6485명으로 전체의 약 32%를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