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언론 “홍콩인에게 영국 국적 즉시 부여해 보호하자” 정부에 촉구

캐시 허
2020년 05월 26일 오후 2:13 업데이트: 2020년 05월 26일 오후 2:30

영국 유력 언론이 홍콩인들에게 즉시 영국 국적을 부여해 보호하자고 촉구했다.

중국 공산당이 홍콩의 시민사회 소멸을 위한 ‘국가보안법'(보안법) 제정을 추진하는 데 따른 대응이다.

영국의 대표적 신문인 ‘타임스(The Times)’는 23일 사설에서 “영국은 홍콩 시민들에게 지원과 대피처를 제공해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신문은 또한 중국의 팽창을 막아야 한다고 국제사회에 공동 대응을 호소했다.

사설에서는 “영국은 중국 공산당에 맞서야 하며, 홍콩 시민들을 보호할 도덕적 책무가 있다고 본다”며 현재 영국 정부의 대응이 너무 느리다고 지적했다.

이어 홍콩 시민 보호를 위한 대책으로 즉시 영국 영주권(국적)을 부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영국과 중국은 지난 1997년 홍콩반환협정을 체결하며 ‘일국양제'(一國兩制)를 명문화했다. 향후 50년간 국방과 외교 등 주권을 중국이 가져가되, 홍콩에 고도의 자치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신문은 “보안법 제정은 홍콩의 정치적, 경제적 자유 근간이 되는 일국양제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2일 중국 공산당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초안이 제출된 보안법은 오는 28일 표결에 부쳐진다.

법안 초안에는 홍콩 내 국가 정권 전복, 테러 활동, 외국·외부 세력이 홍콩 문제에 간섭하는 활동을 금지하고 처벌하는 내용이 담겼다.

신문은 “다시 말해 체포하고 싶은 사람은 체포하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영국 정부는 과거 식민지였던 지역의 취약한 시민들을 보호해야 한다. 중국 지도부가 처벌하리라 합리적으로 판단되는 홍콩인들의 망명을 받아들여야 하며, 홍콩 시민들의 기본권과 표현의 자유, 법치가 훼손될 가능성에 대응해야 한다”고 전했다.

영국은 홍콩반환 전 홍콩이 공산화될 것을 우려해 홍콩 출생자에게 영국국민[해외]여권(BNO)을 발행했다. 이 여권을 소지하면 영국 입출국이 자유롭지만, 거주는 불가능하며 취업 등에도 제약이 많다.

신문은 “이러한 BNO 여권을 소지한 홍콩인들은 영국에 거주할 자유가 없어 큰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이러한 실수를 수정해야 하며, 모든 홍콩 시민들에게 BNO 여권 신청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신문은 홍콩 문제에서 미국에만 의존할 게 아니라 영국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공산당이 홍콩을 장악하는데 영국 정부는 너무 느리게 반응했다. 지금은 미국이 중국 지도부에 맞서는 국제적 리더가 됐다. 그러나 이(홍콩) 문제는 본질적으로 영국과 중국 사이의 일이다.”

지난해 송환법 반대 시위 당시, 중국 공산당의 강경 진압에 위험을 느낀 홍콩인들은 영국 대사관에 ‘완전한 시민권’ 복원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홍콩 반환 전 홍콩의 마지막 총독이었던 크리스 패튼 등 영국 정치권에서도 영국이 홍콩 등 과거 식민지 주민들에 대한 의무를 소홀히 했다며 잘못을 시정할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