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딸’ 주장 인물, 해외 중국어 커뮤니티에 해명글…“아버지도 한낱 바둑돌”

한동훈
2020년 02월 25일 오전 11:35 업데이트: 2020년 02월 25일 오후 4:58

“시진핑은 진정한 의미의 주석이 아니다. 여러분이 말하는 것처럼 황제도, 지존도 아니다. 다 말하기 어렵지만, 아버지는 진짜 하나의 바둑알(一顆棋子)에 불과하다.”

지난 14일 중국어 온라인 커뮤니티 핀충(品蔥)에는 ‘시밍저본인’(习明泽本人)이라는 아이디로 한 편의 글이 게재됐다. 시밍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외동딸 이름이다.

핀충은 중국어로 서비스되지만 미국에 서버를 둔 익명 커뮤니티다. VPN 등을 통해 당국의 인터넷 방화벽을 우회한 중국 네티즌으로 추정되는 이용자들이 접속한다. 게시물 절대다수가 정치 관련 글이다. 2018년 10월 기존 서비스를 종료하고 11월부터 신핀충(新·品蔥)이라는 이름으로 서비스를 재개했다.

에포크타임스 자매지인 시사주간지 신지웬(新紀元周刊) 2015년 6월 11일자 보도에 따르면 시밍저는 지난 2014년 미국 하버드대 졸업하고 중국에 귀국한 후 아버지 시진핑 주석을 도와 뉴미디어 선전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시밍저가 뉴미디어 선전업무를 맡은 건 기존 관영채널과 다른 독자적인 언론채널이 필요해서다.

대다수 중국 미디어는 공산당 중앙선전부에서 관할한다. 선전부는 시진핑을 반대하는 장쩌민 계파가 장악하고 있어 시진핑의 발언을 계파 이익에 따라 종종 일부 편집·수정해서 낸다는 게 신지웬의 분석이다.

태자당의 스터디 그룹인 ‘학습소조(學習小組)’가 시밍쩌가 관리하는 미디어 채널의 하나로 알려졌다. 태자당은 당 원로와 고위관리 자녀들로 이뤄진 정치세력으로 시진핑 역시 태자당 출신이다.

학습소조는 중국판 카톡인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微信)에 뉴스를 전한다. 시진핑 주석의 행보 등에 관해서는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보다 더 빠른 보도로 주목받아 측근이 운영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받아왔다.

현재 ‘시밍저본인’이라는 아이디로 작성된 게시물 원본은 삭제됐지만, 내용을 복사한 글이 중화권 온라인 여러 곳으로 옮겨지고 있다(트위터).

다만, 해당 글을 작성한 인물이 진짜로 시밍저 본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핀충 커뮤니티 내부에서도 “니가 시밍저면 나는 OOO다” “가짜로 판명 난 아이디” “아버지를 욕되게 한다”는 부정적 시선이 적잖다.

그럼에도 그 내용에 관해서는 흥미로운 시선이 이어지고 있다.

이 글에서는 “고위층 내란 후 진정한 민주주의로 나아갈 것”이라며 “시진핑 가족은 현재 정치투쟁을 할 뜻이 없다. 시진핑 가족은 모두 등 떠밀려 올라간 대리인”이라고 전했다.

이어 “상황이 긴박하다. 고위층 대란이 코앞에 닥쳤다. 모든 정치 세력은 곧 공멸한다. 폐렴은 작은 일이다. 폐렴을 공산당이 유출했다고 전하지 말아달라. 아버지는 바둑알일 뿐, 이런 일은 전혀 하지 못한다”고 했다.

또한 “여러분에게 알리는데, 내년이나 내후년에 자산이 40~60%로 줄어든다. 이미 어쩔 방법이 없다. 여러분에게 (미리) 잘못을 빈다”며 경제적 위기에 미리 대처하라고 조언했다.

시밍저 글을 기록한 게시물 | 핀충 화면 캡처

그러면서 “아버지 문제가 크다”며 “현재 내부투쟁이 이미 불붙어 늦어도 내년 6월이면 고위층 40%가 도망가고 40%는 도태되고 나머지는 무서운 일을 당할 것”이라고 했다.

이 글이 게재된 2월14일은 시진핑 주석이 전면개혁심화회의에 참석해 ‘생물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법안 긴급 추진 방침을 밝힌 날이었다.

그리고 이틀 뒤인 16일 공산당 이론지 ‘치우스(求是·구시)’ 2020년 제4호에 시진핑 주석이 코로나19 방역과 관련해서 한 연설이 실렸다. 전날에는 치우스 인터넷판에 기사 전문이 사전 공개됐다.

해당 연설은 1월7일 시 주석이 공산당 최고의결기구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한 것이었다. 이밖에 관영 신화통신 역시 시 주석이 20일과 22일에도 방역 관련 지시를 내렸다고 비중있게 보도했다.

이러한 중국 관영언론의 보도에 대해서는 ‘시진핑이 안 보인다’는 비난에 대해 해명하는 차원으로 이뤄진 것이라는 중국 안팎의 분석이 이어졌다.

재미 중국문제전문가 스짱싼(石藏山)은 전혀 다른 각도에서 이 문제를 접근했다.

스짱산은 “치우스 같은 당 기관지는 장쩌민 계파가 장악한 중앙선전부 등에서 관리한다. 장쩌민 계파는 방역 실패의 책임을 전부 시진핑에게 떠넘기려 한다”고 했다. 치우스, 신화통신 등이 시 주석의 ‘방역’ 행보를 자세히 보도한 목적은 시 주석이 사태를 망친 주범으로 몰아가기 위한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스짱산은 이번 바이러스 사태를 시진핑 반대세력인 장쩌민 계파의 ‘바이러스 쿠데타’로 규정했다.

그는 “시진핑이 집권한 후 부패척결을 통해 장쩌민 계파 관료를 대거 숙청했지만, 이들은 전체의 20%도 안 된다. 아직 정부 각 부처 곳곳에 장쩌민 계파인물이 다수 남아 있다. 이들은 부패척결로 재산축적이 차단된 것에 앙심을 품고 있다. 시진핑 정부에 변고가 생기기만 기다린다”고 했다.

이어 “지방정부와 일부 관료들은 ‘방역 최우선’이란 구실로 감염병 사태를 의도적으로 악화시키고 있다. 기업과 중소상인의 영업을 과도하게 중단시켜 경제를 해치고 민생을 어렵게 하고 있다. 혼란을 틈타 온갖 국가 자원을 마음대로 움직이고 있다”고 했다.

해당 아이디가 진짜 시밍저 본인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핀충은 중국어로 서비스되지만 미국에 서버를 둔 온라인 커뮤니티다. VPN을 통해 방화벽을 뛰어넘은 중국 네티즌으로 추정되는 이용자들이 익명으로 접속한다.